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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향해 뻗어가는 성장담 당신이 그녀라면
kharismania 2006-01-15 오전 1:43:52 1184   [2]


 

 자신의 부모님을 제외한 혈육과 한집에 살고 있다면 분명 한번 이상쯤은 그들과 나눈 싸움의 추억이 있을테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분명 치열하게 싸운 기억은 있는데 언제 사과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는 것. 그리고 사과하거나 받은 기억도 없는데 시간이 흐르니 세상에서 제일 밉던 사람이 다시 사랑하는 가족으로 변한다는 점.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 그러나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 있다.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사람에 대한 감정은 필연적인 감정이고 이에 해당되는 대상은 가족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감정은 분명 사랑하고 싶은 사랑과는 채도에서 차이가 나는 감정일테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들 한다. 가족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리고 그 가족은 자신의 존재가 사회에서 견뎌낼 고독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위안이 되는 공간이다. 특히나 부모보다도 형제나 자매들은 가족을 넘어서 또래의 친구같은 우정까지도 느낄 수 있는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주기도 한다.

 

 가장 믿음직스럽고 의지하게 되는 상대이면서도 가장 미워지고 보기 싫은 상대가 되기도 하는 이 카멜레온처럼 독특한 인간관계는 살면서 가장 오래가는 끊을 수 없는 인연인 것 하나는 사실이다. 물론 인생의 중도에 불행한 사고만 생기지 않는다면 말이다.

 

 어린 시절부터 범생에 가까웠던 언니 로즈 펠러(토니 콜렛 역)와 어린 시절부터 날라리에 가까웠던 동생 매기 펠러(카메론 디아즈 역)는 극과 극의 성향을 지닌 자매지간이다. 그리고 그 둘은 자매지간이라는 이유하나만으로 서로의 인생에 운명적인 교집합을 만들어가며 서로의 삶에 어쩔 수 없는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것이 방해가 되었든 도움이 되었든간에 말이다.

 

 사실 동생은 언니에게는 큰 골칫거리에 가깝다. 글을 읽지 못하는 난독증 탓에 공부는 하지도 못했고 그렇기에 그럴듯한 직업은 없고 그나마 구하는 일용직조차도 매번 짤리기 일수다. 그런 그녀에게는 매력적인 외모가 있지만 그것 또한 단지 남자 꼬시는 것에만 유용할 뿐 질적인 삶의 개선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변호사로써 나름대로 캐리어 우먼의 삶을 사는 언니로써의 깔끔한 삶에 불쑥 끼어들며 훼방을 놓는 동생은 고민일 수 밖에 없다. 언니는 나름대로 번듯한 직업을 지녔지만 자신의 외모에 콤플렉스를 지닌채 삶의 행복을 찾기보다는 주어진 삶에 끌려가는 인생을 산다. 그래서 자신의 값비깐 예쁜 구두들을 뽐내기보다는 자신의 콜렉션으로 홀로 만족할 정도로 소심한 삶을 산다. 하지만 그녀의 일생에 사랑이 찾아왔고 그 상대도 자신에게는 과분할 정도로 멋진 남자다. 그러나 자신의 인생에 행운이라 여겨졌던 그 사랑이 자매의 간당간당하던 정의 끈을 끊어버리는 계기가 될 줄은 몰랐다.

 

 이 영화는 얼핏보면 그냥 그런 로맨틱 코미디로나 여겨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일단 영화의 외적인 인상도 그렇고 배우들의 캐스팅에서도 그런 냄새가 풍기려고 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달콤한 로맨틱과는 거리가 먼 인생적 깊이를 보여준다.

 

 행복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자신의 꿈을 이룬 사람은 행복할 것이다. 하지만 꿈을 이뤘지만 주변에 자신의 꿈을 지켜봐주는 사람이 없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마냥 즐거울까. 오히려 그만큼 고독해지지 않을까. 우리는 살아가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 중에서도 특별한 인연을 걸러낸다. 때론 우정으로 사랑으로 많은 사람들과의 인연을 조율하게 된다. 물론 의도적이지는 않겠지만 그만한 노력이 따라주지 못하는 인연들은 분명 있다.

