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야수"는 남자영화입니다.
20대 중반이후의 남자들이라면 누구나 홍콩영화에 대한 아련한 향수가 있을 듯 합니다.
전 개인적으로 초등학교 시절 본 "천장지구"에서 코피를 흘리며 여주인공을 오토바이에 태우고 질주하는 유덕화의 모습을 지금까지도 잊을수 없습니다.
그리고 "열혈남아"에서 단 1초만이라도 영웅이 되고 싶다고 울부짖던 장학우의 눈빛 그리고 장학후의 청부살인 씬을 잊을수가 없습니다.
대부분의 남자들이라면 "천장지구","영웅본색","첩혈쌍웅" 등에 관한 아련한 향수가 있을것이고 왜 한국에서는 제대로 된 느와르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라고 생각들을 했을 겁니다.
물론 지끔까지 느와르 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온 영화중에 인상적이었던 작품들도 있습니다.
공중전화씬에서 느껴지는 아련한 홍콩영화에 대한 오마쥬를 느끼게 하는 "게임의 법칙"
최민수의 액션이 뇌리에 남게 만들었던 "테러리스트"
식당에서 벌어지는 어처구니 없는 총격전 그리고 우울한 비장비의 "킬리만자로"
옴니버스로 꾸며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전함이 남았던게 사실입니다.
우리가 기대하는 느와르는 "뒤는 돌아보지 않고 단 한순간만의 행복을 위해 달려가는 담배피는 모습이 유난히 멋지고 또 멋지게 죽는 죽인공"인데도 아직까지 제대로 된 영화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사실 영화를 보기전에는 "야수"가 홍콩느와르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해줄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남자들의 이야기 혹은 액션이 기대되는 영화이지만 왠지 작가주의 냄새를 풍기진 않을까라는 정도였습니다.
야수는 쉽게 말해서 "야수"같은 남자들의 이야기 입니다.
"단 한순간만이라도 행복하고 싶다" 라고 외치는 남자 장도영과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 어떻게든 완벽하게 처리하고 싶어하는 남자 오진우
그리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뭐든지 하고야 하는 불의의 악당 유강진
이 세남자들은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너희들의 가슴속에서도 "야수"의 본능이 살고 있다고!
사실 영화는 형사와 검사가 서로 다른 지향점을 가지고 한명의 거물 범죄자를 잡기 위해 모든걸 겁니다.
영화를 만든 감독은 그동안 보여졌던 느와르 영화들과의 차별점을 강조하기 위해 색다른 촬영을 선보입니다.
그동안 잘 쓰이지 않았던 줌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야수같은 남자들을 깊게 들여다 보라고 강요하고 있으며
다양한 분할화면을 통해 이야기전달을 쉽게 만들끼 까지 합니다.
또한 영화의 이야기들은 마지막을 위해 차근차근 감정을 쌓아갑니다.
각각에 등장하는 씬들은 친절하게 다 설명이 됩니다.
그런부분들 때문에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수도 있겠지만 영화에 몰입하다 보면 지루함은 쉽게 사라질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중반이후 사건의 중요한 단서를 잡게 된 장도영과 오진우는 유강진을 검거하게 되지만 오히려 반대의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물론 그 배후에는 "힘"이 깔려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정의만으로는 모든걸 해결할수 없는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강한자만이 살아남는 약육강식의 논리가 너무나도 당연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이 부분에서 가장 영화적이면서 홍콩느와르에 대한 오마쥬를 시작합니다.
오히려 궁지에 몰린 주인공이 택하는 건 "야수적 본능"이기 때문입니다.
그 본능의 극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비극적 결말이 존재합니다.
내가 희생당하긴 하지만 잡고 싶은 대상을 꼭 잡고야 마는 야수적 본능 때문이겠지요
저는 영화의 결말에서 꽤 큰 희열을 느꼈습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설정이긴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이 멋진 복수를 행할때 그래 바로 이거야! 하면서 공감을 했기 때문입니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엄청난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여기까지만 설명하겠습니다.
남자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하고 박수칠만한 엔딩이라는 사실만 말하겠습니다. (권상우의 엔딩입니다)
물론 현실적인걸 강조하는 분들에게는 말도 안된다는 비난을 들을수도 있겠지만 제 가슴은 너무나도 동의했기 때문입니다.
한국형 느와르를 기대하셨던 분들에게 "야수"는 분명 좋은 선물이 될 만한 영화입니다.
예전 "친구"가 대박이 났을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친구에 나왔던 대사와 행동들을 흉내냈던 기억이 납니다.
"야수"를 보고 난 관객들 역시 그때처럼 강렬한 느낌을 받고 따라할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모두가 야수가 되어버린 최종 결말은 내심 아쉬움과 씁슬함을 남기기도 하지만 "장도영"의 엔딩만큼은 정말 가슴이 불끈 타오릅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도 여운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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