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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할 수 없는 진지함 시리아나
kharismania 2006-03-23 오후 7:02:30 1302   [11]

 2001년 9월 11일은 미국으로써는 씻을 수 없는 오욕이자 비극이며 전세계적으로 역사에서 잊혀지지 않을 충격적인 사건이 미국의 경제적 심장부인 뉴욕에서 벌어졌다. 여객기 두대가 하늘을 향해 나란히 우뚝 서 있던 쌍둥이 빌딩, 뉴욕무역센터를 땅으로 추락시킨것.

 

 결국 이 사건은 미국과 세계의 테러리스트들간의 전면전으로 격화되었고 종래에는 서구와 중동의 대립과 갈등으로 진행중이다. 그리고 이라크 전쟁은 이러한 갈등구조로부터 파생된 비극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 싶다.

 

 그러나 만약 이러한 이념적 대립이면에 숨겨진 음모가 있다면? 생각보다 솔깃한 이야기임과 동시에 속타는 궁금증으로 여겨질 만 할까? 만약 모든 것이 미국정부에서 자의적으로 도발했다면? 미국의 사주로 벌어진 시작이라면?

 

 사실 이라크전쟁은 상당히 모호한 명분이 만들어낸 미국의 자작극처럼 보였다. 전쟁이 끝난 후- 전쟁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일방적인 공격이었지만- 미국이 주장했던 대량 살상무기는 찾아내지도 못했고 그럼으로써 명분없는 전쟁의 진실에 대한 의혹은 더욱 커졌다. 진실에 대한 의혹. 바로 중동의 석유를 더욱 쉽게 끌어다 쓸 수 있는 실크로드의 개척을 위해 미국은 이라크에 미사일을 퍼부은 것이라는 의혹.

 

 생각해보면 세상이 모두 원하는 석유를 땅만 파면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중동인들이 가난하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왜 그들은 가난할까. 어째서 하늘이 내려준 최고의 자원이 묻힌 땅위에 살고 있는 그들은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일까.

 

 일단 '시리아나(Syriana)'라는 이 영화의 제목은 의미심장하면서도 영화가 하고자하는 이야기의 의미를 섬뜩하게 보여준다. 미국이 원하는 이상적인 중동, 즉 워싱턴의 정치 참모들의 의도에 의해 개편된 새로운 중동을 일컫는 말이다. 의미를 알게되면 이 단어가 내포한 탐욕적인 눈빛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 영화를 보기전에 먼저 익혀두어야 할 의미가 아닐까 싶다. 그래야만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좀 더 진지하게 경청할 수 있는 계기가 될 법하니까.

 

 이 영화는 시종일관 중립적인 시각을 유지한다. 하지만 영화는 상당히 혼란스러우면서도 관객의 의아심을 부른다. 

 

 대부분의 영화는 한두명의 중심인물을 포석에 두고 그 둘레에 주변인물을 배치하여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축을 정리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다수의 인물이 동시적으로 각자의 이야기를 진행시킴으로써 관객의 시선을 분산시키고 그에 따른 혼란을 가중시킨다.

 

 마치 독일을 향해 각자의 진로를 통해 진군하는 연합군처럼 무게감의 차이를 보이지않은채 각자 진행되는 이야기속에서 관객은 자칫하면 갈피를 잡지 못한채 응집력을 잃고 헤매일 우려가 크다. 그러나 이는 영화가 부실함에서 기인한다고 여겨지지는 않는다. 사실 우리는 그동안 친절한 영화에 길들여져 있었다.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알아서 읽어지는 영화에 익숙해져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마치 동화책 읽어주는 어머니처럼 편안하지 않다. 직접 사전을 들고 해석해야하는 영문판 소설처럼 영화는 관객에게 강한 집중력과 세밀한 주의력을 지닌 채 영화를 따라오길 종용한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각각의 인물들은 서로에 대한 공통적인 개연성을 지니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이 바라보는 시선과 목적이 되는 대상안에서 그들은 서로간의 동질적인 교점을 성립한다. 그리고 그 교점을 향해 내달리는 영화는 결국 하나의 결론으로 귀결된다. 그렇기에 어느 하나의 인물에 편중적인 시각을 유지할 수 없으며 다양한 시각을 확보하지 못하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의미에 다가서기란 쉽지 않다.

 

 사실 중동문제는 상당히 오래되었으며 경제적이면서도 정치적인 문제들이 꼬리를 맞물린 복잡한 사연을 지니고 있기에 쉬운 방식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과연 관객에게 무엇을 전하고자 하는 것일까.

 

 걸프만 주변에 매장된 석유는 전세계의 차를 움직이고 공장을 돌린다. 그러나 전세계가 원하는 석유를 팔고 있는 중동은 생각처럼 부유하지 않다. 물론 그들의 왕가는 부유하다. 그러나 나머지 서민들은 절대 가난하다. 그것은 그 석유의 수출로 인한 이득이 그들에게 돌아가지 못함에서 기인한다. 그렇다면 그 이득은 누가 챙기는 것일까. 왕가? 물론 그들에게도 이득이 돌아가겠지만 실질적인 이득을 보는 이들은 쌩뚱맞게도 석유의 채굴과 공급을 책임지는 강대국들의 정유회사들. 그 강대국의 중심이자 재미를 보는 중심에 서 있는 국가가 바로 미국이다.

