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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공허함을 채우는 영상미 야연
kharismania 2006-09-18 오전 2:58:48 1546   [6]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가장 유명한 햄릿은 왕가의 비극을 다룬 작품으로써 지금도 전세계 많은 이들에게 읽히고 있는 명작이다. -책을 못 읽어봤더라도 '죽느냐 혹은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명구절은 들어봤을테다.- 엇갈린 운명과 복수, 음모가 엉켜진 한편의 비극적 로맨스는 세기를 넘어 여전히 독자의 감성을 자극한다.

 

 만일 햄릿의 배경이 중국의 황실이라면 아마도 야연은 그런 상상을 구체적으로 보여줄 법한 영화다. 마치 햄릿의 이야기 설정을 그대로 끌어들여 그 위에 동양적인 색채로 수를 놓은 것만 같다.

 

 혼란스럽던 중원의 5대 10국 시대를 간략하게 곁들이며 영화는 시작한다. 혼란스럽던 그 시절만큼이나 황궁도 혼란스럽다. 황제는 침실에서 전갈에게 물려죽었지만 황위에 오르기 위한 그의 동생이 꾸민 음모에 가깝다. 그리고 전 황후는 현 황제에게 황태자의 목숨을 볼모로 자신의 황후가 될 것을 종용당한다. 이에 황후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웃음을 띄며 그의 손을 잡는다.

 

 일단 이 영화는 빼어난 영상미로 관객의 눈을 홀린다. 마치 한 폭의 수려한 동양화를 보듯 화려하면서도 귀품있는 색채들이 화면을 가득 메운다. 또한 그런 색채만큼이나 아름다운 풍경과 권위적인 황실을 묘사하듯 웅장하게 그려낸다. 지독하게 사치스러우면서도 고풍적이고 화려한 황궁의 내부와 황실의 의상은 단연 이 영화에서 간과할 수 없는 미장셴이다.

 

 또한 화려하면서도 절제되고 춤을 추듯 우아한 액션도 감탄스럽다. 와호장룡의 우아함과 매트릭스의 스타일리쉬함을 성공적으로 어필시킨 원화평의 솜씨가 배어 든 이 영화의 액션씬은 마치 발레 동작을 응용한 것처럼 우아하면서도 섬세하다. 마치 춤을 추듯 몸을 운신하는 배우들의 동작은 하나하나가 예술적인 경지에 오르듯 아름답다. 그럼과 동시에 과장되거나 현란한 기교보다는 절제된 우아함안에서 유연하고 부드럽게 물흐르듯 흘러가는 동작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킨다. 마치 액션 동작마저도 감성적으로 느껴질만큼 아름답다. 특히 황태자와 황후의 대련씬은 이런 감성이 극대화된 장면이다.

 

 또한 이 영화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뚜렷하게 각인되는 캐릭터들이다. 햄릿을 연상시키는 영화의 스토리라인에 변주를 꾀하는 것은 캐릭터이며 그 중에서도 장쯔이가 연기하는 황후와 주신이 연기하는 칭이다. 자신의 사랑앞에서 적극적인 여성캐릭터는 이 영화가 햄릿을 오마쥬했거나 페르소나로 삼았던간에 두 작품을 양분할 수 있는 분기점이 된다. 햄릿의 거트루드에 대입되는 황우 완은 자신의 배다른 아들이자 과거 연인이었던 우 루안의 복위와 사랑의 재달성을 위해 적극적인 활약을 보인다. 또한 우 루안의 약혼녀인 칭은 햄릿의 오필리아에 대입할 수 있는데 햄릿의 그녀와는 달리 차분하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이를 위해 자신의 목숨조차 아끼지 않는 헌신성을 보인다. 여성들의 약진. 이것이 이 영화가 보여주는 캐릭터적인 특징이다.

 

 배우들의 연기도 만족스럽다. 특히나 장쯔이의 연기는 물이 올랐다는 느낌인데 게이샤의 추억에서 관능미를 어렴풋이 발산하던 그녀는 이 작품에서 노골적으로 관능미를 표출한다. 또한 갈우는 비열하면서도 자신의 사랑앞에서만큼은 진실한 황제 리 역할을 잘 소화해냈다.     

 

 이영화는 거대한 미장셴으로 가득차 있는 것 같다. 화려하고 웅장한 셋트와 원색적이면서도 천박하지 않은 색감, 고풍적이면서 우아한 의상. 상황에 따라 비장감과 처연함을 증폭시키는 음악. 모든 것이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무엇보다도 이영화가 탁월했던 것은 공간의 활용이었다. 좁고 제약적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대결씬은 굳히 넓고 거대한 규모의 스펙타클을 지향해야만 할 필요가 없음을 입증한다.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긴밀한 섬세함이 스피디하면서도 절제된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

 

 물론 가끔 상황에 비해 지나치게 진지해서 깊게 와닿지 않는 대사들이 눈에 띄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이야기적 측면에서 크게 흠잡을 이유는 없어보인다. 또한 그런 작은 단점마저 이 영화의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흐릿해지는 것만 같다.

 

 사랑이야기에 주력하지만 이 영화는 은밀한 욕망을 어필하기도 한다. 자신의 형인 황제를 암살하여 그 자리를 꿰차지만 자신의 사랑이 허망함을 깨닫는 새 황제나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자신의 사랑을 보존하려하는 황후에게 남는 건 자신의 의도와는 다른 여황후의 등극이다. 결국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자신의 손에 쥐어지는 것은 자신이 갈구하던 것이 아니다. 영화의 결말은 공허하다. 그리고 그 공허함에 이영화의 뺴어난 아름다움이 스며든다.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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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연(2006, The Banquet / 夜宴)
배급사 : 롯데쇼핑(주)롯데엔터테인먼트
수입사 : (주)코리아스크린 / 공식홈페이지 : http://www.yaye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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