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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카사노바가 이 영화를 보았다면? 카사노바
kharismania 2006-03-09 오전 12:26:23 1290   [4]

 사랑은 그 이름 자체로도 낭만이라지만 그 사랑이 지나치게 번복되는 이들에게도 그 낭만이 적용될 수 있을까. 우리가 흔히 바람둥이, 혹은 선수라고 부르기도 하는 그들에게 사랑이란 그저 그런 일상적 권태감이 될지도 모르겠다.

 

 카사노바는 그런 그들에게는 전설적인 선구자가 되어줄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 호색적인 이미지의 단어는 사실 먼 과거에 존재했던 실존인물의 이름이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다. 물론 그 이름이 후세에 어떤 용도로 쓰이느냐가 상당히 중요하지만 어떠했든간에 이름이 남는다는 것은 그 사람이 어필했던 시대적인 무게감이 작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한사람의 이름이 하나의 이미지로 정형화된 카사노바란 인물역시도 범상했던 인물은 아니었을 것이다.

 

 솔직히 세상에 바람둥이들은 널렸다. 세치혀로 이성을 공략해서 하룻밤의 은밀한 밀회를 즐기려는 선수들은 지금도 밤거리에서 눈을 번뜩이며 자신의 먹잇감을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찌되었건 단지 여자가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에게 끌리지는 않는다. 마치 여자를 홀리듯 끌어들이는 능력은 과연 어디서 기인하는가. 이성적 매력의 비결은 분명 누구에게나 상당히 관심이 쏠리는 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카사노바라는 이름이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것이고 그 이름의 조롱같은 차용너머에 변칙적인 호기심이 은근히 은폐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그의 매력이 과연 어느 정도였을지는 가늠하기 힘들지만 그가 남긴 자서전을 비롯한 수많은 일화에 의하면 그는 생각보다 경솔하고 난잡한 인간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는 여러분야에 능통하고 박식했으며 상당한 교양을 갖춘 남성이었던 것. 그리고 본인 스스로가 자신의 자서전에서 밝히듯이 자신의 본능에 충실한채 구속과 속박으로부터 자유롭고자한 낭만적 기질이 다분했던 방랑가였던 것. 이것이 그에 대한 숨겨진 진실이다.

 

 그러나 그의 압도적인 전설적 매력이 영화를 통해 확인되어질 수는 없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겠다. 본인 자체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그러한 매력을 다른 누군가가 흉내를 낸다는 것은 이미 당사자의 완벽한 매력의 흉내에 멈출 수 밖에 없는 법이기에 그런 정도의 이해는 필요한 것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 영화는 그의 이야기를 말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의 그는 실존했던 그에 대한 100%진실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그에 대한 진실적 기반을 바탕으로 허구적인 상상이 가미된 필터를 거친 판타지가 이 영화에 가득하다.

 

 어쩌면 여성의 마음을 쉽게 얻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여성의 심리를 꿰뚫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하듯이 여성을 잘 아는 사람이 여성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다가가고 어떤 대화를 나누고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를 잘 아는 사람만이 바람둥이도 될 수 있는법. 사실 누구나 다 바람둥이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만한 매력이 없는 이는 바람둥이 흉내도 낼 수 없는 것이니까 어쩌면 카사노바가 된다는 것은 가벼워보이지만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닌 것이다.

 

 그런면에서 이 영화는 그러한 카사노바가 여성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을 적당히 보여준다. 그가 자신의 마음이 가르키는 여자를 얻기 위해 그녀의 주변을 조사하면서 그녀를 얻기 위한 방법에 접근하는 방식은 누구나 한번쯤은 참고해볼만한 흥미가 아닐까싶다. 물론 방법적인 접근이 아닌 그런 열정적인 접근을 의미하는 말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에게 자신을 어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죄가 아니니까. 물론 마음없이 단순히 즐기기 위해서라면 문제있겠지만 사랑이라면 그만한 부딪힘을 감수한 노력은 가상한 법이다.

 

 이 영화는 나름대로 야릇한 미소와 위트를 지니고 있다. 그의 노골적이면서도 매너있는 작업은 남자라면 시기와 부러움의 공존적 감정을 머금을 법도 하다. 카사노바라는 전설적인 바람둥이의 작업은 여성에 대한 열망이 가득한 이에게는 귀감으로 남을만한 선례가 되어주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의 매력을 이 영화는 너무나 잘 살리지 못했다는 불만이 어렴풋이 남는다. 영화의 재미측면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야기적인 측면에서 보았을때 런닝타임을 의식한 조악한 성급함이 조금 아쉽지만 전체적인 형세에서는 스토리의 진행이 어색함은 없다. 오히려 영화적인 측면에서의 재미는 관객에게 적당한 만족감을 쥐어줄만한 그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조금 더 넓은 안목을 지녀야 했다. 그의 실존했다고 했던 수많은 매력들이 이 영화의 2시간 남짓한 시간에서는 단순하게 압축되고 사장되어버린 것만 같다. 그래서 이 영화는 무언가 아쉽다. 캐릭터의 부활까지는 좋았으나 완벽하지는 못할지라도 더욱 할 이야기가 많을 법한 인물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음이 이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후에 남는 씁쓸한 실루엣이다.

 

 또한 캐릭터의 성격이 이야기의 흐름안에서 사장되는 느낌은 살짝 아쉽다. 좀 더 쿨한 카사노바의 삶을 기대했던 관객에게 전형적인 사랑이야기로의 귀환은 특별한 흥미로 극장을 찾은 관객을 실망시킬 우려가 있다.

 

 배우들의 연기는 극장을 찾은 관객의 발품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되어준다. 특히 최근 브로크백마운틴으로 눈부신 연기를 펼쳤던 헤스 레저의 연기변신은 정말이지 능청스럽다. 또한 할리웃의 유명한 스캔들 메이커인 시에나 밀러는 시대를 앞서는 페미니스트인 프란체스카 역을 잘 소화했다. 또한 악역 전담 배우로 명성이 자자한 제레미 아이언스는 특유의 잔인한 카리스마 대신 코믹함을 살짝 가미한 푸코 주교 역을 맡았다.

 

 야릇한 미소를 띄며 출발하던 영화는 식상한 결론에 도취된다. 물론 영화가 나쁘진 않았으나 이 영화만의 색깔은 결국 할리웃식 해피엔딩으로 갈아입어 버린다. 이는 영화에 대한 막연한 배신감으로 느껴진다.

 

'즐겁게 보낸 시간은 낭비가 아니다. 권태로운 시간만이 낭비일 뿐이다.'

 

 과연 카사노바 본인이 자신의 이야기를 한 이 영화를 보았다면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오히려 근엄했던 기독교 사상이 팽배하던 18세기에 현대에도 보기드문 자유연애사상을 고취시켰던 그의 자유로운 영혼이 이 영화를 보고 만족했을지는 미지수다. 물론 영화는 나름대로 재미있다. 허나 야릇한 미소를 띄며 출발하던 영화는 식상한 결론에 도취된다. 물론 영화가 나쁘진 않았으나 이 영화만의 색깔은 결국 할리웃식 해피엔딩으로 달아나 버린다. 이는 영화에 대한 막연한 배신감으로 느껴지며 본인의 색을 버린 영화에 대한 아쉬운 푸념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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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노바(2005, Casanova)
제작사 : Touchstone Pictures / 배급사 : 브에나비스타 인터내셔널 코리아
수입사 : 브에나비스타 인터내셔널 코리아 / 공식홈페이지 : http://www.bv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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