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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백만장자의 첫사랑 티저 포스터 © 보람영화사 |
"삼식이, 강국은 잊고 재경으로 기억해주세요" - 현빈 "바보 같은 여자애가 내가 포기한 99.9%보다 큰데 어떡해요"
최근 국내 개봉 영화들을 돌아 볼 때, 가장 무서운 건 선입견인 듯하다. 차세대 톱스타 현빈의 스크린 데뷔작 <백만장자의 첫사랑>(감독 김태균, 제작 보람영화사)은 제목은 물론 전작 드라마에서 재벌 2세 캐릭터를 했던 현빈의 캐스팅에 이르기까지 이 영화도 얼마 전 방영된 드라마 '백만장자와 사랑하기'나 이를 원형으로 한 외화 시리즈 등에서 익히 보았던 재벌2세의 2세와 백치미와 순수함을 가진 여자의 뻔한 사랑의 이야기 쯤 아닐까 하는.
하지만, 재벌 3세 재경(현빈 분) 앞에 당돌하게 등장한 여주인공 은환(이연희 분)의 등장으로 인해 이러한 우려는 일시에 무너진다. 은환은 영화를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그 동안 잠시 잊고 있던 소중한 것을 찾아주고, 모든 것을 포기해도 지키고 싶은 것을 갖게 하니 말이다.
이 영화는 거액의 유산 상속을 앞둔 재경이 할아버지가 남긴 유언에 따라 뜻하지 않게 강원도 산골의 보람고등학교(아마도, 영화사의 이름을 딴 듯하다)로 전학 오게 되면서 천방지축의 재경이 시한부 삶을 사는 소녀 은환(이연희 분)과 재회와 그녀의 주변인물을 통해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통해 '살면서 소중한 것들'을 하나씩 깨닫게 된다는 로맨스물이다.
TV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과 휴대폰 CF 등을 통해 20~30 대 여성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현빈은 자신의 스크린 데뷔작에서 드라마 <아일랜드><내 이름은 김삼순>의 캐릭터를 벗고 거만하면서도 순수한 첫사랑에 눈물 짓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지만 전작의 캐릭터들이 너무 큰 탓인지 그의 눈시울은 다소 건조해 보인다.
신예 이연희, 백만장자의 '첫사랑' 존재감 가득.
학원 무협 판타지 영화 <화산고>로 영화 속 고교생이 단골 캐릭터로 채용하던 김태균 감독은 전작 <늑대의 유혹>을 잇기라도 한듯 영화 초반부에 싸움을 벌이고 고급 외제차는 물론 오른쪽 입꼬리를 치켜 올린 채 오토바이를 몰고 교실을 박차고 나와 학교 복도를 거만하게 질주하는 현빈을 문제의 고교생으로 그리고 있다.
주민등록증만 나오면 백만장자의 상속자가 될 기대감에 거만한 이 소년에겐 귀여니의 소설에서 봄직한 볼품없어 보이는 평범한 소녀 은환이 나타난다. '그럼 그렇지, 그렇고 그런 하이틴 로맨스하곤'이라는 생각이 들 때쯤, 재벌 3세의 소년 앞에서도 개의치 않고 왼쪽 입꼬리를 치켜 올리며 미소짓는 당돌한 은환의 존재감은 앞으로 재경에게 일어날 사건을 암시한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소설 '소나기'를 원형으로 하고 있는 <국화꽃향기><연애소설><내 머리속의 지우개> 등 시한부 여주인공의 눈물 연기가 인상적이었던 영화들을 떠올리게 하며 다소 평이해 보이지만, 영화 속 배경이 된 강원도는 <웰컴 투 동막골>을 통해 관객들에게 친근해진 토속적인 공간으로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운 영상미와 어우러진 두 남녀의 달콤 짭쪼름한 로맨스를 감각적으로 그리고 있다.
좌충우돌 마을 사람과 소통하지 못하고 겉돌던 재경. 이 때 마치 수호천사처럼 재경의 주변에 존재감을 가득 드러내는 은환과 교감을 시작하면서 재경도 변해가고. 돈만 있으면 안될 것이 없는 그가 한 소녀에게 마음을 빼앗길 때 쯤, 그녀가 '시한부 인생'이란 걸 알게되고 둘 사이의 로맨스는 가슴 아픈 결말을 향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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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들판에서 은환을 따라하는 재경의 행복한 한 때 © 보람영화사 | "네가 가르쳐줬잖아. 한번에 다 불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 영화 속 '재경'의 대사 中
은환 역의 이연희는 2004년 말 드라마 <해신>의 초반부에서 장보고의 어린 시절 연인 정화 역으로 출연해 우아한 고전미를 선보인 앳된 모습의 이연희가 스크린 나들이에 나서 어느덧 맑고 따스한 백만장자의 첫사랑 소녀로 변신했다.