 

 석유는 유정으로부터 원유를 시추한 후 단계별의 정제를 거친 후 여러단계의 완성된 형태로 수송을 거쳐 석유를 필요로 하는 전세계로 수출되고 쓰여진다. 그러한 모든 과정은 유전을 지닌 중동지역국가들에 의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채굴권을 비롯한 모든 과정에 대한 권리는 타국의 기술력에 의해서 해결된다. 그렇기에 그러한 이득을 얻기 위해서 각국의 회사들은 로비를 벌이고 치열한 경쟁을 한다. 그리고 그것은 단지 회사차원의 경쟁이 아닌 국가차원의 경쟁으로 번지기도 한다.

 

 미국은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이다. 이는 중동지역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그들이 지니고 있는 석유에 대한 주도권은 어느 나라보다도 막강하다. 그렇기에 애매하게도 석유의 주인보다도 저 먼 이국의 타인이 혜택을 보는 이상한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미국이 세계의 평화의 수호자라는 위선안에 감춘 국가적 이익을 향한 탐욕적 눈빛을 이 영화는 객관적인 시선으로 소개한다. 또한 화약고처럼 불안한 중동정세의 심각한 악순환적 현실을 뿌리부터 세세히 파헤친다. 

 

 영화는 어느 쪽의 편에 서지도 않으며 어느 쪽의 편이 옳다는 내색조차도 보이지 않지만 이영화의 객관성은 관객에게 주관적인 잣대를 마련한다. 중동의 석유산업과 정치적 환경속에서 맴도는 인물들간의 은연중의 맞물림과 충돌을 통해 영화의 직설적인 적어도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이라크 전에 대한 의혹에 대한 해답을 내심 얻을 수는 있을 것만 같다. 마치 퍼즐을 맞추듯이 조각역할을 하는 인물들을 따라 주시하면 결국 완성된 그림으로부터 얻어지는 충격적인 현실을 대면할 수 있다.

 

 미국의 보이지 않는 뒷거래와 암묵적인 압박으로 맺어진 커넥션, 자국의 이익앞에 방해되는 세력이라면 가차없이 처단하고 어제의 동지도 오늘의 적으로 매도할 수 있는 비정함. 알아듣기 힘든 표현을 사용하지만 근원적인 이야기의 감정은 관객에게 남긴다. 관객이 영화를 완벽하게 이해하진 못해도 영화가 삼킨 분노를 어느정도씩은 떠안을 수 있을 것이다. 명료한 결말의 충격이 이 영화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강하게 어필한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에서 인상적인 것은 나세르 왕자이다. 미국에 휘둘린 채 국민의 복지를 외면하는 왕가의 비굴한 체통을 개혁하기 위해서 후계자가 되길 원하지만 미국의 압박에 의해 밀려나고 결국 제거되는 그는 중동지역에서 벌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방법을 증명한다. 하지만 결국의 그의 비극은 현재 중동이 처해있는 강대국들과의 이해관계속의 고립감과 정말 운도 따라주지 않는 것만 같은 그들의 비극적 상황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중동지역의 문제해결은 결국 꼬일대로 꼬여서 풀리기 힘든 고리를 보는 것처럼 답답한 것이다.

 

 이 영화를 첩보스릴러로 간주한채 할리웃식 긴장감과 스릴을 예상했다면 30분도 넘기지 못하고 극장을 뛰쳐나오고 싶은 욕구를 느낄 것이다. 이 영화는 담담하면서도 무겁다. 또한 지적인 고민을 지니면서 허심탄회하게 자기고발적인 태도를 지닌다. 과연 미국에서 만든 영화가 맞는지 싶을 정도로 자신들의 허물을 스스로 자백하는 것만 같다. 부패가 바로 우리의 무기라고 외치는 그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씁쓸함 그자체이면서도 그들의 속마음을 확인한 것만 같은 시원함. 그것이 바로 이 영화에 한단계 높은 가치를 부여해 줄 수 있으며 이 영화의 난해함안의 진지함을 외면할 수 없는 이유다.

 

 어쨌든 이 영화의 결론은 관객의 마음에 적당한 충격을 심어준다. 누구나 다 미국이 강대국인 것을 알고 그들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를 알지만 그들의 모든것이 옳지 않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감정적인 비난이 아닌 이성적인 비판의 잣대를 지니기 위해서는 진실에 다가가는 수밖에 없다. 대의적인 근엄함으로 포장한 이기적인 비열함에 대한 자성적인 목소리가 이 영화의 무미건조한 표정에 끌려줄 수 있는 이유이자 한번쯤 다가서야 할 지성의 의무가 아닐까.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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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나(2005, Syriana)
제작사 : Warner Bros., Section Eight Ltd. / 배급사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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