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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면 이들처럼. 전차남
kharismania 2006-08-24 오후 3:29:07 1073   [7]
현대화가 지속될수록 서구의 개인주의가 사회의 곳곳으로 파고든다. 각각의 가정은 단절되고 소통되지 않으며 가정내에서도 서로 문을 닫은채 서로를 가로막는다. 현대인들은 타인의 영역에 침범하지 않는 대신 자신의 영역 역시 침범당하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인터넷의 발달은 자신이 드러나지 않는 상태에서의 익명성을 바탕으로 자아와 분리된 피(彼)자아로써의 활동영역을 구축할 수 있게 한다. 완벽한 개인화가 보장되는 오늘날의 시대는 이렇게 개인들을 철저하게 자신의 방안으로 가두었다.

 

 하지만 직접적인 접촉의 부재로 인한 현대인의 고독은 이런 개인화된 문화의 이면에 자리잡은 그림자같은 우수이다. 점점 취향이 개인화되어 갈수록 주변과의 소통은 부재하고 고립되어간다. 특히나 일본에서 말하는 오타쿠(オタク)들은 심하게 발달된 개인화의 극치를 드러내는 성향을 대변한다. 개인적 취향이나 관심사에 극도로 빠져들어 자신의 취향을 대변하는 물건을 소비하는데 돈을 아끼지 않는 그들은 가끔 유아적 기질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극도로 개인화된 사회성과 맞물려 생각되어져야 할 부분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굳히 이런 사례까지 닿지 않고 우리의 현실에서 돌아보자면 현재 개개인마다 하나씩은 장만하고 있는 블로그나 미니홈피의 인기를 봐도 자신의 취향을 극대화하는 개인만의 공간을 지니고자 하는 현대인의 욕망을 읽어낼 수 있다.

 

 어쩄든 이 영화는 그런 오타쿠가 사랑이라는 과정을 밟아가는 수순을 보여주는 영화다. 그것도 환타지가 아닌 실화에서 비롯된 이야기라는 것. 사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동명의 도서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물론 도서는 단순한 인터넷상의 댓글을 그대로 일목요연하게 옮긴 것 뿐이니 창작물로써의 작품으로써는 처음이라고 해도 좋을지 모르겠다. -전차남은 영화 이후에 드라마와 연극으로 각색되었고 각 장르별로 또다른 재미와 뚜렷한 차이를 보여준다.-

 

 어쩄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는 흥미롭다. 특히나 그것이 허구를 위주로 하는 문학을 매개로 한다면 말이다. 실화는 떄론 진중한 현실에 대한 고찰을 부르는 방식으로 활용되기도 하지만 시시콜콜한 일상적 소담을 부르는 방식으로도 활용된다. 이 영화는 전자가 아닌 후자쪽의 방식으로 소통된다. 그리고 그 소통은 가벼운 웃음과 적당히 거머쥘 수 있는 감동으로 대변될만한 가치가 있다.

 

 22년간 연애한번 못 해본 찌질한 오타쿠는 어느날 전철안에서 취객으로부터 희롱당하는 여성을 우연찮게(?) 구해낸다. 그리고 그녀에게서 보답으로 받은 에르메스 고급찻잔으로 인해 막연하게 품었던 사랑을 키워나가고 싶은 욕망을 느낀다. 그리고 자신의 사연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기 시작하고 예상외로 자신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여주는 이들의 진솔한 댓글에 자신감을 갖고 생애 첫 사랑에 대한 꿈을 현실화해나가려 한다.

 

 전차남(야마다 타카유키 역)과 에르메스(나카타니 미카 역)라는 익명으로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실제이름을 드러내지 않는다. 이것은 이 영화가 택한 소통의 방식에서 비롯된 것인데 중간중간 삽입되는 통신체 언어처럼 젊은 세대의 취향에서 비롯되는 인터넷의 동시다발적인 다양한 시선을 적극 활용하고 있고 이는 이 영화로부터 느껴지는 신선함이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가 재미있는 것은 순진한 남자의 진지한 연애담에 대한 감정을 고스란히 살려낸 감정적 진실성이다. 지나치게 소심해서 오히려 관객을 답답하게 만들 정도의 전차남이지만 그 순수함의 깊이는 에르메스를 감동시키는데 충분하고 그의 사랑에 대한 결실에 이의를 제기할 일말의 이유조차 삭제시킨다. 마치 전차남의 글에 응원답글을 달았던 수많은 일본 네티즌들의 모양새처럼 관객들도 하나같이 그의 연애에 성공을 기원하듯 영화에 감정적 동조를 던지게 만든다.

