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 플라이 대디라는 영화는 이준기라는 배우에 대해서 약간의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본 영화이다.
과연 공길이라는 캐릭터에서 얼만큼 벗어난 이미지를 선보여줄 것인가? 그렇게나 염려하는 연기력의 문제에서 얼마나 빛을 발할 것인가? 이문식과의 연기 호흡은 어떨까?
온통 분석하려고만 한 내 자신도 있었지만, 솔직히 영화에서 이준기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별로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던 영화였다.
이문식 아저씨의 연기는 그야말로 빛이 났다. 체력적으로 고생한 면은 물론이거니와 연기력도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순박한 웃음에 약간 모자라면서도 강해지고 싶어하는 여느 딸을 가진 아버지 연기를 잘 소화해 주셨다고 생각한다.
그에 비해 이준기는 나에게는 커다란 비중으로 와닿지 않았다. 그저 나무에 기대어 책을 들고 몇마디의 대사를 읍조리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고 할까. 물론 영화상 캐릭터상으로 비중있는 캐릭터가 장가필이었기에 그렇게 느꼈겠지만 그래도 연기변신이라는 말이 조금은 어색할 정도로 한 것이 없다고 느꼈다. 그냥 과묵해지고 가만히 서 있는 것만이 바꼈다고 느꼈을까.
물론 난 이준기에 대해서 나쁜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 오히려 난 그를 응원하고 있고, 좋아하고 있으며,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이 영화를 통해서 남다른 연기력을 보이려 했다면 이건 아니다라는 거다. 말 그대로 화려한 화면을 가진 조연일 뿐이었다.
난 이 영화를 통해서 지금의 이미지를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영화를 통해서 강인한 이미지로 거듭나겠다고 말하면서도 여전히 TV 속에서는 그의 여성적인 이미지를 사용하는 CF가 나오고 있는 이 상황에서 난 이 영화를 통해서 이미지 변신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내 생각일 뿐이지만...) 영화를 본 후에도 나의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그는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으니 그의 변신을 조금 더 지켜보도록 하고, 난 이 영화의 원작 소설을 읽어보지도, 일본 영화도 본 적이 없다. 그런 내가 느낀 이 작품의 감상은 ` 내가 이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것은 미안한 일이다. ` 였다.
난 영화를 보면서 작은 슬픔과 감동에도 눈물을 흘리는 편이다. 물론 이 영화에서도 슬프고 감동적인 장면이 있다. 나도 이 영화를 보면서 처음에는 눈물짓고 있었다. 하지만 문득 느꼈다. 저런 감동에 눈물이 아닌 웃음을 지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 영화는 감동적이면서도 저릿하게 슬프면서도 웃음 짓게 만드는 이야기를 가진 영화라고.
그 상처를 그 감동을 웃음으로 승화할 수 있는 것이 이 영화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말하는 웃음은 코미디나 개그 장르의 큰 웃음이 아닌 작게 미소짓는 웃음이다. 뿌듯하면서 저릿한, 감동적이면서도 기분 좋은 그런 웃음 말이다.
약한 사람이 강해지려고 노력하고, 많은 좌절과 아픔도 있고, 힘든 과정이 있지만 결국 이겨내는 것. 막상 이겨낼 상황이 와도 힘겹게 부딪쳐야만 하는 것. 그 상황을 이겨내었을 때 너무나 아픈 상처가 온몸에 가득해도 마음은 홀가분할 수 있다는.
이 영화를 보면서 새삼 느꼈다. 난 이 세상을 너무 쉽게 너무 재미없게 살아가고 있구나. 그런 걸 느꼈을 때 난 미소지었다. 난 변화가능성이 있다는 걸 느꼈으니까 말이다. 여기에서 나온 장가필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