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소개하는 내용이 멜로가 주를 이루고 남과북의 통일에 대한
애틋한 감성을 실어주리라는 그런 부가적인 내용으로 이루어졌으리라
생각한 것과는 달리 영화가 그려주는 것은 오직 멜로를 중점적으로 선보
이고 있었기에 드라마라는 장르적 구분이 애매한 멜로영화라는 느낌이
크게 들었던 영화다. 안판석 감독의 데뷔작이자 '혈의 누' 를 통해 연기
변신을 시작해서 '박수칠때 떠나라' 등의 영화를 통해 꾸준한 연기변신을
꾀하는 배우 차승원이 북한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두고 가족과 함께 떠나올수
밖에 없었던 상황과 잘못된 오해와 돌이킬수 없는 현실에 갈등을 일으키는
인물인 김선호 역활을 맡았다. 1975년 조선노동당 창건일에 태어난 김선호는
만수예술단 호른연주자라는 직업에 고향은 평양인 그런 사람으로 할아버지가
인민군전사였다는 이유로 나름대로 먹고살만한 형편으로 가족들과 생활을
하고 있는 모습으로 가정환경이 묘사된다. 그리고 태양절의 밤 행사에서 첫눈에
반한 이연화(조이진)와 사랑에 빠져 미래를 약속하는 달콤한 연인으로 관계가
발전하게 되지만 할아버지가 남조선, 즉 남한에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아버지와 편지로 긴밀한 연락을 주고받는 위험한 관계를 유지하다가 발각될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래서 결국 남한으로 건너가기로 결심하고 그런 현실속에
서 선호는 연화를 데리고 가려고 하지만 연화는 부모님이 마음에 걸려 부모님을
설득할테니 사람을 보내달라는 당부를 보내고 결국 선호는 마음에 걸리면서도
어쩔수 없이 부모님과 누나, 매부와 함께 죽을 힘을 다해 남한으로 넘어오게 된다.
결국 우여곡절끝에 남한에 도착한 가족들은 할아버지가 이미 상을 당해서 돌아가
계신것을 발견하고 남한에서 정착하면서 음식점을 하나낸채 살아간다. 선호는 연화를
잊지못하고 일명 '통장깡' 을 통해 돈을 부풀려 연화를 데려오기 위한 자금을 선생이라
불리는 사람에게 돈을 주지만 그 사람이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전해들은 선호는
그 사람을 쫓던 중 새로운 인물 치킨가게를 운영하는 서경주(심혜진)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악착같이 다시 돈을 모으는 중에 누나로부터 연화의 결혼소식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을 듣게되고 낙담한 선호는 경주와 결혼해서 자식을 낳아 화기애애하게 살아가는
듯해 보인다. 하지만 대규모 남한으로 탈북자가 오던 날, 연화가 섞여들어와 선호와의
만남을 원하고 운명처럼 재회하지만 연화가 선호를 기다린채 부모님의 결혼강요를 반대
했다는 얘기에 선호는 꿀먹은 벙어리처럼 찔린 표정을 지은채 연화에게 자신이 결혼한
사실을 숨긴다. 그리고 두번째 만남에서 연화를 데리고 다니면서 북한에서 연애하던
모습을 대조적으로 클로즈업하면서 선호는 그 행복한 감정을 다시금 일깨우게 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새로 개업한 선호의 음식집이 TV에 맛집으로 소개되고, 그 프로를
우연찮게 보게된 연화는 모든 사실을 알게된다. 선호는 연화에게 자신이 변했다면서
양심의 가책을 떨어내고 다시 자신의 생활로 돌아가려는 듯 보이지만 여전히 연화를
잊지 못한다. 그리고 연화역시 선호를 잊지 못한채 둘은 다시 만나게 되고 연화는
선호를 붙잡을 듯 절실하게 매달릴 듯 보이지만 결국 선호를 놓아준다.
영화의 메인 스토리는 오해와 갈등이 남한과 북한의 경계에 있는 듯 보이지만 내가
봤을때 초점이 한참 빗나간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 '그녀를 두고 너무 멀리왔습니다'
라는 문구가 어색하리 만치 남한과 북한의 경계를 둔 두 연인의 갈등과 통일을 향한
남, 북한의 그런 상징적인 면도 엿볼수 있으리라는 느낌은 너무나 미약하여 그 느낌을
가지기 힘들다. 그것은 연화와 선호의 연애에 관한 즉, 사랑에 관한 이야기에만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호른은 연화와의 추억을 되살리고, 연화와의 '붉은
실과 같이 이어진 인연을 애틋하게 그리는 매개체로서 남한으로 넘어온 김선호에게 상징
적인 물건이 되지만 가족간과의 갈등적인 요소가 조금도 없고, 경주라는 인물도 분명
그런 사랑의 관계로 선호의 인생의 동반자로서 살아감에도 불구하고 조연급 인물만큼의
비중을 주지 않음은 참으로 실망스러운 전개라 아니할수 없는 것이다. 충돌이 없으면 감정이
전달되지 않는다. 어떤 상황이든 충돌을 일으키지 않으면 그만한 감정의 시너지효과가 유발
되지 않음을 몰랐던 것인지 아니면 단지 선호와 연화와의 인연만을 초점에 두려던 것이
감독의 의도였는지 확신할수는 없다. 물론 메인 캐릭터인 차승원과 조이진의 연기는
그 캐릭터의 성격을 반영해주는 솔직담백하면서도 애절한 연기를 서슴없이 보여주긴
했다. 즉, 그 인물에 관련된 연기에 관한 면은 충실하게 잘 했지만 결론적으로 보면
연인들을 위한 멜로영화였을뿐 <국경의 남쪽> 이라는 타이틀을 달만한 내용적인 요소가
없음을 느낀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남한과 북한의 이산가족들에 대한
향수와 통일에 대한 염원에 관한 느낌의 요소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의사전달이 되지도
않았음에 참으로 안타깝게 느껴졌다. 연인들을 위한 영화로서의 요소만 아니라 이런 부분
에도 포커스를 부가적으로 맞출만한 요소가 충분한 요소였는데 참으로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연인들이 보기에는 색다른 느낌과 충분히 가지고 갈만한 감성적인 여운이
남는 영화이긴 하지만 그 이상의 장점을 찾기 힘든 그런 영화라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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