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사상 최고의 제작비가 투입되었으며 엄청난 홍보를 퍼붓고 있는 영화 "태풍"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저 역시 태풍에게 기대한 가장 큰 부분은 비쥬얼 입니다.
사실 150억을 투자한 한국영화가 비쥬얼에서까지 만족스러운 부분을 뽑아내지 못한다면 더이상 할 이야기 없을것 같기도 합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태풍"은 그간 한국영화에서 시도되었던 다양한 헐리우드류의 비쥬얼을 보여주는데 성공적인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해양액션이라고 불릴정도로 바다,태풍과 관련된 액션이 두드러지게 강조되는데 영화를 보는 동안 어색함은 느끼지 못했으니까요.. 가장 중요한 라스트에서 엉성한 CG가 눈에 거슬리긴 했지만 대체로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표방한 영화들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듯이 비쥬얼은 있으나 이야기가 약한 공식을 태풍 역시 벗어나지는 못합니다.
태풍은 이야기가 약하다기 보다는 이야기 자체가 추구하는 방향이 진부하며 너무 저돌적이다 못해 직절적입니다.
곽경택 감독의 전작들을 보면 분명 곽경택 감독은 작은영화에 맞는 이야기를 연출하는데 좋은 재능을 보여주었던 것 같은데 태풍에서는 역시 매너리즘에 빠진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솔직하게 말하면 "친구"도 그리 탄탄한 이야기구조를 가주고 있긴 보다는 강렬한 이미지들이 잘 결합된 영화라는 생각입니다.
태풍은 탈북자라는 사회적인 이슈를 "가슴"에 품은채 신파와 감상주의로 포장한 이야기들은 개인적으로 공감이 가기 전에 지루하고 진부하다는 느낌이 들게 만들었습니다.
장동건과 이정재라는 배우가 나오지 않았다면 모르긴 몰라도 많은 관객들이 영화중간에 꿈나라로 향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배우들의 비중이 큰 영화이기도 합니다.
태풍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영화들에서 흔히 볼수있는 움직임이 많은 영화입니다.
영화의 스케일이 커지면서 많은 것들을 화면에 담기 위해 카메라는 정지되어 있기 보다는 여러가지 장비들을 이용해서 큰 움직임을 보여주며 시원시원한 영상들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영화들이 흥미로운 이유는 (물론 성공한 영화들입니다. 반지의 제왕같은) 웅장한 스케일탓도 있겠지만 120분이든 180분이든 결말을 향해 가기전에 여러 사건들을 통해 관객들에게 긴장감과 다채로운 볼거리 숨막히는 대결구도들을 놓치지 않고 디테일하게 묘사해 주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적절한 웃음까지요
하지만 정작 "태풍"은 그런 부분에서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태풍의 사건들은 너무 쉽게 결말을 보여주고 있으며 갈등의 느낌들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야기들이 연결되어서 파급효과를 주기 보다는 툭툭 던져진 느낌이 강해서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질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몰입도가 떨어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또한 웃음을 유발하는 코드들이 거의 배제되어 있습니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감동도 좋고 멜로도 좋지만 기본적인 웃음을 기대하기 마련인데 태풍은 추구하고자 하는 주제가 무겁다 보니 쉽사리 웃음의 코드들을 보여주지 않은채 영화를 점점 무거운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러 장비들을 잘 이용해 꼼꼼하면서도 위트있게 연출을 했다면 분명 더 좋은 결과물이 될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가능성만을 보여준채 끝이 나버립니다.
한국의 관객들은 여전히 감동코드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000만을 넘긴 두편의 영화들이나 대박급 흥행을 한 영화들은 여지없이 감동코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태풍역시 그동안 성공한 영화들을 벤치마킹하면서 그 부분에 중점을 둔 것 같습니다만 감정조절에 실패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만 덜 진지했어도 조금만 웃음을 주었어도 조금만 더 짜임새가 있었어도 더욱 좋은 영화가 될 뻔한 태풍이었지만 비쥬얼에 대한 가능성만을 보여준채 아쉬움을 남기는 안타까운 영화가 되어버린것 같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나름대로 기대를 많이 했는데 장동건은 연기는 "강함"이 지나친 경향이 있었고
이정재는 "발성" 덕분에 쉽게 공감이 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미연씨는 잠깐 동안의 등장이었지만 아우라를 내뿜더군요.
관람을 하시게 된다면 용산CGV에서 디지털 상영을 보실 것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사운드의 웅장함을 느낄수 있을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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