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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ast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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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9-21 오전 8:09: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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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두번 보고..이런저런 생각들..
저는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두번 보았습니다..두번을 보게 된 연유와 과정은 이렇습니다..첫번째 감상은 심재명 대표와 관객과의 대화가 주제였던 시네하우스의 시사회였더랬지요..
영화를 보고 돌아온 날 저녁..너무나도 우울하고, 비참하고, 현실이란 이런것일까 하고..되뇌이게 되더군요..얼마나 괴로웠는지 모릅니다..안그래도 요즈음 많이 힘들고 일도 안풀리던 일상이 지속되고 있는데, 울고 싶던차에 뺨을 더 얻어맞는 격이랄까요..참 기억하기 싫었습니다..물론 영화 자체는 무척 재미있고 좋게 보았지만, 영화가 주는 이미지나 메시지를 놓고 생각해볼때, 결코 좋아할수 없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왔습니다..
어느 한 사람이 와이키키를 올해 최고의 영화라고 게시판에 서툰 몇줄짜리 글로 감상을 올렸더기에 얼마나 괜찮을까하는 기대가 있었던 것은 사실였습니다. 그런 기대는 했지만 전작 세친구에서 스타일을 이미 아는 터라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게 되더군요..
제가 생각하는 영화는 영화자체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영화를 보면서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어떤 메시지가 꿈과 희망에 근접하고 감독의 시선을 제시해줄수 있을때 비로소 영화감독도 작가라고 표현되어 진다고 생각되는데 임순례 감독의 이 영화는 희망..꿈이라고는 그림자도 전혀 찾아볼수 없는 무뚝뚝하면서도 지독히도 우울한 영화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솔직하게 말해서 임순례 감독님 이렇게 영화를 만들어도 되나요? 하고 반문이라고 하고싶은 심정였습니다..또 이런 질문도요..그렇게 영화해서 망하거나 죽지않고 살수 있겠니..하고요..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말하려니 "세친구"를 떠올리지 않을수가 없는데 임순례 감독의 존재를 처음 안것이 "코아아트홀"에서의 감독과의 대화시간이었습니다..여담이지만 그때 한 관객이 아마 이런 질문을 던졌죠.."영화 너무 재미있게 보았습니다..그런데 속편을 만들 계획은 없으신가요?" 라는 질문에..임순례 감독은 첫마디가 "세친구가 터미네이터도 아니고 뭐.."라며 상당히 퉁명스럽게 대답하던 때가 기억에 납니다..세친구와 와이키키 작품의 차이가 무척 오랜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내용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유사하다는 점에서 저는 세친구의 속편이라고 보고, 같은 연장선상에 놓여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당시 임순례감독은 세친구가 터미네이터도 아니고라고 말했지만..전체 작품의 이미지가 주는 감독 자신만의 스타일은 세친구에서 와이키키로 달라진 것이 없다고 생각되거든요..
여기까지가 영화를 첫번째 보고나서의 느낌였습니다..영화를 두번봐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상당히 고민이 되었습니다..이제 첫번째 본 영화의 충격(?)에서 어느정도 깨어났는데 다시한번 모험을 걸어볼 필요가 있나하고요..영화를 보고 나서 더 깊은 우울함과 자괴감에 빠져 헤어나지도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앞섰습니다..그런 걱정도 잠시더군요..영화가 이기냐? 내가 이기냐? 어디 한번 맞장 떠보자 하는 결정이 내려지자 영화를 볼려면 제대로 차근차근히 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주요인물은 크게 5명으로 구분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성우 - 베이스주자 강수 - 드러머 정석 - 신디사이저 기태 - 웨이터 인희 - 채소장사
곁가지 인물들은 제외하고 이렇게 5명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돌아가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인희라는 인물인데 마지막에 인희(여성)을 브라더스(남성형제)의 일원으로 포함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주의깊게 생각해봐야 할것 같습니다..임순례 감독 자신이 여성임에도 페미니즘 영화에 속하지 않는 (자신의 말로는 페미니즘 영화제에 초청을 안해준다고 하던데..) 성별이 모호(?)한 입장이 되는데요..영화 내용 자체를 놓고 보더라도..이 영화를 만든 사람이 남자처럼(?) 살아왔다는 것을 알수가 있는것 같습니다..세친구에서도 그랬고, 이번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도 페미니스트들이 늘 주장하는 현대여성의 존재와 역할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이는것 같습니다..인희가 하는 일도 무척 억척스럽고, 행동이나 대사들이 모두 남자의 그것과도 같습니다..설마 그렇게 될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여성만을 위한 여성을 주제로 한 영화를 찍는다면 어떻게 그리게 될지 참 궁금해지는군요..
