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 그녀와 그의 이야기
이미 한 번 본 뒤, 다시금 극장을 찾게 되었다.
다시 본 이유라면, 무언가를 다시금 확인해 보고 싶었던 욕구가 아니었나 싶다.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서 매춘을 떠올리다.
시대에 따라 변하는 여인:<매춘>VS<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영화를 본 뒤 문득 <매춘>을 떠올렸다.
그것이 어떤 의미를 말하기 보다는 그저 그런 여성들의 모습이 문득 떠올라 버렸다.
- 영화 속의 여인들
이 영화 속의 여인들은 룸살롱걸들이다.
그녀들은 나름대로 자신의 몸짓과 웃음으로 살아가는 여인이다. 언젠가 그러한 여인들을 소재로 한 영화를 살펴 보면, 80년 대 말 매춘부를 소재로 한 <매춘>을 들 수 있다.
그 당시의 영화에서는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자신의 한 몸을 바쳐 뒷바라지하는 몸이 아닌 마음이 순수한 여성이었지만, 남자의 변심으로 인해 결국 자멸해가는 여성상을 그렸다. 2000년대에 들어서서 그러한 모습도 그들의 사랑도 시간이 흐른 만큼 다른 모습으로 변했다. 이 영화도 그런 측면으로 바라 볼 수 있다. 이전에는 자주 사용되던 매춘부라는 말보다는 이젠 나가요걸이나 룸살롱걸로 그 이름만 바뀌었을 뿐이다.
이 영화에서는 수많은 룸살롱걸 중에서 2명의 여인인 연아와 경아가 연애를 한다. 이들은 제각각 영운과 그의 친구 준희와 연애를 한다.
영운과 연아는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 사랑과 이별을 반복하며, 미운 고운 정이 다들어 서로 보듬어 안고 지낸다면, 그에 반해, 준희, 경아 커플은 일편단심 민들레인 경아의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기둥서방인 준희를 보살피며 지낸다.
연아는 룸살롱걸이지만, 자신의 사랑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는 자신에게 너무나 충실한 여성이다. 그녀의 모습은 <매춘>에서의 나영을 보는 긋 하다.
반면, 경아는 연아와 같은 룸살롱걸이지만, 마음만은 예전의 전통적인 여성적인 면을 지닌 여성이다. 그녀의 모습은 <매춘>에서의 문희를 보는 듯하다.
이렇듯 시대가 변하면서 그들이 보여주는 연애관 역시 다르다.
<매춘>에서는 너무나 유약한 여자의 지고지순한 사랑과 여성간의 의리가 이야기의 중심이었다면 이 영화는 그와는 반대로 겉은 한없이 강한 여자이지만 사랑엔 약한여자이며, 솔직함과 당돌함,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중시하는 자기 중심적인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 남성상
<매춘>에서는 착한 남자지만 신분적, 사회적 욕구로 인해 배신하는 존재와 그녀를 사랑하는 조폭이 등장했다면, 이 영화에서는 착한남자라기 보단 자신의 욕구에 충실한 남자이기에 자신의 이익에 급급한 자기 중심적인 남자들이 등장한다. 그건 그 당시와는 달리 자신을 중시하는 세태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것이라고 본다.
- 영화 속 이야기와 시선
두 영화는 흘러간 시간 만큼이나 세태를 보여주는 시선 역시 다르다.
전자의 경우, 사랑이 비극적인 종말을 맞이한다면 타락이나 자살등의 극단적인 방식을 취하지만, 이 영화에서의 그녀들은 그러한 방식을 취하지는 않는다. 결국 알고 있는 결말을 향해 달리면서도 서로간의 질기고 질긴 인연의 굴레에서 맛물려 세상을 살아갈 뿐이다.
이야기 역시 확연히 다르다. 전자에서 이야기의 중심에는 조폭들을 내세우지만, 그들을 중심으로 내세우기보다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이야기의 중심으로 끌여들여 본격적인 연애담에 충실한 것 역시 눈여겨볼만하다.
영화 속 시선 역시 전자는 상대적으로 여성 중심적으로 그린 시각이 돋보였다면, 후자는 남성과 여성의 시각을 같이 보여준다.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보고 볼 때 마다 달라지는 영화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원래 영화라는 게 볼 때마다 그 느낌이 조금씩 달라진다고 본다. 이번 역시 처음 느낌과 두 번째 본 느낌은 조금 그 모습이 변해갔다. 처음에는 그들의 연애질 자체에 사랑에 대한 모든 맛을 보여줬고 그들의 모습에서 내가 알던 내 친구들의 연애담을 떠올렸었다. 두번째에는 그런 모습에서 나아가 조금 더 아픈 연애질을 보여줬더라면 아마도 그와는 더 잔인한 연애담에 대해 생각하기도 했고, 옛 영화인 <매춘>이란 영화를 다시금 떠올리게 되었던 만큼 그 모습은 조금은 또 변해갔다. 아마도 영화를 더 즐기면서 여러가지를 떠올린 탓에 그 감정이 조금 달라졌던 게 아닌가 싶다.
그녀와 그의 이야기
이 영화를 보면서 드는 일관적인 생각은 아무래도 연애의 단맛, 쓴맛, 뒷맛들이 다 들어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이 영화에서 나오는 영운과 연아의 이야기가 중심이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비단 그들의 이야기일 뿐만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이야기라고 본다.
예전이라면 사랑이 전부라는 게 주로 등장했지만 이제는 그건 조금은 구시대 유물처럼 변모했고 연애 따로 결혼 따로 하는 게 요즘 연애 이야기라고 본다. 서로가 조건을 보면서 서로에게 맞추는 것에 대해 과연 나 역시 그 생각에 자유롭다고는 생각되지 않기 때문에 드는 생각일까.
이 영화를 다시 본 건 바로 그것을 확인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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