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yty kill the beast'
자 중학교 이상의 영어실력을 갖고있는 사람이라면 한번 해석을 해보자. 무슨 뜻일까? "미녀가 괴수를 죽였다" 정도? 미녀와 야수(beauty and beast)의 하드코어판 제목도 아니고....사실 이말은 다름 아닌 연말 극장가를 강타하고 있는 헐리웃 블록버스터 영화 ‘피터 잭슨의 킹콩’(Peter Jackson’s KingKong)에 등장하는 대사다.
극장에서는 친절하게도 '사랑 때문에 그가 죽었다.'라고 번역했다. 흑자는 그냥 직역 했어도 나쁘지 않았을 거라 말하고는 한다. '미녀가 야수를 죽였다.'정도로...하지만 번역가의 센스는 옳았다고 본다, 분명 킹콩은 앤 때문에, 아니 앤과의 사랑때문에 죽었다. 비록 사람과 사람은 아니지만 둘의 관개는 사랑에 가까웠고 앤과의 사랑은 킹콩을 죽음이라는 치명적 상처를 남긴다. 하앤은 훌륭한 팜므파탈을 수행한건 아닐까.
필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이 있으리라 믿는다. 영화 킹콩은 분명 멜로드라마다. 물론 과감하고 다양한 액션이 가득한건 사실이다. 하지만 나무를 철근같이 씹어먹고 맨손으로 티라노 사우르스를 때려잡으며 달리는 쌍엽기에서 뛰어내리는 킹콩씨의 행동은 사랑을 지키려는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의 그것이다. 티라노의 입을 찢어버리는 과격함도 뉴욕한복판에 아무런 단서도 없이 앤을 찾기위해 뛰어드는 용기도 모두 사랑에 눈이먼 남자의 본능과 일맥 상통하지 않는가?
그런데 잠깐 뭔가 이상하다. 여기서 잠시 억울함을 호소해 보자. 로맨스의 필수 요소는 외모 아니였나? 필자 20여년 인생동안 뼈저리게 느껴왔단 말이다. 예를 들면 이렇게
이런 남자가 사랑을 고백하면 그것은 로맨스요 운명적 사랑이지만....
이런분께서 사랑을 고백하고 쫓아다닌다면....
곧바로 이렇게 되는 것이다.
뭐 세상에는예외도 있다고 하지만....
여튼 인생의 환타지인 영화속 로맨스의 대상은 이렇듯 멋진 선남 선녀들의 전유물이다. 하지만 킹콩은 선남은 아니지 않는가? 그럼에도 영화는 너무도 아름다운 멜로를 그렸다. 광폭하기만 하던 킹콩이 앤을 발견하자마자 얼음판 위에서 장난스레 뒹굴며 눈을 뿌리는 그장면은 영화 러브스토리의 눈밭씬 이상으로 로맨틱하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앤을 안타깝게 바라보다가 눈을 감으며 추락하는 장면은 타이타닉의 이별보다 절절했다. 고백하건데 영화를 함께 본 아낙은 마지막에 눈물을 글써이시며 '멋있어....' 라며 킹콩씨에 대한 멘트를 던지셨다. 평소 곰같다고 멋진면은 하나도 없다고 나를 놀리시던 아가씨께서 말이다. 태어나서 두번째로 사람이 아닌 동물에게 질투를 느꼈다. 처음은 그녀의 품에서 앙탈을 부리면서 사랑받던 고양이...아 뭔가 비참한 인생...
'올겨울 가장 웅대한 세상을 볼것이라다'는 포스터에 다분히 쥬라식파크 같은 스팩터클과 액션을 기대했던 관객들. 하지만 킹콩은 그런 기대이상의 영상미와 액션에 커다란 7.6미터의 사랑을 그리면서 눈물까지 뽑아내 주었다. 리메이크 영화는 원작을 넘을 수 없다는 징크스는 사뿐히 밟아주신 명작 킹콩.
올해 가장 부러운 영화속 남자배우는 북실북실한털이 가득한 외모에도 가슴시린 사랑을 던진 킹콩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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