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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찾아 삼만리 아이스케키
kharismania 2006-08-18 오전 1:21:22 878   [4]
어른들의 이야기보다 아이들의 이야기가 맑은 눈물을 부르는 건 포장되지 않은 순수함의 믿음에 있다. 어른들의 웃음은 가끔 농짓거리에 불과한 퇴폐성을 머금지만 아이들의 웃음은 의도에 무관하게 순박함을 드러낸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의 투명한 눈망울은 곧잘 감동의 코드로 애용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이는 언어와 국경의 장벽을 막론하고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하나의 동질한 코드로 수긍된다.

 

 사실 60년대는 막연하다. 현재 40에서 50대의 세대가 젖먹이였을 그 시절의 이야기는 먼 옛날 어렴풋이 기억되는 어린시절이야기이자 국사교과서의 휘황찬란한 근대사 정도의 딱딱함으로 인식될 따름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21세기를 짊어지고 있는 이 사회의 주활동연령에게는 말이다.

 

 가끔씩 어른들은 말한다. 요즘 애들은 고생을 모른다고. 어쩌면 젊은 세대에게는 시대착오적인 발언에 대한 불만을 자아낼만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그 시대를 살아보지 못한 이들의 젊은 세대가 겪지 못한 물질적 부족함에 대한 무지함이 부르는 오해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그 시절에는 상대적 빈부격차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시절임은 틀림없으니까. 적어도 하루세끼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시절이었으니까 말이다.

 

 영래(박지빈 역)는 어린시절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신애라 역)와 함께 살아간다. 영래는 호로자식이라는 수모를 꾹 참으며 어머니와 살아가지만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아버지에 대한 연민이 마음속에서 자라남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날 영래는 아버지가 서울에서 살아있다는 말을 듣고 서울로 가는 기차삯 840원을 벌기 위해 어머니 몰래 아이스케키 장사를 시작한다.

 

 부재하는 아버지에 대한 연민을 짊어진 소년의 눈물겨운 이야기. 어쩌면 이 영화는 이정도의 맥락으로 이해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는 보다 많은 사연을 담고 있고 보다 많은 풍경을 담고 있다. 가족애와 우정을 전면에 드러내며 전체적인 감정선을 조절함과 동시에 우리가 겪지 못했던 먼 과거 그시절의 모습을 생동감있게 살려내어 시각적 재미를 더한다. 또한 그런 모든 상황이 생명력을 얻게 되는 것은 그 시절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시선에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후진국의 아이들은 되바라진 경우가 많다. 각박한 현실에 따라 현실적인 생활력을 어린 시절부터 키워야 하는 환경이 아이들을 마냥 순수하게 뛰놀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우리의 60년대도 아마 그랬나보다. 광산에서 석탄가루마시며 18시간을 중노동한다는 어느 나라의 아이들보다는 순진해보이지만 어린 나이에 아이스케키를 팔며 생업에 뛰어들어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야무짐으로 이해하기엔 안쓰러운 면이다. '친구끼리는 돈거래하는 게 아니다'라는 인생교훈을 일찍이 깨달아버린 송수(장준영 역)에게서 느껴지는 웃음 뒤의 씁쓸함처럼 말이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정겹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인물들이 아이들이라는 것, 그리고 그 이야기의 주무대가 전라도 여수라는 것, 그 시절이 60년대라는 것. 그 모든것이 이 영화의 소박함과 순수함을 끌어내는 원천이자 출발선이다. 아동적인 순수함, 지방적인 소박함, 과거에 대한 향수. 각박해지는 오늘날의 현실에서 간과되고 잊혀져가는 가치관에 대한 반가움이 이 영화로부터 느껴지는 연민의 정서의 근거지이다.

 

 또한 비재(非在)하는 부정(父情)에 대한 상처를 치유하고 충만해주는 것은 남겨진 모자(母子)의 애틋한 사랑이다. 자신에게 거짓말만하는 어머니가 밉기도 하고 어머니 마음 몰라주는 자식이 답답하기도 하지만 모자는 서로를 아끼고 서로에게 기댄다. 삶이 비록 풍족하지 않아도 서로에게 힘이 되고 의지할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모자를 배부르고 웃음짓게 만든다. 때론 서로에 대한 오해로 서로의 마음을 멍들게 하지만 그 멍을 치유하는 것도 결국 본인들의 사랑이다. '남들에게는 미운 자식이라도 부모는 제자식이 예뻐보이게 정해져 있다'는 어머니의 말처럼 영래는 어머니의 사랑으로 부정의 결핍을 보상받는다.

 

 이 영화의 감정선은 사실 뚜렷하고도 뻔할 정도로 노골적이다. 다만 그것이 식상해지지 않는것은 아이들로부터 투영되는 순수함에 있다. 어른들의 눈에 비춰지는 아이들의 엉뚱함은 사실 가장 객관적인 시선일지도 모른다. 어른들이 정해놓은 룰에 길들여지지 않은 아이들에게 세상은 모순덩어리이고 이해할 수 없음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어른들에게는 그리도 많은 질문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필자가 극중 관심을 지닌 인물은 안백(진구 역)이였다. 아이스케키 공장 주임인 그는 무뚝뚝해보이고 거칠어보이지만 정이 많고 옳고 그름에 대한 강단을 지닌 인물이었다. 아이들의 순박함만으로 떠가는 영화의 분위기에 나름대로 현실적인 비정함을 머금게 하는 이색적인 축인 그는 그 시절의 모순된 현실을 은연중에 드러내는 유일한 비극성을 띤 인물이다. 부모의 과오를 등에 업은 이른바 '빨갱이'자식으로써 시대의 벽앞에서 살아가야 하는 젊은이의 그늘진 표상은 많은 시대가 지난 지금도 완벽하게 풀어내지 못한 숙제임에 틀림없다. 또한 더욱 깊은 고찰을 끌어내보면 시대가 빚어낸 비극에 대한 끝없는 과제, 즉 분단과 직결되는 민족적 비극에 대한 고민으로 발전할 수 있는 측면이 아닐까. 한개인의 비극으로 간과하기에는 억울한 사연이 많지 않을까.

 

 이영화를 두고 왈가왈부한다는 것은 사실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말그대로 옛시절의 향수가 흐르고 가족애가 느껴지는 감동은 설명할 필요가 없는 클리셰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클리셰가 어필될만한 생명력을 얻은 이유에 대한 설명이 이 글의 목적이라면 목적이랄수도 있겠다. 어쩌면 그냥 순수한 이야기에 대한 일종의 옹호글이라고 치부해도 상관없겠다. 적어도 오늘날 손쉽게 사먹을 수 있는 아이스크림에 비해서 그 시절 10원짜리 아이스케키는 침만 삼키고 바라봐야만 하는 부의 상징이었다는 사실. 그 자체로부터 느껴지는 소박한 시절에 대한 연민과 소박한 가치에 대한 재발견. 이것이 적어도 이 영화의 김빠지는 해피엔딩을 눈감아주고 싶은 항변이 되어줄 것만 같다. '아빠찾아 삼만리'의 신파가 아이들의 웃음과 눈물을 통해 투명하게 다가온다는 것은 깔끔한 감동에 대한 착각일지라도 속아주고 싶다.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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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케키(2006)
제작사 : MK 픽처스 / 배급사 : MK 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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