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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나비>희망과 망각의 이차방정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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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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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lld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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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01 오후 12:26: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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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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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란 영화는 제작 과정에서도 그렇게 주목을 받지는 못했던 영화같다. 주목받을 스타가 없었던 것이 주요한 원인일수도 있지만. 그런 영화가 주목을 받은것은 연극배우 김호정씨의 국제 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때문이다. 우리나라 여자 배우가 영화제에서 여우 주연상을 받은 경우를 떠올려보면 강수연, 신혜수씨 정도가 얼핏 기억나는 정도이다.
일단 많은 사람들이 영화제 수상작 혹은 예술영화라고 하면 지루하거나 재미없는 영화를 많이 떠올리곤한다. 사실 많은 명작이라 불리우는 영화들이 재미없고 지루한 경우가 태반이었다. 그럼 이렇게 영화제 여우 주연상을 받으면서, 망각 바이러스라는 SF에 가까운 소재를 가지고 진행되는 이 영화 나비는 어떠한가?
먼저 나비의 이야기를 보자.
영화 "나비"는 가까운 미래의 어떤 시간속의 서울이다. 산성비때문에 비를 맞으면 안되고 혹시라도 맞아도 바로 샤워하지 않으면 안되는 도시. 망각 바이러스라는 것이 존재해 그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모든 기억을 잊을 수 있다는 도시. 그 망각바이러스로 안내해주는 여행사가 있을 정도로 "잊고 싶은 기억을 지우기 위해" 오는 관광객이 많은 도시. 거리의 뒷골목에는 납중독자들이 넘쳐나고, 그 납중독자들을 수용소에 넣기 위해 신고싸이트까지 운영되고 있는 도시. 임신한 납중독자 여성들은 수용소에서 강제로 유산수술을 강요받는 도시.
그 도시에 어릴적 독일로 떠난 안나김(김호정)이 망각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위해 온다. 그 안나를 안내할 가이드는 유키(강혜정), 그리고 안나와 유키를 태우고 다니는 여행사 택시 운전사는 K(장현성).
이 세 사람의 이름을 보자. 안나, 유키, 이름도 없는 K, 모두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국 이름이 아니다. 모두 이방인의 이름이거나 존재하지 않는 이름으로 존재한다. 왜 이 영화에서 이들은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한국인으로 만나면서 모두 낯선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일단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은 Butterfly가 아니라 Nabi이다. 한국말로 된 나비를 그래로 적은 영화 나비. 왜 Nabi라고 붙였을까? 일단 이 영화에서는 나비는 그 형체가 뚜렷하지 않고, 비오는 바닥에 닿으면 빛처럼 사라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리저리 움직여 다니는 망각의 바이러스로 안내해주는 길 표지자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주인공은 망각 바이러스일텐데 제목은 나비이다. 실제로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나비는 전부 다 합쳐서 30초도 안나온다. 그렇다면 이 영화에서 말하는 나비란 또다른 의미일것이다. Butterfly가 아닌 다른 의미말이다.
망각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위해 서울에 오자마자 바이러스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지만, 택시 운전기사부터 합승을 하지 않나, 사고가 나서 가이드가 임신한 것을 알지 않나, 하여간에 일정대로 되는것은 하나도 없다. 가이드 유키는 납중독자로 밝혀져 수용소로 끌려가고. 그러는 과정에서 영화의 이야기 속에서 망각의 바이러스는 잊혀진다. 즉 영화안에서조차 망각의 바이러스는 잊혀진다. 그리고 나서 임신한 유키를 수용소에서 꺼내어주는 안나. 희망대로 바닷가의 바다속에서 아이를 낳는 유키. 그리고 유키를 신고했다가 다시 도와주는 운전사 K. 그리고 유키의 아이를 입양하는 K. 아무리 정리를 하려고 해도 이정도로 밖에 정리되지 않는 난해한 이야기가 이 영화 나비의 줄거리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 나비는 잘못만든 영화인가 아니면 예술영화인가? 국제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을 정도면 그냥 쓰레기같은 영화는 아닐텐데 영화는 그냥 보기에는 분명 난해하고 지루하다. 그런 느낌은 핸드 카메라로 카메라의 떨림이 그대로 전달되는 화면속의 불안함속에서 더욱 가중된다.
