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런 영화 정말 안 좋아한다. 뭐 거창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멜로영화 전체를 흐르고 있는 분위기에 거부반응이 있다고 할까.. 너무 하찮은 문제에 죽네 사네 하는게 오버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나의 '사랑'을 소재로 한 매체에 대한 거부감은 뿌리깊다.
이 영화도 사실 이 사항에 많이 해당된다. 주인공들의 성격은 너무도 전형적인데다, 구성도 틀에 박혀있고.. 매체들이 떠들어 댄 것까지 한몫해서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너무 잘 보였다.
그런데...
내내 나는 영화를 보고 웃고 있었다. 석중의 하는 짓이 너무도 웃겨서 말이다. 그런데 눈에서는 반대로 끊임없이 눈물이 났다..
왜?
물론 이 영화는 눈물 짜는 신파다.. 하지만 내가 보는 영화를 남이 대신 봐주는 것도 아니니 (석중의 대사에서 인용) 관객마다 우는 이유는 다를 수도 있겠다. 그리고 나는 이 영화가 짜내는 눈물을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모두들 잊어버린 듯 하지만, 사실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석중은 현자라는 것을. 현명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석중 주위의 어떤 인물보다도..
석중이 어머니에게 절규하며 내뱉는 말은, 진리를 담고 있다. (지금 잘 기억이 안나지만..) 아무도 대신 살아주지 않는 인생, 한 번 사는 인생을 왜 후회없이 살도록 해주지 않는 것인가!
그리고 그 주장에 관객들은 수긍하며, 무시당했던 자신의 삶의 의지에 대해 떠올리고 석중의 절규에 공감하는 것이다.. 나는 틀림없이 그렇게 생각한다.
석중은 어수룩한 듯하지만 어리석은 인물은 아니다. 그 역시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다.. 주위 사람들은 그를 여자에게 홀려버려 제정신을 잃은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나는 끊임없이 석중을 어리석다고 몰고 가는 사람들에게 심히 야속함을 느꼈다.
이 영화에 대한 갈채가 높다. 그리고 흥행성적도 굉장히 좋았던 것으로 안다. 그런데 그 많은 감상들 중에는 현실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조건 없는 사랑에 대한 감동을 설파하는 논조가 아직도 많다. 그들은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이들이다.
현실은 영화보다 더욱 가혹하다. 현실에서 사랑을 가로막는 요소는 은하의 과거와 병보다도 더욱 깊다. 사람들은 세상에는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국은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결국 사랑하는 법보다 인내하는 법을 먼저 배운다. 장애 요소가 있다고 포기한다면 - 너무도 교과서적인 얘기지만 -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애초부터 아니다.
"어떻게 사랑하지도 않는 여자와..!"
나는 어쩌면 사람들은 석중을 질투한다고 생각한다. 자신들은 석중처럼 그렇게 온 힘을 다해 사랑을 해보았는가? 그것이 엄청난 행복임을 사람들은 어렴풋이 깨닫고 있다. 그리고 그 행복을 석중이 누리지 못하게, 현실을 내세우며 포기를 종용하는 것이다. 지나친 생각인가? 나는 어머니에게 다소 험한 말을 내뱉은 석중의 바로 그 외침이 그것을 암시한다고 생각한다.
현실이 영화보다 더욱 가혹한 만큼, 현실에서 사랑이 피어난다면 그것은 '너는 내 운명'이 보여준 것보다도 아름다울 것이다. 관객의 눈물은 바로 현실의 사랑에 대한 희망이다.
은하-
사실 나는 석중의 생각만큼 은하의 생각을 이해하지는 못하겠다. 겉으로 봐서는 은하는 그다지 하는 일이 없어 보이니까.. 모든 것이 오로지 석중의 헌신적인 사랑에 의해 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치만 나라도 딱 한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은하 역시 필사적으로 사랑했다는 것이다.
"씨발 좀 냅둬.."
사람을 믿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어두운 과거를 가지고 있고, 자신의 마음 안에 사랑에 대한 강한 불신이 있는 상황에서 한 사람을 전폭적으로 믿어 준다는 것은.. 그녀가 사랑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지 않았다면 은하는 석중의 사랑을 결코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이다.
나의 눈으로 봤을 때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되는 것이 사실인즉 은하에게는 '사랑을 했다'는 것이 아닐까? 은하가 최선을 다해 사랑하지 않았다면 석중은 사랑하는 과정에서 은하를 통해 기쁨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눈물을 흘리는 것은..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두 주연 모두 훌륭했다. 특히 황정민의 연기는 전율을 느끼게 했다. 결국 은하가 석중을 받아들이는 그 고백의 어색한 말투를 한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