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에서 제목과 컨셉만 따온것인가?
어느 아파트. 그곳에 홀로 사는 세진. 그녀는 우연히 맞은편 아파트
의 불이 모두 일제히 꺼지는 것을 목격한다. 그리고 그 시간이
밤 9시 56분이라는 규칙도 알아낸다. 밤 9시 56분에 아파트의 불이
꺼질때면 그 아파트에서 한명씩 죽는일이 발생한다. 이런 사실을
알게된 세진은 그 아파트의 주민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려 애쓰는데.
영화는 만화가 강풀의 인기만화 <아파트>를 원작으로 제작되었다.
연재 당시 엄청난 인기를 얻으며 그 탄탄한 시나리오에 많은이들이
감탄하고 애독을 했다. 연재가 끝나고 영화화 된다는 소식에 그
기대감은 높아졌고, 게다가 <폰>, <가위>등 공포영화만 찍으며
호평을 얻었던 안병기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는 것에 또 주목을
받았고, 고소영이 수년만에 컴백한다고 하여 또 다시 기대감을
높였던 영화다. 영화는 현재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올라있지만
기대만큼의 흥행을 못하고 있는 상태다. 그리고 관객들의 평 또한
좋지 않은 편이다.
영화와 원작의 공통점은 주무대가 아파트라는 점과 9시 56분 뿐이
다. 그 외의 등장인물이나 스토리는 전부 다르다. 등장인물들의
성격도 다르고, 직업도 다르다(형사는 직업만 같다). 사실 영화로
만들어 진다고 했을때 기대했던 부분은 과연 원작을 얼마나 잘
살려내느냐였다. 하지만 이 영화는 원작을 살려내기는 커녕 표현도
못해내고 있다. 그냥 깜짝깜짝 놀라는 장면만 넣었을 뿐 이야기상의
연관성도 나타내지 못한다. 원작의 탄탄한 시나리오에 비하면
영화는 어설프기 짝이 없는것이다. 원작을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절대 보지말라고 하고싶다. 차라리 원작을 못본 사람이 본다고
하면 조금만 말릴것이다.
사실 공포영화는 자극적인 영상이 주를이룬다. 깜짝놀라는
서프라이즈형식의 공포영화는 사실 영화의 내용보다는 그 무서움과
긴장감으로 즐긴다. 하지만 여기에 스토리가 뒷받침이 안된다면
차라리 놀이공원 귀신의 집에 들어갔다 오는게 나을 것이다.
강풀의 <아파트>가 사랑받은 이유는 바로 탄탄한 시나리오였다.
사실 만화의 특성상 만화를 보면서 서프라이즈를 느끼기는 힘들다.
원작에서의 귀신이 된 원혼의 고뇌와, 귀신을 말리려는 사람들의
성격과 생각들 그리고 저마다의 이야기들이 어우러져서 독자들의
동감과 감동을 얻은것이다. 하지만 영화로 만들어진 <아파트>는
등장인물간의 연계성도 별로 없을 뿐더러 오히려 왜 저러는지
이해못하는 상황을 연출해냈다. 공포영화라고 그냥 무섭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시나리오가 주목을 받았던 만큼 그에도 많은
신경을 썼었으면 좋았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원작<아파트>는 귀신이 나와 호러나 공포물로 분류가 되겠지만
사실 만화의 제목에서도 있듯이 미스테리심리썰렁물이다.
좀 더 미스테리적인면을 띄우고 관객과의 심리싸움을 했으면
어땠을까 한다. 사실 유민의 등장과 난데없이 큐빅을 주는 것,
가내은둔자가 튀어나오는 부분은 오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상당한 원작에 대한 가위질과 덧붙임이 심해 여기저기 기워넣은
누더기 같다. 특히, 등장인물들의 가위질과 덧붙임은 상당한
부작용을 낳았다. 형사의 원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오고, 저승사자를
빼지않았다면 싶다. 고소영을 부각시키려고 주인공 한명의
원톱체제로 진행하려다 보니 다른 인물들은 모두 빛도 보지 못했던
것이다.
한가지 더 아쉬운건. 배우들의 연기다. 과연 이 배우들은 원작을
보기나 한것일까라는 의심이 든다. 만일 봤다고 해도 과연 보고서
캐릭터 연구를 했을까라는 의심도 든다. 고소영과 강성진은 연기
경력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고소영은 너무도 어색한 연기였고,
강성진은 전혀 형사의 카리스마가 느껴지지 않았다(원작의 형사는
상당한 카리스마의 소유자이다.). 오히려 연기경력이 길지 않은
장희진이 상당한 열연을 해주었다. 장희진을 제외한 모든 연기자는
너무 어색했다. 아. 그 가내은둔자도 상당히 열연했다. 고소영의
컴백작이라하나 고소영 너무 오래 쉬었나보다. 사실 이전부터
고소영의 연기는 그리 맘에 들지 않긴했었으나 이번엔 정말 이건
아니다 싶다.
원작을 너무도 재밌게 봤기에 영화를 보고난 후 너무도 큰 실망감을
느꼈다. 보면서 원작의 느낌이 하나도 나지를 않았다. 기대가
컸기에 실망도 더 컸을것이다. 정말 너무도 너무도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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