영화를 이제 분석해보자.
영화 나비의 중심 코드는 "망각"과 희망이다. "망각"은 아이때문에 슬픈 기억이 있는 안나의 중심 축이며, 희망은 "아이를 낳고 싶은 유키"와 "자신의 진짜 이름과 나이와 가족을 찾고싶은 K"가 중심을 이룬다. 영화의 주인공 안나는 망각, 기억상실을 원한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아이문제인것 같다.(영화에서는 별로 설명이 없다) 그런 그녀에게 가이드는 납중독자 이고, 운전기사는 가족을 찾기위해 자신의 어릴적 사진이 붙어있는 택시를 몰고 끊임없이 사람들을 합승시킨다. 거기에 합승한 손님과 싸우기도 하고. 망각을 위해 떠나온 긴 여정의 시작에 희망을 찾는 사람들의 이상한 행동이 계속 그녀의 희망을 꺽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거기에 왜 나비가 들어가는 것일까? 바이러스를 찾기 위한 그 많은 소재에도 불구하고 왜 나비를 선택한 것일까? 나비는 한 계절을 살고 사라지는 운명이다. 단 한계절조차 넘기지 못하는 짧은 생명에도 화려하고 아름다운 색을 뽐내며 살아가다가 어디서 어떻게 죽는지도 모르고 죽는다. 이 영화속의 주인공들도 그런 느낌의 삶을 살아간다. 무엇인지, 무언가를 다 잊기위해 온 안나의 고통도 영화속에서 망각의 바이러스를 통하지 않고 극복되며, 그 과정에서 밝혀지는 안나의 과거는 아무리 잊으려고 해도 삶속에서 잊혀져야만 하는 고통은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잊혀지거나 혹은 극복되지 않은 고통은 없다라는 것을 이야기해주고 있는 것이다.
유키와 K는 각각 다른 형태의 희망이 있다. 그러나, 아이를 원하는 유키나 가족을 원하는 K는 모두 그들의 소원을 이룬다. 그들은 망각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기억을 잃기를 바라는 손님들을 안내하면서, 그리고 몇번씩이나 찾아오며, 그 기억조차 없는 그들의 모습을 보거나 깨닫는다. 그런 그들은 망각의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은 바라지 않으며, 오히려 그것을 이겨내고 자신의 희망을 찾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인다. 유키는 납중독자이면서도 아이를 갖고, 그 아이가 기형아일지도 모르지만 희망을 갖고 그 아이를 낳기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K는 택시에 자신의 사진과 방송을 통해 혹시나 아는 사람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 그들에게 남는것은 그들의 희망처럼 유키에게는 아이, k에게는 가족이 생기게 된다. 혹시 눈치빠른 분들이라면 이 영화의 결론을 짐작하시겠지만, 직접 이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망각이, 기억상실이 삶의 문제에서 도망치는 방법이 절대 될 수 없다는 것을,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영화는 "희망"을 삶의 목표이자 방법을로 제시하고 있으며, 나비는 그런 그들의 삶을 대변하는 매개체일 뿐이다. 어떻게 살아도 결국은 어디서 어떻게 사라지는지도 모르고 사라지는 나비와 같은 삶을 대변해주는 매개체말이다. 그래서 영화는 나비(Nabi)이다. Butterfly가 아닌 것이다. 나비란 말이 한국사람들에게 주는 느낌을 영어 Butterfly로는 표현하기 힘들기에 Nabi가 되는 것이다. 힘들지만 삶의 희망을 노래하는 영화 나비에게 예술영화의 타이틀을 붙이는데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역시 지나치게 상징적인 화면들과 거친 편집, 그리고 어두운 화면이 영화보는 재미를 감소시킨것은 지적하고 싶다. 흥행을 기대하기는 힘들겠지만, 영화매니아라면 한번쯤 보고 영화에서 어떤 메시지를 찾을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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