 

 자신의 주변에 소중한 이들이 많을수록 삶은 풍요로워진다. 자신의 슬픔도 기쁨도 나누는 이들이 있어야 그만큼 덜어지고 더해지는 법이니까. 그리고 어느 누구라도 많으면 좋겠지만 그중 가족이 먼저라면 좋지 않을까.

 

 이 영화는 행복을 논한다. 무엇이 행복한 인생인가를 말하는 것이 아닌 무엇이 행복한 인생을 만드는가를 말하고자 한다.

 

 언니든 동생이든 삶은 언제나 허전하다. 로즈의 직장은 그럴 듯 하지만 그 직장이 그녀의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어주진 않는다. 매기의 외모는 빼어나지만 그 외모가 그녀의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어주진 않는다. 그녀들에게 결여되어 있는 것은 삶을 만들어 가고자하는 의지력이다.

 

 잘 나가는 필라델피아의 변호사지만 자신의 외모를 비관하는 로즈와 매력적인 외모를 지녔지만 난독증으로 글자를 읽지 못하는 자신을 비관하는 매기는 서로 다른 고민을 지녔지만 삶에 대한 부족함을 느끼는 것에서 닮은 꼴을 그린다. 

 

 결점이 숨어있을 때는 상관없지만 드러나면 그건 씻을수 없는 치욕감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결점을 숨기기만 한다면 그건 불안이 되지만 그 결점을 극복해내고자 스스로 드러내 털어낸다면 그건 자신감이 된다.

 

 자매의 비극은 서로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된다. 언니는 자신의 삶에서 벗어나 일탈적인 삶으로 도피하고 동생은 자신의 삶조차 불분명하던 곳에서 새로운 삶으로의 조우를 향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에는 새로운 인연이 동반한다. 외면했던 남자가 사랑으로 변하면서 로즈의 삶은 바뀌기 시작한다. 그냥 직진의 권태감에 길들여져있던 그녀의 삶에 사이몬(마크 퓨어스타인 역)이 끼어들면서 인생을 즐기는 법을 배우게 된다. 우연한 계기로 자신의 혈육을 찾아 떠나면서 매기의 삶은 바뀌기 시작한다. 그저 되는대로의 삶안에서 무책임하게 찌들어가던 그녀의 삶이 외할머니를 찾아가면서 인생을 꾸며가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녀들에게 부족했던 무언가는 그녀 자신의 생각안에서 잠재하던 자신만의 고민이었을 뿐 타인에게는 상관없는 그네들의 사정일 뿐이다. 그 고민이 자신의 삶을 불행하게 만든다면 그 불행의 원인은 대부분 자신에게 있는 법이다. 결국 불행을 행복으로 바꾸는 키워드는 자신 스스로의 고민의 타파에 있는 것.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자를 찾음으로써 로즈는 더이상 자신의 외모에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다. 자신이 아름답지 못해서 남자의 사랑을 얻지 못한다고 생각했기에 사랑은 그녀의 결점의 오류에 명백한 반거가 되어주는 것이다.

 

 자신의 무능력함에 회의감을 느끼던 매기는 외할머니의 도움으로 의도하지 않았지만 나름대로의 삶을 찾고 그 삶안에서 안정을 얻는다. 그리고 자신의 삶에 계속 태클을 걸던 난독증에서의 도망이 아닌 도전의 기회를 얻게 된다. 그녀의 극복은 자신에게 운명같았던 결점에 대한 명백한 반거가 된다.

 

 두 자매는 자신의 삶에서 느꼈던 부족함에서 오는 상처를 치유해간다. 그리고 상처의 완전한 치유를 위해서 서로의 필요함을 느낀다. 각자 서로에게 부족함을 지닌 자매는 서로의 차이를 구별하는 것이 아닌 서로의 차이를 감싸는 보완함으로써 성숙함으로 거듭난다.

 

 영화는 유쾌한 재치와 더불어 따뜻한 가르침을 전해준다. 행복한 삶을 만드는 조건은 무난한 삶도 화려한 삶도 아니다. 행복한 삶은 자신이 만들어가는 삶이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 손을 뻗는 법보다도 쉽게 단정짓고 포기하는 법에 익숙한 사람의 인생은 행복할 수 없다. 인생은 자신의 의지가 반영되었을 때 건설되는 법이다.

