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월 11일, 납치된 비행기는 총 4대. 두 대는 다들 너무나 잘 알다시피 무역센터빌딩에 충돌했고, 한 대는 펜타곤에 충돌했다. 나머지 한 대는 어떻게 되었을까.
영화 '플라이트93'은 나머지 한 대인 'United Airline 93'기의 탑승에서부터 마지막까지의 두 시간을 마치 사고 당시 기내에 설치되어 있던 카메라로 찍은 듯 적나라하고 격렬하게 보여준다.
블랙박스 내용과, 탑승자들과 유가족들간의 통화 기록을 토대로, 사고 당시의 상황을 완벽하게 재현해 냈다는 이 영화에는 눈물나는 감동도, 가슴뛰는 영웅 스토리도, 기막힌 반전도 없다. 다만, 이것이 영화가 아니라 실제 상황이었다는 사실이 끔찍하고, 가슴 아플 따름이다.
그날 처음 뉴스를 들었을 때 솔직히 마음속 한 구석에 '미국, 쌤통이다'라는 감정도 살짝 있었던 것을 고백한다. 이 자리에서 나는 그 날 목숨을 잃은 무고한 사람들 앞에 고개를 조아려 사죄한다.
전쟁을 하려면 당신들끼리 하라. 테러를 하려면 그들의 집에, 그들의 차에 해라. 제발, 당신들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당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우리의 목숨을 가지고 흥정하지 말아라.. 제발..
=======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게 된 40여명의 탑승자들이 국적, 성별, 나이를 불문하고 하나같이 마지막으로 한 행동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사랑한다'고 말하는 거였다.
우리 어머니가 외할머니 돌아가시기 직전에 건넨 한 마디도 '사랑한다'였다.
나는 내 삶의 마지막에, 혹은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 길에, 그렇게 다급하게 외치고 싶지는 않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설령 얼굴을 보지 못하고 영영 헤어진다 해도 '그래, 그 사람이 날 사랑해줘서 내 삶은 행복했지'
라고 느끼며 갈 수 있도록, 평생을 다해 표현하고 알려주고 싶다.
사랑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