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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의 공백을 제대로 메꾼 '오멘'

오멘

bayfilms

2006-06-09 오후 12:01:14

1515

[4]

bayfilms ★★★

1976년도 리차드도너감독의 '오멘'을 기억하는가? 물론 필자가 태어나기 전에 개봉된 영화라 극장에서 볼 수는 없는 영화였지만, 자라면서 수없이 TV등을 통해서 봤던 영화라고 머리속에 각인되어있는 그 '오멘'말이다. 물로 내 기억속의 '오멘'을 정의하라고 한다면 그것은 바로 '데미안의 공포'라고 말하려나....그만큼 '오멘'은 오컬트영화의 대명사인 작품이다.

30년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오멘'은 우선 낯설지 않다. 영화는 존 무어감독의 의도답게 원작 '오멘'을 거의 가감없이 스크린으로 불러온다. 원작의 느낌을 바꾸고 싶지 않았다고 말하는 감독의 의지만큼이나 영화는 30년전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부분은 예전에 영화를 봤던 올드팬들이나 이 영화를 전혀 알지 못하고 영화를 보는 요즘 세대들이 유일하게 공통분모를 가질 수 있는 부분이라 영화의 완성도를 알 수 있는 대목이 되지 않겠나 싶다.

영화는 앞에서 말한것처럼 원작의 느낌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러닝타임을 채워나간다. 그렇다면 아무래도 좀 무료하고 지루하고 유치하지 않겠냐고? 그것에 대한 대답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이다. 여기서 존무어감독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인데, 그는 실력있는 광고출신감독이다. 광고계에서 그의 비주얼능력은 이미 검증을 받았고 'Behind Enemy Lines 에너미라인즈','The Flight of Pheonix 피닉스'로 헐리우드에 성공적으로 입성한 감독이다. 다른건 몰라도 비주얼감각만큼은 알아주는 감독이라는거다.

광고출신감독들이 대부분 그러하듯(물론 아닌 감독들도 있다) 영화의 스토리보다는 비주얼만에 강하다는 평가를 주로 받는데, 존무어감독은 이번만큼은 그 걱정을 안해도 될 듯 하다. '오멘'이라는 훌륭한 리메이크를 그대로 옮기기만 하면 되니까. 그렇다고 해서 무어감독이 자신의 능력을 이 영화에서 발휘하지 않은건 아니다. 30년이라는 세월의 무게를 무어감독은 깔끔하고 세련된 영상미로 탈고하는데 성공하고, 이것은 앞에서 영화를 보지 못했던 젊은세대들까지도 모두 포용하는 결과로 이어질듯하다. 원작의 주인공들이 중년의 부부였던것과 달리 2006년 '오멘'의 주인공은 헐리우드에서 잘 나가는 줄리아스타일스,리브 슈레이버등 젊은 배우들을 기용한것도 아마도 그런 이유에서일듯.

앞에서 말한것처럼 '오멘'은 원작에 거의 칼을 대지 않고 영화를 완성해내 상당한 완성도를 갖추고 있으나 아쉬운점도 있다. 그것은 바로 필자가 어렸을적 느꼈던 '공포의 근원' 데미안이다. 2006년의 데미안도 상당한 포스를 가지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으나, 76년의 데미안보다는 한 수 아래다. 어렸을때 보았던 영화라 더 무서웠을거라는 것을 감안한다고 해도 2006년의 데미안은 '덜 무섭다' 오히려 사랑스럽다는 표현이 입속에서 맴돌정도로 캐릭터의 힘이 예전보다는 떨어진다. '안무섭다'라는 표현보다는 '덜무섭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무더운 여름 공포를 느끼기 위해 '오멘'을 찾는다면 조금은 밋밋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오멘'은...눈에 보이는것은 무섭지 않지만, 영화자체가 갖는 공포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무섭다.

훌륭한 원작을 리메이크하는것은 그다지 쉬운일이 아니다. 같은 장면을 그대로 만들었다고해서 그때의 감동이 느껴지는것은 분명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2006년 '오멘'은 훌륭하다.이렇게 깔끔한 리메이크영화도 드물거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