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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W0926]프라다가 행복의 상징은 아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kharismania 2006-09-27 오후 7:05:24 1180   [7]

 옷이 날개라고 했다. 사람의 겉모습은 그 사람에 대한 짐작을 부른다. 잘 차려입은 슈트와 헐렁한 트레이님복 사이의 격차처럼 옷차림은 그 사람의 성향 그 자체를 대변하고 섣부른 판단을 선동한다. 스스로가 신경쓰지 않는 부분이든 아니든 간에 옷차림은 분명 그 사람의 품격에 점수를 매기게 만드는 요인이다.

 

 명품은 과연 사치의 허상인가, 소비의 품격인가. 집한채값의 스커트를 과연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평해야 하는가. 패션. 그것은 과연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인가 혹은 불필요한 욕망으로 점철시키는가라는 기로에 세울 수 있는 문제다.

 

 프라다, 구치, 샤넬 등 이름만 내걸어도 럭셔리한 기운이 광채를 뽐내는 것만 같은 명품의 네임밸류는 누구나 하나쯤은 마련하고 싶은 소양적 아이템이 될지도 모른다. 

 

 이 영화의 원작소설은 미국 본토에서 2005년 출간되어 5달동안 뉴욕타임즈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머무르며 화제가 되었고 현재 국내에서도 무난하게 베스트셀러의 순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어쩌면 독자들은 프라다를 입는 '악마'보다도 악마가 입는다는 '프라다'에 혹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악마로 은유되는 미란다 프레슬리(메릴 스트립 역)는 실존하는 '보그'의 편집장인 안나 윈투어를 벤치마킹한 모델로 그녀의 비서직을 수행했던 작가 본인, 로렌 와이스버거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탄생한 작품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된 소설의 허구성은 은연중의 신빙성을 획득하며 상상력과 결합된 현실적 생동감을 획득한다. 그리고 영화는 소설의 내용을 스크린에 구현하는 것 그 자체에 온 힘을 쏟은 것 같다.

 

 일단 이 영화는 주인공인 앤드리아(앤 헤서웨이)의 경험담이자 그녀의 성공담이며 성장일화에 가깝다. 그러나 그 경험담에는 악마로 투영되는 미란다라는 거물 패셔니스트에 대한 관찰과 목격이 얹혀진다. 무엇보다도 영화를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미란다라는 독특한 캐릭터에 대한 관찰 그 자체에 있다.

 

 영화의 이야기의 출발점인 미란다와 그 이야기의 축인 앤드리아의 관계는 독특하다. 미란다의 일방통행성 명령에 사력을 다해 임무완수를 펼치는 앤드리아의 모습은 일반적인 상하관계면서도 앤드리아의 변화를 부르는 미란다의 성향은 사제지간의 모습처럼도 느껴진다. 마치 융화되지 못할 것 같은 두 인물이 서로를 통해 모종의 변화를 꾀하고 의지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흥미롭다.

 

 패션업계에서 최고의 실력자이자 권력자인 미란다는 그 실력만큼이나 유명한 괴팍함으로 자신의 비서들을 여러차례 좌절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빈자리에 지원한 앤드리아는 평범하기 짝이 없는 자신의 패션감각으로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그 자리를 꿰찬다. 세계 최고의 패셔니스트의 시중을 드는 서민적인 비서의 만남. 이로부터 이야기는 쉴새없이 생성된다.

 

 사실 우리가 사치의 대명사로 여기는 명품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있는 자와 없는 자의 빈부격차를 일단 논외로 치고 있는 자의 입장에서 살펴본다면 명품이라는 것은 자신들의 품격을 증명해줄만한 실용성이 될지도 모른다. 소비의 한계가 없는 부자들의 주머니를 여는 것은 명품이고 그들에게 자신의 성공도에 대한 자부심을 일꺠우고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단적인 상징성이다. 쉽게 말하자면 명품은 그것을 누릴 수 있는 여건이 되는 환경안에서 소비로써의 미덕이 된다.