최근 '제 2의 장진영'으로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는 탤런트 한지민에 이어 <국화꽃향기>의 재희 캐릭터를 떠올리게 하는 그녀의 캐릭터는 이 영화에서 배우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기에 부족함이 없는 듯하다. 올해 분당 중앙고 3학년에 재학중인 그녀는 지난 2001년 SM엔터테인먼트의 '청소년 베스트 선발대회'를 통해 발굴한 신인이다.
그녀는 <해신>을 비롯, <부활><금쪽같은 내새끼> 등 드라마와 동방신기, 플라이투더스카이의 뮤직비디오 그리고 각종 CF를 통해 시청자들과 만난 바 있고 청초하고 순수하면서도 털털하고 보이시한 양면적인 이미지를 지닌 소녀로서 자신의 첫 영화에서 현빈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올해 또 하나의 스타 탄생을 예고한다.
"그 보다 더 무서운 건 사랑이야" - 영화 속 '은환'의 대사 中에서
심장병을 앓고 있는 은환에게 가장 치명적인 건 재경 자신임을 알게 되면서 속 마음과 다른 말로 상처를 주게되는 멜로 특유의 '엇갈림'은 두 인물 간의 갈등을 이끌어내고 이에 따라 마을의 주변인물들과 교장 선생님 등에 그 역할을 맡기고 있다. 하지만, 최근 개봉한 다른 영화들과 달리 두 인물간의 로맨스를 받쳐주는 조연들의 존재감이 드러나지 못한 것 또한 이 영화의 아쉬운 점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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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크린 데뷔에 성공한 은환 역의 신예 이연희 - 영화 속 한 장면 © 보람영화사 |
영화 <오버 더 레인보우><선물>에서처럼 빛 바랜 사진첩에서 과거의 기억을 더듬듯 재경은 비오는 날, 알록달록한 우산을 쓴 남자 아이와 여자아이가 은혜원이라고 쓰여진 고아원을 발견하고 과거의 기억을 되살린다. 뿐 만 아니라 은혜원에 들른 어느날, 학교의 교장 선생님(정욱 분)을 아빠라고 부르는 은환을 통해 그녀가 고아란 사실을 알게 된다.
"너무 행복해서 나 지옥갈 것 같애, 아빠" - 영화 속 '은환'의 대사 中에서
밝고 씩씩하게 지내는 은환과의 로맨스는 마치 잃어버린 기억의 조각을 맞추듯 재경의 '추억의 사진첩' 속에서 접점을 찾는다. 왜 그녀가 영화 초반부에 재경의 앞에 당돌하게 나타났는지 그리고 마치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결말부에 은채가 가는 곳마다 지키고 선 무혁처럼 그가 잠시 잊고 있던 소중한 것들을 은환이 하나씩 찾아주는 길잡이가 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 영화 <백만장자의 첫사랑>에서 김태균 감독은 고전적인 플롯과 달리 두 사람의 필연적인 만남의 과정을 최소화하고 이후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전혀 다른 세계의 두 남녀가 아름다운 자연의 감각적인 영상 속에 '한 폭의 동화책'을 그려가는 듯한 차분한 로맨스 드라마에 촛점을 맞춘다.
기자 간담회에서 김 감독이 "영화를 보면서 울었다. 순진한 영화가 사람들을 울릴 수 있을까 걱정되기도 한다"라고 우려한 것 처럼 최근 폭 넓어진 관객들의 연령층으로 인해 신인급 배우들의 풋풋한 소녀적 감성이 묻어나는 멜로 연기가 영화에 대한 안목이 높아진 국내 관객들에게 얼마만큼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가 이 영화 성공의 관건이다.
"나 이제는 믿는다, 눈 감아도 보인단 말" - 영화 속 '재경'의 대사 中에서
다만, 영화 전제의 분위기와 달리 액자 형식으로 구성된 재경의 졸업을 위한 연극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앞치마를 두른 모습이나 봉숭아물을 들인 은환을 쫓아 손톱에 봉숭아 물을 들이고 '말괄량이 삐삐'로 상징되는 갈래 머리를 한 현빈의 변신과 함께 드라마 <파리의 연인>의 김은숙 작가 특유의 감각적인 대사들은 10대부터 20대의 여성 관객들에게 큰 공감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은환이 생각하는 '넓은 창마다 노을 지는 집'을 짓고 첫 눈이 오는 것을 보는 꿈은비록 시한부 삶이 아니더라도 사랑에 빠지고 싶거나 현재 연인을 둔 20대 여성 관객들에게한 폭의 그림같은 판타지를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나타날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듯.
재경 : 키스할 때 왜 눈 감는지 알어? 은환 :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 눈부시니까요 재경 : 눈 감는 짧은 순간에도 네가 보고 싶을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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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백만장자의 첫사랑'의 현빈, 이연희 그리고 김태균 감독 - 기자시사회장에서(사진 왼쪽부터) © 보람영화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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