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많은 폭설이 내리고
세계적으로 촉망받던 교수조차 그의 업적이 사기로 판명난 지금,
어둔운 2005년 끝자락에서
한국 영화의 최대 손실 업적을 이루며
연말의 완벽한 마무리를 지을 대작(혹은 대패)영화가 개봉했다.
'친구'라는 영화로 정말로 우연찮게,
천재일우의 우연의 결과로
전국적 흥행을 일구웠던 곽감독.
그 영화에서 모든 공은 분명히 배우들의 혈연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흥행에 묻어서 함께 이름값이 오른 곽감독이
이번에는 무려 200억이라는
나같이 빌어먹고 사는 인간이라면
꿈이라도 꿔봤으면 좋을 액수의 돈으로
제목도 거창한 태풍이라는 영화를 만들었다.
그의 투자자들은 과연 곽감독의 무비그라피를 알고계셨는지,
혹 친구라는 영화 달랑 한편만 보고 돈을 대줬는지,
과연 당신네들의 쪽박찰 인생은 예상이나 하셨는지,
어찌댔건 그결과로 나온 이 영화를 본 나로썬
분명 그네들은 그냥 돈을 태풍에 쓸려 보낼것이다.
아무리 영화를 뜯어봐도 돈들인 구석이라곤
개구리 코딱지만큼이라도 찾을 수 없었다.
심지어 중간에 나오는 그래픽으로 그려진 헬리콥터는
차라리 만원짜리 프라모델을 기용하는 게 더 낳을 뻔했다.
하지만 그런 기대도 하지않은 '영상미'를 제외하고라도
대체 이영화의 국적이 과연 한국인지
아니면 한국 배우들이 나오는 외국영화인지 조차 구분하긴 쉽지 않다.
많은 나라를 넘나들며 되지도 않는
어눌한 외국어를 하는 배우들을 보고 있자면
과연 이것이 스토리만의 문제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곽감독도 200억이라는 돈을 받았으니
아마도 세계에서 통하는 블록버스터를 만들려고 했나보다.
근데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표어를
지나가는 3살꼬마도 알고있는 이 시대에
쓸데없이 쏼라쏼라 외국어만 해대면
세계적인 것이라고 착각하는 곽감독의 시대착오 센스가 참으로 신선하다.
이런 영화에 200억 들일 바에야
차라리 신데렐라 드라마 200편을 찍는 게
더욱 경제적이라는 것을 투자자들도 인지하여야 한다.
그리고 영화속의 이정재도
드라마에서나 어울릴 만한 연기를 보여준다.
장동건도 그의 다른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미간에 八자 그리며 목청껏 소리지르기'를 또 다시 선사한다.
오직 이미연만이 괜찮은 연기를 하지만
허나 이것도 캐릭터의 설장이 제대로 안잡혀서
연기자 개입의 소지가 컷던 것이 분명하다.
많은 투입을 했다고 많은 이익을 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적은 예산으로 만든 훌륭한 영화를 많이 봤다.
찌라시에서 블록버스터라 광고한다고
저절로 그 영화의 팬이 되지는 않는다.
현대사회에서 예술도 하나의 상품이 되어버렸고
그 상품의 구매자가 생산자의 사정을 고려하여 제품을 구매할 필요는 없다.
태풍은 국산품이라는 도장이 찍힌
구매자들에게 애국을 호소하는 '질낮은' 한국제품일 뿐이다.
---여기서 부터는 글쓴 후 '덧붙이기'입니다.
댓글에 많은 말이 있네요.
거기에 대한 답변을 달고자 합니다.
원래는 저도 댓글로 덧붙이려고 했지만 너무 길어져서요...
한국인이 아니라도 공감할 수 있지 않느냐에 관해서 입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스토리가 왜 꼭 남북분단현실을 이용했어야 할까요?
그렇다고 분단에 관해 감독이 특정한 시선을 가진것도 아니고,
거기에 특별한 해결책을 제시한 것도 아니란 말입니다.
이렇게 민감한 부분을 겉햝기 식으로 대충 다루려고 한다면 차라리 건드리지를 말란 말입니다.
여기저기서 남북분단에 관한 영화가 쏠쏠한 수익을 거두니까 대세에 따른 겁니까?
그리고 이 영화의 스토리에 관해서는 별 할말이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워낙에 구멍이 숭숭뚤린 스토리라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아요.
일명 '맥끊기' 스토리죠.
사건은 개별적으로 나열되어 나타나며 인물들의 관계에 비해 상황은 너무 비약적으로 흘러갑니다.
웃기지도 않는 농담도 나오고, "수개월후"같은 뒤통수를 때리는 개그도 터집니다.
주인공들에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많습니다.
씬의 경우, 그의 누이와 함께 살 방법도 있어으며,
강세종의 경우에도, 꼭 그 폭풍속으로 뛰쳐들 이유는 없었습니다.
심지어 처음에는 그 폭탄이 한국으로 올것을 몰랐으니
정부가 꼭 그 사건에 뛰어들 이유도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영화는 시작부터가 삐걱거렸던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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