 

 영화는 그런 점을 간과하지 않는다. 단순히 인물간의 좌충우돌하는 모양새를 그려낸 코믹함만을 어필했다면 이 작품은 무난한 보통의 이야기에 머물렀겟지만 명품을 걸치는 최고의 정점에 선 여자의 고독과 그를 지켜보는 평범한 여성의 자아찾기 과정이라는 진지한 고민을 부담스럽지 않게 얹어놓으며 보통 이상의 무언가를 어필한다.

 

 값비싼 명품을 주렁주렁 몸에 걸쳐야만 그 사람의 품격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자신의 열악한 현실에 명품을 도배해봤자 삶은 그리 여유롭지 않다는 것. 결국 명품은 그 값어치만큼의 몸값을 하는 이들에게 유용하다는 것. 그리고 굳이 자신의 삶을 프라다도 도배하지 않아도 결코 삶이 비루하지 않다는 것.

 

 자신의 평범한 스타일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명품은 사치라고 여기던 앤드리아가 미란다에게 인정받기 위해 자신의 스타일을 바꿔가는 과정은 즐겁다. 하지만 어느 하나를 얻기 위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한다는 나이젤(스탠리 투치 역)의 말처럼 그녀는 비서로써의 인정 대신 자신의 사랑과 삶을 잃어간다. 그리고 미란다의 쓸쓸한 삶을 목격하고 그녀의 삶이 추구하는 허상을 목격한 앤드리아는 자신에게 걸쳐진 명품보다도 소중한 삶이 무언인가를 깨닫는다. 자신에게 어째서 값비싼 명품이 필요하지 않은 것인지를 깨닫는다. 그런 일련의 과정은 이 영화로부터 얻어지는 고고한 진리로 손을 뻗는다.

 

 프라다를 입어야 하는 인생과 프라다를 입지 않아도 되는 인생은 단순한 빈부격차로 논할 수 있는 물질적 현상만은 아니라는 것. 프라다를 얻음으로써 버려야하는 것도 있다는 것. 그것이 이 영화가 관객에게 은연중에 전달하는 메세지가 아닐까.

 

 또한 미란다 프레슬리라는 괴짜 캐릭터로부터 느껴지는 내면적인 쓸쓸함과 내색하지 않는 인간미는 냉정하고 까탈스러운 그녀의 모습을 미워할 수 없게 만들며 오히려 매력으로 승화시킨다. 이는 미란다를 연기하는 메릴 스트립의 줄충한 연기가 한몫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만 같다.

 

 프라다를 걸치지 않아도 세상을 살아가는 법은 많다. 다만 우리는 프라다를 지녀야만 세상에서 성공했다고 믿는다. 중요한 건 프라다를 입는 행위가 아니다. 프라다의 허영성에 빠지기 전에 프라다의 유용함을 즐길 수 있는 위치에 오르는 것. 그리고 자신의 삶을 찾는 것. 그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이 영화는 되뇌인다. 명품을 소비하는 이들에게 프라다는 유용하다는 것.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는 정말 사치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프라다를 걸쳐야만 행복한 것이 아니라는 것. 진정한 행복은 프라다의 가격표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것이 이 영화로부터 배울 수 있는 작은 진리다. 그래도 영화속의 명품들이 눈을 현혹하는 것은 호화로움에 대한 동경심에 대한 대리만족 욕구가 살아있기 때문일까.

 

                             -written by kharismania-


(총 0명 참여)
ccaico
책을 본것은 아니라 재미있게 봤어요+ㅁ=
(책을 읽은사람은 영화를 싫어하지만..) 그런 형상이야 뭐~
책읽은 사람에게는 비추~   
2006-09-27 19:55
1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006, The Devil Wears Prada)
배급사 : (주)퍼스트런, 글뫼(주)
수입사 : (주)퍼스트런 / 공식홈페이지 : http://www.foxkorea.co.kr/dev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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