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나를 버렸다! 하지만 나는 국가를 버리지 않았다! 비장미 넘치는 이들의 외침은 냉전시대의 종식과 함께 묻혀버린 일이 된다. <실미도>는 '김일성의 목을 따라'라는 임무를 지닌 실제로 존재했던 북파공작원의 일화를 다루고 있다.
분단사회의 비극속에 탄생한 이들은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들이거나 범죄를 저질러 사형을 앞둔 사형수들이다. 죽음이라는 막다른 골목에서 선택한 실미도...하지만 그들의 실미도행은 죽음을 선택한 것 보다 더 고통스러운 일이 되었다.
실화를 토대로 한 영화가 으레 그렇듯이 이 영화도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영화 자체는 아쉬운 점이 많다. 특수부대였기 때문에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훈련이 있었을텐데...평범해보이는 훈련장면, 블록버스터라 하기에는 너무나 초라한 전투신, 부족한 연출력, 좋은 소재를 100%활용하지 못한 시나리오...등등 아쉬운 점이 많다.
나는 국가를 선택했다. 하지만 국가는 나를 버렸다. 너무나 비장미 넘치는 이러한 외침과는 달리 그들이 청와대로 간 이유에 대한 개연성과 그들이 최후를 맞는 과정이 관객들로 하여금 그들의 입장에서 분노와 억울함을 이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공감가지 않는 입장에서 억지로 이끌어내는 듯한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그들이 청와대로 간 까닭은? 국가가 자신을 버리려고 했기 때문에?...그냥 듣기에는 충분히 이유가 있어 보이지만 영화에서는 그 이유에 대한 공감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분단국가, 그 특수한 상황에서의 북파공작원부대, 하지만 냉전시대가 종식되고 남북한 관계가 급격히 좋아지게 됨에 따라 그들은 국가로부터 버림받는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울부짖던 그들의 최후, 이런 좋은 소재를 가지고도 너무나도 허전하고 부족한 영화를 만들었다는 사실에 아쉽다는 생각밖에 없다. 더군다나 실제로 부대원들은 범죄자들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이고 돈을 마음껏 준다는 이끌림에 끌려왔던 힘없는 청년들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감독 나름대로의 연출철학과 시각이 있을 것이다. 그가 어떤 시각이 있고 어떤 철학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그건 영화를 보고 실망한 내게는 비겁한 변명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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