 

 그러나 이 영화가 단순히 연애담으로 치부할 수 없는 것은 말 그대로 편협한 인터넷의 단면적 소통안에 머물던 현대인들이 직접적인 세상과의 소통을 갈구하는 과정에 있다. 전차남의 글에 답글을 다는 사람들은 각자의 삶을 꾸리지만 무언가 소통에 대한 갈구를 느끼는 이들이다. 각자 서로의 문을 닫은 채 대화가 두절된 젊은 부부와 헤어진 옛애인을 잊지못하는 간호사, 만화방에 틀어박힌 채 무의미하게 삶을 보내는 삼총사, 그리고 자신의 방안에 틀어박혀서 나오지 않는 히키코모리(引きこもり)까지. 이들이 느끼는 것은 결핍의 감정이다. 현실에서 느껴지는 각박함을 등지고 자신만의 공간에 머무르며 소통에 회의감을 느낀 채 살아가는 현대인의 군상을 가벼우면서도 모자람없이 묘사하고 전차남의 변화와 더불어 이들의 변화까지도 세심하게 놓치지 않는다. 이것이 단순히 이 영화가 연애담에 그치지 않고 우리 현실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로써의 확장담으로 여겨지는 면모이다.

 

 또한 인터넷의 폐해가 은연중에 드러나는데 우리는 인터넷의 익명성을 빌려 가끔 넷상에서 스스로를 포장하곤 한다. 자신의 외모적 콤플렉스를 아바타를 통해 대리만족하거나 자신의 결핍된 면모를 과장된 형식으로 보충하려 한다. 하지만 이는 결국 가상현실에서 만들어지는 자신의 모습일 뿐 현실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자신의 솔직한 모습과 다시 대면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인터넷의 가상의 자신에 몰두하고 집착으로 변용되기도 한다. 몇년전부터 심각한 사회문제로 자리잡아버린 온라인 게임의 폐해도 이와 멀지 않은 단면이다.

 

 어쩄든 이 영화는 꽤나 상큼발랄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터넷이라는 디지탈 매체를 통해 아날로그적인 순수함을 끌어낸다는 점에서도 이채롭다. 비록 익명성을 통해 목소리조차 거세된 활자로써 대화하지만 그 좁은 모니터를 통해 나눠지는 것은 단순한 의견나눔이 아닌 공감과 감정적 소통이었다. 그리고 그런 소통은 인간애에 대한 그리움을 머금게 하고 자신이 처해있는 고독을 직감하게 한다. 그래서 부부는 서로를 가리던 문을 열고 대화를 시작하며 삼총사는 만화방을 뛰쳐나와 거리를 활보하고 간호사는 비로소 옛애인의 사진을 멀리 날려보내며 방안에 틀어박혀있던 히키꼬모리 소년은 비로소 햇살의 따스함을 만끽한다.

 

 우리는 모두가 정에 굶주린 존재다. 각자가 자신의 삶안에서 충만하다고 믿지만 결국 그 안에 갈구되는 것은 누군가의 손길이거나 말 한마디의 관심이다. 마치 자신의 미니홈피에 찍힌 조회수에 집착하듯 우리는 누군가의 관심을 원하고 그런 관심안에서 깊은 소통을 원한다. 그것이 사랑이 되었든 우정이 되었든 누군가와 직접적으로 대면하고 인간적인 감정을 나누고자 하는 갈망은 개인화가 진행되는 오늘날 더욱 깊어지는 향수가 아닐까. 전차남의 사랑도 결국 그런 향수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만 그것의 성공에는 많은 사람들의 응원이 뒷받침되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그런 응원이 단순히 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타인과의 소통에 대한 진실된 갈구에서 비롯된 것임을 인지해야 한다. 호감에서 죽여버린 수많은 사랑의 가능성을 간과해버리는 자에게 진실한 사랑이 오지 않는다는 푸념은 어리석다.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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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남(2005, Train Man / 電車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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