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익 감독이 또 한번 일을 낼 모양이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뭔가 모르게 허전하다. 그런데 그것이 부족하고 살이 빠져서가 아닌 의도된 여운이자 여백이다. 도입부에 박중훈과 안성기의 행동을 두 사람의 성격에 대한 파악은 대충 끝난다. 20년을 함께한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천지차이인 두사람. 박중훈은 포기한 듯 하지만 항상 자신을 알아봐주길 바라며 88년 가수왕이라는 것을 은근히 내세우고 안성기도 속은 썩었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으려한다. 큰 사건이나 복선이 없기에 둘의 모습에도 크게 변화가 없다. 그래서 훨씬 감정이입이 수월했을 것이다.
영화는 그다지 친절하지 않다. 그것이 매력이다. 상황을 일일히 설명하고 표현하고 지지고 볶고 하지 않는다. 그러고도 어떻게 진행될지 짐작이 될만큼 친절하다. 큰 굴곡도 없고 큰 반전도 없지만 2시간 동안 나도 모르게 스며들게 만든다. 주변인물들에 의해 처음엔 크게 보이지 않던 투톱 주연들도 마지막엔 둘만 보인다. 정확한 연출의도이다. 두사람이 헤어졌다 다시 만나는데 그 순간 영화는 끝이 난다. 보는 내내 허접했더라면 쌍소리가 나올만큼 허전해 보일 수도 있으나 나는 엔딩이 너무나도 아름답고 고마웠다. 적어도 이후의 내용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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