어쩌면 말입니다..이렇게 보여질수도 있겠습니다..임순례 감독은 세상의 일에 대해서 별로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고요..때로는 불친절하고..고정적이고 무뚝뚝한 카메라의 시선..일상에 대해서 어떤 감독의 제시도 하지 않고, "나 이렇게 살아!" 하고 그대로 보여주고 느끼는 것은 각자의 책임으로 돌리고 말입니다..또 다르게 생각하면 관객에게 감정과 느낌을 최대한 존중하고 있다고 말해도 되겠군요..
등장인물중에서 이중에서 제게 가장 매력적으로 보인 인물은 다름아닌 드러머 강수였는데요..강수는 감정의 기복이 크며 우직하고, 또 자신의 삶을 가장 잘 알면서도 대마초로 인해서 과거에 심각하게까지 가본 경험이 있는 극적인 인물로 여겨집니다..우리 왜 이렇게 사는거지? 하면서 넋두리를 해대고, 낱가리 볏집단에 잠에 취해 불질을 내는 철없는 어른이자 우리들 자신의 모습입니다..자신이 좋아했던 여자를 포기하고, 친구와도 헤어지고, 끝내는 자신의 희망(음악)을 포기하고 새로운 일자리(버스기사)를 찾아서 사회에 그나마 적응하는 소시민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에 가장 극적인 변화가 잘 그려져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었습니다..이런것을 두고 인물에 생명력이 넘치고 동적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연기도 물론 잘했거니와 감독의 애정이 가장 진하게 묻어있는 인물이 바로 드러머 성우가 아니었을까 추측해봅니다..이런 행운의 배역을 가져간 연기자 황정민은 앞으로 주목을 받을 것으로 생각됩니다..(늦게 시작한 영화연기이니만큼 앞으로의 발전을 기원합니다..)
그런 반면에 성우는 항상 적응하지 못하고, 이곳저곳으로..충주로..여수로..흘러가는대로 흘러가는 다소 밋밋하고 평면적인 아웃사이더의 인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성우가 전체의 이야기를 이끌어가지만..감독의 시선은 성우에게 중요하지 않은것 같습니다..평면적인 연기가 가장 어렵다고 하던데..나무랄데 없는 연기였지만 작품의 전체 이미지로 인해서 주인공이 되어야 할 성우가 제대로 조명을 받지 못하고 힘을 잃고 퇴색되어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신디사이저 주자 바람둥이 정석이도 디비볼까요? ^^ 사실 영화속에서 가장 매력없는 인물을 떠올리라면 바람둥이 정석을 꼽겠는데요..그 이유는 등장인물의 목적하고자 하는 내용이 없다는 것입니다..하하..^^; 베이스 성우나 드러머 강수, 웨이터 기태, 채소장사 인희처럼 음악을 목적으로 고집하는 고민이나 내적갈등이 잘 드러나있지 않고, 그저 여자와 한껀으로..문제 일으키고, 현실과 교묘하게 타협하려는 모습이 묻어나오는 배역이었기 때문이죠..상대적으로 음악 하나만을 목적으로 그려지는 다른 등장인물들에 비해 바람둥이,현실주의자였기 때문에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 별로 매력이 없는 인물로 보여졌을지 모르겠습니다..
약방의 감초같은 기태..주목받는 신인 류승범..기태는 이 영화에서의 음악으로 자아실현을 하는 성우의 분신이라고 할까요..누구나 다 느끼고 알다시피 생기발랄하고 재미있게 잘 그려져 있습니다..현재와 과거세대를 잇는 유일한 인물이었죠..무척 중요한 인물였는데 아직 깊이는 없지만..그래도 이 류승범 배우의 무한한 발전을 기대해볼만하게 합니다..신인의 튀는 재능도 마음껏 유감없이 발휘되었으나 밀고 땡기는 완급의 연기가 많이 필요한 것 같았습니다..
