한 때 조폭코미디가 유행을 타던 무렵 참으로 함량미달의 영화들이 많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그 중에서 필자가 주저 없이 최악의 영화로 꼽는 영화가 바로 이원종과 박상면이 나온 [유아독존]이다. 조폭코미디가 기존부터 부정적인 인식이 많았던 것을 감안하더라도, 소재고갈의 바닥을 치면서 이제는 어린 아기까지 끌어들여 말도 안 되는 유치찬란 난장판을 만드는 것이 못내 아름답지 못했기 때문이다.
꼭 조폭코미디가 아니더라도, 필자는 개인적으로 액션영화에서 어린 아기들까지 동원하는 것이 그다지 좋게 보이지 않는다. 말도 못하고 민감한 어린 아기들을 상업적인 목적으로 위험천만한 노동의 현장에 동원하는 것도 보기 좋지 않고, 아기들을 앞세워 천진난만한 주제를 전달하려는 것도, 조금 심하게 이야기하자면 가증스럽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전문 털이범들이 의뢰를 받아 아기를 유괴했는데, 어느새 아기와 정이 들면서 자신들이 놓치고 있던 것들을 다시 생각하게 되고, 개과천선한 이들이 아기를 다시 주인에게 돌려주기 위해 목숨을 건다는 내용의 [BB 프로젝트]도, 말하자면 이런 부정적인 인식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 대해 색안경을 끼지 않을 수 있는 이유가 있다면 딱 하나, 바로 성룡의 영화라는 점이다. 유독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영화만 만들어온 성룡의 브랜드를 생각하면, 오히려 어린 아기를 안고 있는 성룡의 액션 활극이 어색하지 않게 다가온다.
[BB 프로젝트]는, 그러한 기대대로 성룡 영화의 공식을 차근차근 밟아나간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BB 프로젝트]는 성룡이 직접 각본을 썼으며(연출은 직접 해도 의외로 그가 직접 각본까지 맡은 경우는 흔한 편이 아니다), 자신의 영화사를 통해 제작하는 등 직접 깊숙하게 관여한 프로젝트이다. 주변의 지형지물을 활용한 액션 시퀀스는 이번에도 변함없이 아기자기한 재미를 선사하고, 때때로 선보이는 위험천만한 스턴트 액션도 여전하다. 쉰을 넘긴 나이에 이제는 와이어나 CG를 활용하는 성룡이지만, [BB 프로젝트]의 NG컷을 보니 여전히 주(主)는 맨몸액션이다.
할리우드 진출 이후 다시 홍콩에서 촬영하는 영화마다 젊은 파트너를 대동하는 경향은 [BB 프로젝트]에도 이어져서, [뉴 폴리스 스토리]의 사정봉의 역할을 [BB 프로젝트]에서는 고천락이 맡는다. 침체에 빠진 홍콩 영화계의 큰형님된 입장에서 젊은 신예들을 자꾸 발굴하고자 하는 성룡의 의도일 텐데, 고천락은 특히나 성룡과 호흡이 척척 맞아 대단히 자연스럽게 영화 속에 어우러진다. ‘전설’이나 다름없는 원표, [뉴 폴리스 스토리]에도 등장했던 신예 채탁연 등 국내에도 익숙한 얼굴들도 만날 수 있다.
그렇게 채워진 110여분의 액션활극은, 결론적으로 딱 “성룡 영화”라는 느낌이다. [BB 프로젝트]는, 특별히 대단할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모자를 것도 없는, TV든 DVD든 명절에 한 번은 봐주어야 개운한, 유쾌한 에너지가 넘치는 성룡 영화의 기본값이다. 특수효과가 늘어난 만큼의 자리를 100% 채우지 못하는 특수효과의 어색한 매무새가 가끔 눈에 밟히고,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가 다소 지루하기도 하지만, 아무튼 기본값은 한다.
-- ps -- 1. 극중 성룡의 캐릭터 이름은 ‘뚱땅’, 고천락의 캐릭터 이름은 ‘난봉’이다. “얼렁뚱땅”에서 가져왔을 ‘뚱땅’과 “난봉꾼”에서 가져왔을 ‘난봉’이라는 이름은 대단히 낯설고 어떤 면에서는 우습다. 어린이 만화영화도 아니고, 변역 과정에서 이렇게 이름까지 바꾸어야 할 정도로 낯선 이름인가 싶어 ‘IMDB’를 찾아보니 그런 것도 아니다. 무슨 의도였을까? 미스터리다.
2. 이번에도 성룡은 “더 이상 액션영화는 하고 싶지 않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이 말을 듣는 게 벌써 몇 년째인지도 모르겠는데, [신화 : 진시황릉의 비밀]과 같은 결과물이 나오고 있기도 하지만, 아무튼 성룡의 액션영화는 계속 반복되고 있고, 또 앞으로도 반복될 운명이다. 그의 차기작은 할리우드에서 촬영 중인 [러시아워 3]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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