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연 : 중국영화의 빛과 그림자를 절실히 느끼는 영화
야연은 원래 장쯔이가 나온다는 이유 하나로 기대된 것과 해외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터라 예상외로 조금 더 기대하게 된 영화다. 대체 유럽에서 어떻게 보았길래 그렇게 찬사를 했었나 하는 점이 끌리게 된 영화다.
야연의 볼거리
중국의 역사를 투영한 영화 속 인물과 이야기
중국의 역사를 한 번쯤 보게 되면 참으로 많은 국가가 세워지고 사라졌다. 중국을 통일하고 단일 국가가 된다해도 2-300년이 고작일 정도로 중국의 역사는 참으로 복잡하고 다양하다. 그러한 탓에 다양한 모습의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영화 자체의 인물 설정을 한 번 살펴보자.
황실의 암투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황제, 태자를 대신해 황제가 되는 삼촌, 아들의 처까지 왕비로 삼는 황제 한 국가를 파멸로 이끈 절세미인, 한 지방의 호족 신분으로 황제로 오른 자,
이 모든 이야기들이 하나하나 어울려 만들어 낸 것이 바로 야연이다.
이러한 인물구조는 중국의 무협이나 역사 소설을 좋아하는 이라면 아마도 이 영화 속에 있는 그들의 그림자들을 유추해내는 재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야연의 아쉬움
서양의 감성에 맞춰버린 중국 영화
이 영화의 제일의 아쉬움이 뭐냐고 묻는다면 서양의 눈에 맞춘 중국영화의 전형이라고 본다.
햄릿을 연상케 하는 내용이라지만, 실은 그들의 눈에 비춰지는 관점에서의 모습이 정확할 것이다. 물론 그보다는 황실 특유의 암투와 심리전을 더욱더 잘 표현했지만, 정작 그 모습은 전형적인 캐릭터의 범주를 벗어나질 못했다.
또한, 규모는 헐리웃 블록버스터 영화에 못지 않게 보이지만, 실제 액션은 펼쳐보이는 건 큰 규모가 아니라 작은 규모일 뿐이다. 그로인해 정작 그 큰 모습을 기대하게 만든 클라이막스 장면에서 오히려 철저히 작은 장면으로 가버린 탓에 적잖게 실망하게 된다.
이는 액션 자체를 논하자면, 중국 영화 자체의 맹점이라고 본다. 와이어 액션으로 표현해내는 것으로는 큰 규모를 표현하기에는 솔직히 힘들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들이 추구한 중국적인 영화이지만, 서양에서 보는오리엔탈리즘을 답습한 작품으로 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그들은 건 아마도 자신들의 기호 속에 있던 모습들이 담긴 영화인 <야연>의 모습에서 자신들의 정서적인 공감대와 판타지를 찾으려 했다고 본다.
중국 영화이건만, 일본 영화의 모습을 떠올리다.
영화 자체로 논하자면, 펑 샤오강 감독은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이 일본의 색을 담은 시대극을 만든 것처럼 중국의 색이 명확히 보여지는 시대극을 만들기 위해 인물의 관계나 심리는 잘 살렸내었지만, 액션의 규모나 표현에 있어서는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에 비해 새로울 것이 없다. 이는 이미 몇몇 일본 영화들의 그림자가 내 시야를 가린 것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마 내 눈에는 중국적인 색채보다는 그 속에 담긴 일본영화 적인 모습을 발견하고선 그런 생각이 드는 지 모른다. 그런 면이 새롭지 못하고 오히려 진부해 보였다.
야연을 보고
중국영화의 빛과 그림자를 보다
야연은 참으로 중국영화다운 면모를 지니고 있다. 중국 역사의 한 모습을 참으로 잘 표현한 영화이다. 다만, 그 모습이 중국 영화의 획일적인 감성에서 오는 한계성이라고 생각한다.
중국 특유의 화려한 의상과 액션, 내러티브들이 살아있긴 하지만, 개인적인 바램은 그들이 좋아하고 잘 알려진 무협이나 역사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표현해내는 것처럼 스케일이 큰 전투 씬이나 영상를 표현했더라면 조금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야연은 영화 속에서 영상을 표현하는 데 있어 사건을 중시하기 보다는 인물에 대한 부분을 치중하고 말았다. 그 탓에 영화에서 큰 그림을 그려보이지 못하고 작은 그림으로 줄어들고 말았다. 이는 중국에서 불고 있는 무협영화 붐 속에서 느끼는 빛과 그림자를 절실하게 느끼게 한다.
유럽에서 호응받은 건 상대적으로 그들의 자랑이라고 말하는 세익스피어의 모습을 볼 수 있었기에 그렇게 받아들여졌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보고 난 뒤에는 호감에 비해 씁쓸한 감정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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