 

 이 영화는 가벼운 제스처로 출발하지만 경건한 삶의 진리를 관통한다. 재치있고 유머러스한 입담안에 영롱하면서도 진실된 조언이 가득하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소재와 가볍고 생각없을 듯한 표정으로 관객에게 손짓하지만 비범한 내면으로 관객을 깊숙한 감동으로 눌러앉힌다. 평범한 소재로 빚어낸 특별한 수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영화에 출연하는 두 여자배우..카메론 디아즈와 토니 콜렛의 연기가 이 영화를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또한 수많은 조연배우들의 열연 또한 영화의 재미와 감동을 배가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특히 그녀들의 외할머니로 등장하는 셜리 맥클라인의 연기는 이야기의 깊이를 더하면서 관객에게는 든든한 현실적인 조언자가 되어준다. 또한 카메론 디아즈의 톡톡 튀는 패션감각은 여자들에게 좋은 구경거리가 되어줄 법도 하다.

 

 남자보다는 여자들이 공감할 공산이 큰 영화지만 삶의 철학을 아름다운 감동으로 보여주니 남자들에게도 와닿는 이야기가 되줄법 하다.

 

 영화는 매기가 머물게 되는 후반부의 실버타운에서 인생의 아름다움과 조우한다. 노인들의 종착역으로 가는 인생길에서 보여주는 삶의 가르침들은 젊은 우리가 왜 노인을 공경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면모라고 할 수 있겠다. 인생을 오래 겪었다는 것은 그만큼의 삶을 주워담았다는 것이니까.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그들에게 들어둬야 할 이야기가 많은 것이니까. 그 이야기는 우리가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의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는 지표가 될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i carry your heart with me

 

 i carry your heart with me(i carry it in
 my heart)i am never without it(anywhere
 i go you go,my dear;and whatever is done
 by only me is your doing, my darling)

 i fear
 no fate(for you are my fate,my sweet)i want
 no world(for beautiful you are my world,my true)
 and it's you are whatever a moon has always meant
 and whatever a sun will always sing is you

 here is the deepest secret nobody knows
 (here is the root of the root and the bud of the bud
 and the sky of the sky of a tree called life;which grows
 higher than soul can hope or mind can hide)
 and this is the wonder that's keeping the stars apart

 i carry your heart(i carry it in my heart)

 (E. E. Cummings)

 

 나는 당신의 마음을 품고 다닙니다

나는 당신의 마음을 품고 다닙니다 (나는 그것을 내 마음속에 품고
다닙니다)

나는 당신 마음 없인 다닌 적이 없습니다 (내가 가는 곳은 어디든, 내 사랑, 당신도 갑니다. 그리고 내가 홀로 무엇을 이루든 그건 당신이 이룬 일입니다. 사랑이여)

나는 운명이 두렵지 않습니다 ( 당신이 내 운명이기에, 내 달콤한 이여)

나는 이 세상을 원하지 않습니다 (아름다운 이여, 당신이 내 세상이기에, 진정한 이여 )
달이 늘 무엇을 의미해 왔던지, 그것은 바로 당신이요
해가 늘 무슨 노래를 불르건 간에, 그것은 바로 당신입니다

여기에 아무도 모르는 가장 깊은 비밀이 있습니다.
(여기에 생명이라 불리는 나무의 뿌리의 뿌리와 싹의 싹과 하늘의 하늘이 있고 그것은 영혼이 희망하고 마음이 숨을 수 있는 것보다 더 크게 자랍니다)
그리고 이것이 별들을 흩어져 있게 하는 놀라움입니다

나는 당신의 마음을 품고 다닙니다 (나는 그것을 내 마음속에 품고 다닙니다)

(E. E. 커밍즈 )


 

 극 중 매기가 언니 로즈의 결혼식에서 자신의 난독증을 극복했음을 선물하며 낭독하는 시다. E. 커밍스는 자신의 시에 대문자를 사용하지 않는다. 아름다운 시어와 더불어 영화의 주제와도 맞아떨어지는 시로써 소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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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그녀라면(2005, In Her Shoes)
제작사 : Scott Free Productions / 배급사 : 20세기 폭스
수입사 : 20세기 폭스 / 공식홈페이지 : http://www.foxkorea.co.kr/sho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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