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편지. 프로야구 개막. 간호학원 포스터, 화장품 아줌마, 학교 안 다니는 동네 모자란 아이....
감독과 같은 시대를 살아온 이라면 이런 것들에 대한 추억은 참도 많다.
그 시대가 암울했든가 말든가 대통령이 나쁜 놈이든가 말든가
그 시대를 정치가 아닌 놀이로 하루를 살고 수다꺼리로 삼던 이들이라면
행운의 편지를 보냈던 친구 이름이나 동네 화장품 아줌마가 아모레인지 쥬단학인지 그게
더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이렇게 소소한 기억을 가지고 감독은 정치사회라는 큰 맥과 연결하는 재주를 부렸다.
왜 간호학원 열심히 다니던 누나는 광주로 울면서 내려갔을까
화장품 샘플을 퍼주며 인심쓰던 엄마는 왜 결핵으로 죽어야만 했을까
학모를 쓰며 그저 아스께끼나 따라하던 모자란 녀석은 어디로 잡혀갔을까
한 소년의 하루 재미꺼리를 만들어가던 이들이 대통령 들고나는 것 때문에 행운이란 건
가져보지도 못한 채 사라져버린 그 아픔을 슬그머니 위로하고 있다.
대놓고 설명하지 않아 그래서 매력있다고 할까...
진부한 상황이 자주 나오는 미숙함도 있지만
떠들어대는 말은 행운이지만 결코 행운일 수 없었던 그런 시대에
격렬함없이 그저 소소하게 산 이들을 주인공처럼 보여줘서 고맙다.
그리고 마지막에 다 같이 모여 춤추고 노래하는 몽환의 잔치는
그래도 희망이란 걸 안고 꿋꿋이 그 시대를 살아온 이에 대한 작은 박수같아 마음이 더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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