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저는 33년작 킹콩은 본적이 없습니다.
다만 76년에 나온 킹콩이랑 그 속편은 본적이 있죠
피터 잭슨 감독이 만든 킹콩은 덩치가 좀 작아졌더군요
(그래도 주인공이랑 비교하면 엄청 크지만...)
영화가 세시간이라는건 다들 아실텐데요
킹콩의 모습을 빨리 보고싶은 분들에게
처음 한시간 정도는 정말 견디기 어려운 시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드라마나 이야기 전개로 볼때 앞부분 한시간도
중요한 이야기의 축이라고 생각됩니다.
일단 킹콩이 스크린에 모습을 나타내면 그때부터 영화는 아주 재밌어 집니다.
육식공룡에 쫓기는 거대한 초식공룡들이 좁은 협곡을 달리는 부분은 정말 대단한
위압감과 스케일을 보여주고요
스틸사진이랑 예고편에 등장한 티라노사우러스 3마리와 킹콩의 대결장면은
제 개인적으로 올해 개봉한 블록버스터들 중에서 최고의 장면이었습니다.
아쉬운 점은 에드리안 브로디와 나오미 왓츠의 로맨스는 굳이 집어넣지 않아도
될듯 싶었는데 들어가서 이야기를 조금 산만하게 만드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차라리 처음부터 끝까지 킹콩과 주인공의 정서적 교감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을 했더라면
결론 부분이 더 매끄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킹콩이 빌딩에서 추락한 이후 두 남녀주인공이 포옹하는 장면에서
제가 약간의 어색함과 혼란을 느낀건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스토리나 이야기의 주제에서도 이전 작품들과 비교했을때 특별히 새로운 해석이나
잭슨 감독만의 독특한 시각은 찾아 보기 어렵습니다.
상업주의와 돈, 명예에 눈이먼 인간이 일으킨 인재
고독한 삶을 살며 정이 그리운 거대 고릴라와 인간의 정서적 교감 등등은
이전의 주제 의식에서 크게 진일보 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헐리우드라는 동네에 감탄하는 이유는 이런 새로울것 없는 이야기를
매번 놀랍게 포장해내는 저들의 능력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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