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다. 나 슬래시 먹고 돈 안 냈어! 딕이 도둑질을 하고 나오면서 아내인 제인에게 했던 말이다. 난 이 대사가 영화의 핵심 키워드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이 말에는 모든 것들이 함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첫째, 오죽 먹을 게 없었으면 그 흔한 편의점 슬래시를 훔쳤을까 하는 것이다. 둘째, 슬래시 하나 훔치고, 아내에게 자랑 삼아 얘기하는 것을 보면 초보 도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셋째, 도둑이 되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이다. 옛말에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말과 같이 결국 그들은 은행까지 털려고 했다. 물론 미수에 그쳤지만 말이다.
1977년 원작을 보지 못했다. 원작에다가 짐 캐리식의 코믹 캐릭터를 가미했다고 하는데, 원작이 나온 당시의 미국 상황을 보면 1차 오일쇼크가 지난 시점과 2차 오일쇼크가 오기 바로 직전의 상황이다. 아마도 당시 사회와 경제 현상에 따른 사람들의 심리를 반영한 영화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그리고 금번 리메이크 작은 감독의 의도와는 상관없으나 우리가 지난 1990년대말 IMF 시기의 사회 상황을 풍자적으로 꾸민 이야기로 재해석해서 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물론 영화에서처럼 고의적인 악덕 고용주의 횡포는 아니었지만 직장을 잃고, 재취업이 어려워 지면서 가정이 파탄 나는 상황들은 같은 것 같았다.
영화의 줄거리를 잠깐 살펴보면 딕과 제인은 자녀가 하나인 아주 평범한 중산층 샐러리맨 부부이다. 샐러리맨에 걸맞게 매일 승진과 연봉의 꿈을 꾸며 살아간다. 그러다 찾아온 기회는 그들에게 상류층의 꿈을 이루게 해 주지만 그것은 하루뿐이었다. 그 후 부부는 직장을 포함해 심지어 의식주 모두를 빼앗기고 만다. 쥐가 막다른 길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는 말이 있다. 이들 부부 역시 결국엔 돈을 벌 수 없다면 훔치는 쪽으로 머리를 쓰기 시작하면서 영화가 재밌어 진다. 물론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이 전개는 짐캐리식의 코믹이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30대 중반인 나 역시 힘들었던 지난 IMF 시절을 회상하게 되었다. 영화처럼 실천 할 수는 없었겠지만 마음은 영화와 같았었다. 사람의 마음을 대리만족 시켜주는 그건 것이 또 영화가 지닌 본질적 가치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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