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참 많습니다. 제가 본 것만 해도 적지 않은 수이니까요. 영화뿐인가요? 텔레비전 시리즈도 있었죠. [머나먼 정글] 기억나시나요? 주제가가 더 기억에 남는 이 텔레비 전 시리즈는 미국 우월주의보다도 전쟁 속에 파묻혀가는 병사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담고 있어서 늦은 밤 잊지 않고 봤던 외화였습니 다. 비슷한 시기에 봤던 영화가 [지옥의 묵시록]이었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지옥의 묵시록:리덕스]가 개봉한다는 이 야기를 들었습니다. 잊고 있던 영화였는데 기억을 더듬어 보니 생 각나는 거라곤 말론 브란도와 마틴 쉰, 베트남전, 헬기, 클래식 그 리고 도저히 끝이 없을 것 같던 길고 긴 강뿐이더군요. 조각조각은 기억이 나는데 [지옥의 묵시록]이라는 영화 한 편으론 도저히 연결 이 안 되는 겁니다. 왜일까 잘 생각해보니... 보다가 제가 잠이 들 었더군요. --;;; 어렸을 때 오빠가 옆에서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봤 던 영화라서 그런지 ‘정말 지루하다. --;; [대부]는 재미있었는 데...--;; 같은 감독 맞어??’하다가 푹 잠들어 버렸거든요. 한번 잤 었는데 러닝타임이나 49분이나 길어진 영화를 무사히 볼 수 있을 까 걱정됐지만... 그래도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볼 기회가 없을 거 같아서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윌라드 대위의 뺨을 타고 흐르던 땀처럼 숨이 막히는 무거운 더위 가 영화와 저를 짓누릅니다. 윌라드는 커츠 대령에게서 무엇을 찾 고자 한 걸까요. 자신이 자리를 버리고 뛰쳐나간 커츠 대령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본 게 아닐까 싶네요. 그는 커츠를 찾아가는 동안... 그리고 그를 만나서 해답을 얻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어째서 자 신이 돌아갈 수 없는지... 왜 돌아가길 거부하는 건지... 아무리 생 각해도 도저히 알 수가 없고 심지어는 자학을 해도 찾을 수 없는 해답을 커츠에게서 찾으려고 했던 게 아닐까요. 해답을 얻어 평안 을 찾을 수만 있다면 죽어도 좋다는 생각에 특수부대가 투입되어도 마땅할 일에 생판 초짜들을 이끌고 여행을 떠난 것이겠죠. 그러나 그러한 평안은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것이지 남을 통해 찾을 수는 없 는 것입니다. 그걸 깨닫는데 너무 긴 시간이 걸렸네요.
다행히도 잠은 안 잤습니다. --v 확실히 나이 들어서 보니까 전에 는 몰랐던 게 느껴지더군요. 그 느낌 때문에 도저히 잘 수가 없었 구요.(사실은 사운드가 너무 시끄러워서 못 잔 탓도..--;;) 49분이 괜히 붙은 게 아니었습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처음엔 잘 몰랐는데 뒤로 갈수록 마치 영화가 생명을 얻고 자기 혼자 굴러가기 시작한 것처럼 보였거든요. 프란시스 드 코폴라 감독이 히스테릭해져서 질 질 끌려가는 게 보였다고 할까요? 우리나라에 인간이랑 오래 살면 무생물도 혼을 가지게 된다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바로 그렇게 영 혼을 가지게 된 [지옥의 묵시록]이 감독, 스탭, 배우 모두를 기나 긴 지옥에서의 한철로 끌고 들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어쩌면 바로 그 모습 자체가 베트남전이라는 늪에 발을 들여놓은 미국의 모습일 지도 모르겠죠.
[지옥의 묵시록:리덕스]를 보면서 랭보의 시「지옥에서의 한철」이 자꾸 떠오르더군요. 엔딩 크래딧이 올라감과 동시에 제 머리 속은 생각으로 강을 이루었습니다. 윌라드처럼 서서히 거슬러 올라가면 서 겨우 생각을 정리해나갔습니다. 이 영화는 아마 그 시절이었기 에 가능했지 요즘의 허리우드에서는 절대 만들어질 수 없는 영화입 니다. 끌려갈지라도 영화의 고삐를 놓치지 않는 고집이 보여서 참 좋더군요. 코폴라이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지요. 이 영화를 놓치지 않고 극장에서 본 제자신이 대견했습니다. 그리고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자신있게 권하기엔 좀....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