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포지옥 : 에도가와 란포 작품의 두번째 만남
언젠가 츠카모토 신야 감독의 영화 <쌍생아>를 본 뒤, 과연 이 원작자인 이의 작품을 소재로한 영화를 너무나 기대한 적이 있었다.
마침 그러던 중 일본 인디 필름 페스티벌에 상영작으로 선정되었기에 본 작품이다. 물론 부가적인 이유로는 아사노 타다노부의 무대인사라는 이유 역시 그 중 하나였다.
이 작품은 <화성의 운하>,<거울지옥>,<우충>, <벌레>등 총 4편의 옴니버스 영화이다.
STORY
<화성의 운하>
벌거숭이 남자는 꿈 속에서 지난 날 벌거숭이 여자를 죽이는 꿈을 꾼다. 하지만, 꿈과 현실은 뒤범벅이 되면서 자신이 그녀가 되고, 그녀가 자신이 되기도 하면서 죽음과 꿈, 현실은 그 모습을 잃어간다.
과연 그가 본 건 꿈일까 아니면 현실일까
<거울지옥>
명탐정 아케치 코고로는 아픈 아내 때문에 요양차 지낸 지역에 여인들의 연쇄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남겨진 단서는 거울. 유력한 용의자는 미소년 토오루. 하지만, 결정적인 단서가 없다.
과연 아케치는 이일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우충>
스나가는 전쟁으로 그만 양팔과 두다리를 잃고 말았다. 오직 그를 반기는 건 그의 아내. 하지만, 그는 그녀가 자기를 버리고 떠날까봐 걱정한다. 한편, 이들부부에게는 한 명의 동거인인 히라이 타로가 있다. 히라이 타로는 이들 부부의 모습을 몰래 지켜본다.
한편, 20면상의 초대방을 받은 아케치는 그가 말하는 곳으로 향하는데...
아케치는 과연 20면상을 잡을 수 있을까? 그리고, 스나가 부부와 히라이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벌레>
인기 여배우인 후요의 운전수인 마사키는 그녀를 짝사랑한다. 하지만, 그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데, 사람과 접촉하면 벌레가 무는 듯한 알레르기 증세를 가지고 있어 그저 바라만 볼 뿐이다.
하지만, 그녀를 보면 볼수록 그녀를 향한 마음은 더욱 커져만 가 더이상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결국 그는 자신의 소원대로 그녀에게 고백을 하지만, 오히려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넣게 된다.
과연 그는 어떻게 할 것인가?
란포지옥의 볼거리
강렬하고 자극적인 영상에서 오는 충격
이 영화에서의 소재는 SM, 살인, 불륜, 치정 살인, 시체유기 등으로 국내 영화에서는 좀처럼 보기힘든 영상을 선보인다. 때론 너무나 자극적이고 강렬한 영상이기 때문에 역겨워 보일지도 모른다. 보는 이의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이러한 모습은 아마도 보는데 부담감으로 작용하지만, 한편으로 이러한 모습이야말로 이 영화의 매력이라고 본다.
이런 부류의 영화를 안 좋아하는 이에게는 매우 역겹고 보기 싫을지 모르지만, 그렇다해도 무시하기에는 너무나 시선이 가게 만든다.
가해자와 피해자, 범죄자와 탐정의 동질감과 이질감
본시 피해자와 가해자는 정반대의 위치에 있다. 그러나, 이 영화 속에서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결국 그러한 반대점에 서있기 보다는 한편으로 결국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데 있다.
<화성의 운하>에서의 남, 녀 <거울지옥>에서의 아케치와 토오루 <우충>에서의 스나가 부부, 20면상과 아케치
이들의 이러한 모습이 바로 이 영화를 볼 때, 느껴지는 모습 중 하나이다. 이 영화 이전에 <쌍생아>를 본 적이 있었을 때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면 바로 이런 면일 것이다.
란포지옥의 아쉬움
소재에 대한 거부감 아무래도 이 영화에서 다루는 주요 소재들은 보기에 너무나 자극적이다 보니 거부감이 들기 쉽다. 영화의 제목대로 영화 <란포지옥>은 마치 지옥의 한 모습 답게 그려지고 있다. 그러니 지옥이란 타이틀 명 답게 예상하고 보길 ...
란포지옥을 보고
에도가와 란포와의 인상적인 두번째 만남
츠카모토 신야 감독의 <쌍생아> 이후, 접하게 된 <란포지옥>은 인상적인 비쥬얼과 자극적인 소재들로 갖추어져 있었다. 물론 난이도는 그 이상이었지만 어쩌면 내겐 이미 <쌍생아>때 본 것들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 그래서, 나에겐 너무나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고, 좋았던 영화다.
기존에 접하던 영화에서 보고 느끼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취하고 있었기에 더욱더 이 영화에 빠졌는지 모른다.
에도가와 란포의 그림자를 떠올리다
난 아직 영화를 통해서만 에도가와 란포를 접해볼 기회만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는 그의 그림자를 일본 만화 곳곳에 접한 것을 느낄 수 있는 계기 였으며 아직도 숨겨져 있음을 실감하게 했다.
대표적인 예가 클램프의 만화, 아오야마 코쇼의 만화이다.
영화 <우충>의 캐릭터인 괴도 20면상의 경우, 클램프의 만화 <20면상에게 부탁해>,<클램프 학원 탐정단>,<엑스>등에서 등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염탐정으로 나오는 아케치 코고로의 경우, 아오야마 코쇼의 인기만화 <명탐정 코난>에서의 잠자는 명탐정 모리 코고로로 변주되어 나온다.
거기에다 에도가와 란포의 이름은 <명탐정 코난>의 주인공인 쿠도 신이치가 어린애가 되었을 때의 이름이 에도가와 란포와 코난 도일의 이름을 따 에도가와 코난으로 한 것을 보면 역시 그의 그림자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거울지옥>에서의 스토리 진행 방식은 <명탐정 코난>과 유사한 측면을 매우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 역시 그의 그림자라고 생각되는 부분이다.
인상적으로 새겨지다
에도가와 란포와의 두번째 만남인 이 영화는 내게는 괘 신선한 경험이다. 엽기적이고 잔혹하고 거부감이 많이 들지도 모르나 일단 접하고 난 뒤에는 뭔가 풀리는 기분이 드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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