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모더니즘을 대표한다는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알려진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은..
이번 일본인디필름 페스티벌을 통해 꼭 보고자 했던 영화였기에 더욱 남다랐다고나 할까..
(그리고 이런 기회가 아니고서는 스크린을 통해 볼 수 있는 기회는 드물거라 생각한다.)
네명의 감독이 만든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로서 서로 각기 다른 주제와 내용을 담고 있지만
난 이 영화를 보면서 '거울 혹은 유리' 에 대한 이미지가 뇌리에 깊게 새겨졌다.
그리고 아무 상관없는 듯한 네편의 영화들을 이어주는 도구로서 강한 느낌을 받았다고나 할까..
물론, 두번째 에피소드인 <거울지옥> 에서는 나르시즘에 빠진 미모의 청년에 관한 이야기로서 직접적인 소재로 쓰였지만..
<화성의 운하> 에서는 늪에 비친 자신의 달라진 모습을 바라보던 남자의 기묘한 표정..
<우충> 에서는 깨진 거울 조각을 통해 진실을 알게 된 남자와 그들을 지켜보던 망원경 속 진실을 쫓던 탐정의 갈구하던 눈빛..
<벌레> 에서는 현실과 이상의 세계속에 허우적대던 주인공의 환상의 모토가 되었던 병원에 걸린 액자..
그리고 스스로 자신을 정화하던 도구로서 쓰인 세탁기의 이미지는
다시 첫 편에서 보았던 늪의 이미지와 이어지면서
전혀 연관없는 듯한 이 기묘한 이야기는 새롭게 다시 태어난다..
그리고 그 중심에 아사노 타다노부란 배우가 있다.
정말이지 그를 위한 영화라고나 할까..
어쩌면 특징없는 배우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그를 충분히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을 듯 하다..
에피소드의 중심에서 때론 변방에서 보여주던 그의 연기는....
몽롱한 이 영화에 더욱 빛을 더했다고 생각한다.
그의 사뭇 진지한 연기에 때론 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캐릭터를 소화하는 그만의 능력은 역시 그가 아니었다면
전혀 다른 느낌의 영화를 보게됐을거라 자부한다.
아니.. 다른 누가 그 역을 맡았다는 건 생각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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