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은 한마디로 불편한 영화다. 단편영화 특유의 호흡이 그대로 전해지는 느낌이나, 상황의 요약과 설명없음... 기존의 상업영화와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영화일 것이다.
"저 결혼한거 모르셨어요?" "아뇨, 알고 있었어요 .... 그런데, 와이프도 있었어요?"
우리는 실소하게 된다. 왜?
결혼을 했다면 (한국사회에선 자연스럽게) 와이프가 있다. 조은숙이 와이프가 있느냐고 되물은 것은 이미 김PD집으로 전화를 걸어 물밑작업(!)을 통해 와이프가 없다는걸 알았기 때문인데 "내가 전화해서 알아봤다"며 그것을 드러낼 수 없는 (왜냐면 도도한 그녀이기에!) 상황에서 조은숙만이 칠 수 있는 대사이기 때문이다.
우리 역시 종종 알면서 모르는 체 하며 어이없는 질문을 던지고 살지 않는가. "결혼한거,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와이프도 있었어요?" 라면서.
대부분의 유머는 이렇게 그 에피소드 자체로 재미를 지니기보다 고급스럽고 고상한 척 실상 속물근성을 가진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상황의 유머가 있기 때문이다.
그 자신이 환경운동 인터뷰를 하고, 김 PD와 섹스를 즐긴 후에 비닐봉지와 캔을 버리고 떠나면서 다른 교수의 개량한복을 보고 "그거 환경운동하는 사람들 유니폼이잖아요~ 아니에요?" 하는 모순을 우리는 모두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낄낄거리며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내 생각에, 이 영화는 섹스코메디로 홍보하기는 했지만 그것보다 블랙코메디에 가깝다고 생각되고 풍자의 대상이 분명한 블랙코메디보다도 우리들의 가식적인 모습에 실소를 보내는 이름 붙이기 힘든 별종 영화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런 독특한 영화의 출현이 나는 너무 반갑고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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