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colate. Candy. Sweets.
다이어트의 원수. 나의 옛 연인들. 그리고, 아이들의 친구.
아이들은 사탕, 쵸콜릿을 입에 달고 살기 좋아한다. 대부분. 나도 그런 부류에 속했었는데, 달콤하고 환상적인 맛은 쾌락, 그 자체였고. 예쁜 데코레이션, 그 존재 자체가 유혹이었다. 달콤함이 입 안으로 깊이 퍼지면, 그 순간이 peer heaven이라고 느꼈으니까(지금은 런닝머신에서 뛴 뒤 물을 마실 때가 그 순간이지만).
그러나. 달콤했던 그 맛들은 나에게 쓰디쓴 교훈을 주었다. 그 교훈? 다이어트의 원수임을 깨달았다는 것.
이 영화가 가족영화라고 불리우는 데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Lesson,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들과 쉽게 접목이 가능하며, 유혹적이고 달콤한 존재로 ‘쵸콜릿’을 택한 것은 탁월했다.
윌리 웡커(죠니 댑)은 세계 최대의(라고 말해도 손상 없다) 쵸콜릿 공장을 가진 사업가. 그는 어느 날, 전 세계로 나가는 웡커바(쵸콜릿 바)들 중 5개를 랜덤으로 골라 골든 티켓을 넣어둔다. 그 티켓을 발견한 5명의 아이는 웡커의 공장으로 초대받아 하루간의 모험을 하고, 우승자는 ‘상상도 못할’ 상품을 받는 것이다.
먹은 sweets 분량만 하면 공장하나 만들고도 남을 독일의 아우구스투스. 껌씹기 최장시간 우승자, 전형적인 자신감 넘치는 재수 없는 미국 여자아이, 바이올렛. 원하는 건 모든 손에 넣어야 하는 bratty brat, 영국의 귀공녀 . 영리함이 오만과 싸가지까지 커버해줄 수 있다고 믿는 또다른 전형적인 미국아이, 마이클 TV.
그리고 우리의 찰리. 무너지기 바로 직전인 집에서 부모님, 부모님 양쪽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맘씨 고운, 얼굴도 너무 고운 우리 찰리. 일년에 한번 생일선물로 쵸코바를 받지만 여러번의 시도, 그 우여곡절 끝에 마지막 티켓을 갖게 된다.
공장엔 보호자 한명씩을 데려가게 되어있는데(여기서 보호자를 등장시키는 이유는 착착 나온다), 찰리는 할아버지를 모셔간다. 공장은 거대한 규모와 환상적이고 신기한 구조로 이들을 놀라게 한다. 이들을 또 놀라게 하는 건 윌리의 비서, 퍼포먼스, 공장 노동까지 소화하는 다재다능 일꾼, 움파룸파. 윌리 웡커가 지리 선생도 모르는 곳에서 데려온 소인족. 공장을 둘러보는 과정에서 아이들 한명 한명이 얼마나 타락했는지를 보여주며 우승은 가장 덜 썩은(unrotten) 찰리의 손으로 오게 된다.
어렸을 때 치과의사였던 아버지와 갈라선 윌리 웡카는 우승의 선물로 ‘가족과 떨어져서 공장에서 사는 것’을 주는데, 가족사랑으로 철철 넘치는 착한 찰리에게 달가울 리 없다. 우여곡절 끝에 서로 가족의 의미와 사랑을 알려주고, 공장을 물려받는 것으로 영화는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건전한 교훈과 미국식 가족주의까지 꽉 껴안은 영화에 ‘팀 버튼 안되겠네~’라고 그의 독특한 상상력을 그리워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시놉시스를 보고 완벽한 아동영화라며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에서 놀라운 점을 다수 발견했다.
가장 먼저. 이 영화 자체가 주는 놀라움이 상당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영화를 만든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떠오르는 대답이 없었다. 화려하고 귀여우면서도 깔끔한, 가족영화. 영화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며 팀 버튼과 조니 뎁에게 막대한 돈을 안겨줬다고 한다. 설령 저런 시나리오가 있다 해도, 누가 저렇게 맛깔스럽게 연출할 시도나 할까. 저런 영화가 만들어지고, 받아들여지고, 성공한다는 것, 그런 여건이 갖춰져 있다는 게 정말 부러웠다.
두 번째로는, 영화 속 캐릭터에 반했다. 기본적으로 이 영화의 캐릭터들은 도덕적인 의도에 의해 설정된 것이지만, 그 속에 매력과 신비함이 가득하다.
윌리에게서 혹은 움파룸파에게서 뼈저린 교훈을 얻는 타락한 아이들의 개성은 강하다. 근거 없는 빠방한 자신감, spoiled의 사전적 의미, 난척과 싸가지, 둔함 등을 각각 너무도 명백하게 보여준다. 아무리 가족영화라도, 이렇게 강하게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다니.