그외에도 몇몇 단점들은 눈에 보이는데 가장 두드러지는 문제는 일상적이고 사실적인 면을 부각시킨 나머지 스토리가 단편적으로 보여지는 평이한 이야기구조가 가장 큰 난제입니다..이점은 관객들이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보고나서 어떤점이 명확하게 관객의 기억에 남게될지..후일날 이 작품이 선이 굵고 뚜렷한 작품이었다고 족적으로 남겨질수 있을지 하는 걱정이 앞섭니다..몇몇의 사람들은 영화는 좋은데 라스트가 너무 약하다더니 하는 이야기도 나오고요..물론 감독은 영화 전체도 현실처럼 계속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상성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이야기 할수도 있겠지만 관객의 눈에는 강하게 남는 무엇(기억,감동)을 기대하기 마련이기 때문에요..
반드시 영화가 재미있고, 허리우드적으로 되어야 할 필요는 없겠으나 다음 스토리가 어떻게 진행될지 흥미가 생기지 않고, 불친절한 카메라는 관객의 생각과는 상관없이 사실만을 이야기 하려고 할때 영화와 관객이 따로 놀수도 있거든요..(와이키키 브라더스가 반드시 그런 영화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런 이유때문에 저는 와이키키 브러더스가 대중성 있는 영화라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선뜻 추천하라고 하면 상대를 봐가면서 조심스럽게 추천해야 할텐데 하는 염려부터 들고, 대다수의 사람이 좋아할만한 영화는 아니라는 점에서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난관이 출발하는것 같습니다..아마 명필름에서도 이러한 점을 가장 먼저 간파하고 있기에 한정된 계층만을 대상으로 하는 시사회를 진행하고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개인적으로 와이키키 브라더스가 흥행에도 성공했으면 좋겠습니다..그래서 이런 영화도 흥행에 성공할수 있고, 영화 홍보적면에서나 제작면에서도 모범적인 선례로 남기를 희망합니다..)
제 생각일 뿐이지만 와이키키 브러더스는 이미 성공을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흥행에 상관없이 이 작품은 이미 성공한 작품이며, 돈과 흥행에만 집중하고 갈수록 특정의 몇몇의 영화들만이 대형,물량화 되어가는 우리 영화계 현실에서 이런 대안의 영화도 국내 굴지의 영화사가 제작하고 그것을 관객들에게 인정을 받았다는 데에 의의를 둘수있는것 같습니다..명필름은 이 영화 와이키키 브러더스를 통해서 JSA 공동경비구역의 흥행수익보다 더 거대한 수익인 "좋은 영화를 만들줄 아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간직하게 될것같습니다..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음악영화이니 음악이야기도 하나 덧붙이겠습니다..스코어로 삽입되어 있는 음악들..그중에 내게도 사랑이..이 노래 참 많이 삽입되네요..일방적인 짝사랑이 현실에 어떻게 보여지는지..불후의 명작에서도 나왔지요? 저도 요즘 덩달아서 뽕짝뽕짝 뽕짜자자작~으로 시작하는 함중아의 노래를 자주 듣고 있습니다..간드러지는 목소리로 '내게도 사랑이 있었다면 그것은 오로지 당신뿐이라오..' 한없는 짝사랑..슬픈 외사랑..그래서 더욱 기억에 남는 사랑..음악에 대해서..영화에 대해서..사람에 대해서..또는 어떤 대상에 대해서 다가서면 다가설수록 멀게만 느껴지는 사랑..그래서 시지프스의 바윗돌 같은 거대한 무게감을 느끼기도 합니다..당연한거지만 우리 가요를 통해서 느껴질수 있다는건 역시 우리들만의 정서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그리고 이미테이션 가수들 너훈아, 나윤아, 이엉자, 최고의 연기자들입니다..베스트입니다! 정말..칭찬에 칭찬을 아끼지 않겠습니다..음악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라는 점에서..또 영화속에서 자신의 주어진 제몫을 완벽히 소화해냈다는 점에서 최고의 점수를 주겠습니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보고나서 난 행복한가..하는 물음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오늘따라 유난히 행복이라는 단어를 머리속에 그려봅니다..난 행복한가..난 행복한가..그럴수록 자꾸 머리속에서 맴돌다 사라지는 잔상들..그것들이 실제에서 파도치며 물밀듯이 밀려들었으면 좋겠습니다..
http://my.netian.com/~belastre belastre@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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