사실 아이들보다 가장 좋았던 건 윌리 웡커였다. 그는 어렸을 때의 일로 아버지에 대한 콤플렉스가 심한 캐릭터로(parents조차 발음하지 못할 정도로), 언제나 셋팅된 단발머리(정말 단발머리!)에 기이한 패션감각을 가진 한마디로 괴짜다. 가족과 만나지 않는 것이 엄청난 보너스라고 생각하고, 외로움을 당연시 하고, 그럼에도 늘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거대한 공장을 운영하는 웡커.
즉, 그는 보통의 성인 남성이 아니다. 보통의 성인이었다면 아이들을 타이르고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고치도록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런 식의 선도에는 관심도 없다. 그저 썩은 아이들을 싫어한다. 그렇기에 그는 아이의 이름을 촌스럽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하고, 잘난 척하는 아이에게 “mumbler!!" 하고 소리를 꽥 지르기도 한다. 아이들이 처벌(?)되는 것을 즐겁게 바라본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부류 중 하나가 쓸데없이 자신감만 만땅에 오만방자한 미국 애들이었는데, 윌리 웡커가 그들을 찍어 누르는 걸 보고 어찌나 속이 시원하던지. 이런 매력적인 어른이 다 있나!
셋째로는 죠니 댑이라는 배우에 놀랐다. 위에서 말했듯, 윌리 웡카 이 괴짜는, 백지같이 하얀 얼굴에 여성스러운 제스쳐, ‘이 남자 또라이 아냐?’라고 생각할 만한 행동을 보여준다. 어떻게 이렇게 난감한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는지, 정말 대단하다. 게다가 ‘올해의 배우’자리에 자주 오르는 큰 배우가 저런 연기를 거리낌 없이 선보이다니.
또한 팀 버튼 감독과의 조우가 위대하다고 느꼈다. 여러 작품을 함께 만들어간다는 것, 서로 호흡이 맞을 수 있고 각자 많이 성장해서도 그 조우를 지켜나갈 수 있는 것. 아, 정말 영화 보면서 죠니 댑의 연기에 감탄에 감탄했다.
마지막으로는 연출이었다. 이 영화가 sweet한 과자들처럼 알록달록 매력을 내뿜는 건 비단 어느 한 곳에서가 아니다. 연기와 캐릭터 뿐 아니라, 영화는 시각적인 즐거움과 볼거리까지 제공한다. 놀라운 점은 공장의 세트가 미니어쳐가 아니고 진짜 세트이며, 아주 적은 부분만이 CG의 손을 거쳐갔다는 사실. 화려하고 신비한 공장은 관객을 압도한다.
아이들이 한명 한명 처벌을 받을 때마다 움파룸파는 공연에 가까운 노래를 선보인다. 움파룸파들이 부르는 노래는 비틀즈에서부터 락을 넘나들며, 웃음을 자아내는 귀여운 패러디를 보여주고, 이들의 움직임과 가사는 딱딱 들어맞는 뮤지컬 같은 퍼포먼스란 것이다! 무엇보다 영화를 보고나서도 계속 흥얼거리게 될 정도로, 노래들이 무척 좋다. 감독은 스토리와 캐릭터 모든 곳에서 주제와 교훈을 전파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노래’라는 또 다른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방식을 뮤지컬이라고 해도 손상 없게끔 영화 속에 잘 포함시켰다.
판타지 영화, 모험 영화, 가족영화, 뮤지컬 영화 등 수식할 이름은 많지만, 결국 이 모든 것들이 영화의 주제를 더 부각시키고, 영화를 탄탄하게 세워주고, 아름답게 완성한다. 팀 버튼의 표현력과 스케일, 장난기와 상상력에 놀랐다. 아, 나 이 영화 보면서 참 많이도 놀란다.
이 영화의 주제를 말한다면, “아이들이여. 타락하지 말고 가족을 사랑하라” 이다.
아, 이런 주제를 이렇게 꼴똑찬 영화로 만들 수도 있구나. 원작자와 팀 버튼, 죠니 댑을 비롯한 모든 스텝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은 맘이다(완전 수상소감?).
쵸콜릿은 달콤하지만, 아이들에게 내려지는 교훈은 쓰다.
그러나 이 영화가 가진 매력은 윌리가 만들어내는 그 어느 캔디보다도 달콤하다!
덧. 죠니 댑과 같이 주연으로 나온 아역은 프레디 하이모어(투 브라더스에도 출연했다)라는 귀여운 소년이 맡았는데, 이 소년은 <네버랜드를 찾아서>에서 이미 댑과 호흡을 맞췄었다. <네버랜드...> 촬영 후 죠니 댑이 이 역에 하이모어를 적극 추천했다고 한다. <네버랜드..>때로부터 1년 정도 밖에 안 지났는데, 어찌나 커버렸던지.;ㅅ; 또 찰리의 할머니로 나오는 여배우가 <네버랜드...>에도 나왔었는데, 3명의 네버랜드 식구들을 보니 반갑기도:D
덧2. 영화 최대의 히로인, 움파룸파를 연기한 사람은 척추장애가 있어 보통사람보다 작다고 한다. 근엄한 얼굴과 매치되지 않는 귀여운 퍼포먼스! 그가 없었으면 이 영화는 그 매력의 반의 반으로 줄었을 것이다.
△영화 최고의 히로인, 움파룸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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