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은 지극히 그리고 충분히 환타지여야한다.’
무영검을 보고 나오며 김영준감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이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이러니 한 것은 그러한 환타지를 즐기기 위해 무협영화를 보러 표를 끊고 극장 안으로 들어가며 우리는 이러한 환타지를 덤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무협 영화를 보면서도 영화 속 등장 인물들이 러브 스토리 만큼이나 사실적이며 긴 호홉으로 이어가는 사랑을 하길 바라거나, 저수지의 개들에서나 볼 수 있는 인물들의 작은 비아냥 거림들을 즐기고자 하고, 심지어 빌리 엘리어트나 아밀리에 같은 영화에서나 느낄 수 있는 느낌으로 이어가야만 하는 스토리 라인까지 요구하고는 한다. 이런 마음들을 가지고 이영화를 보면 아마도 이영화가 가지고 있는 참 매력을 느끼지는 못하지 싶다.
그렇다면.... 내가 느낀 무영검의 재미는 이렇다.
액션은 각 장면에서의 멈춤이 없이 처리된다. 우리가 흔히 홍콩무협에서 볼 수 있는 한동작 한동작 끊어 지는 듯이 느껴지는 그래서 콘티에 의한 무협이라는 느낌이 이영화에는 없다. 연속적으로 느껴질 만큼 각각의 액션들을 하나로 아주 정교히 이어 내고 있다. 실은 관객은 그 한 동작 한동작을 도저히 따라 잡을수 없을 만큼 다음 동작으로의 전환이 빠르게 전개 된다. 컷이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롱샷으로 느껴질정도의 한판의 무협이 그대로 느껴지는 묘미랄까.
무협에서 빠지지 않는 와이어 액션 또한 볼거리다. 대부분의 와이어 액션들은 옆에서 잡는 화면을 통해 속도감을 살리고자 하는 반면 무영검의 주요 와이어 액션 장면들은 정면으로 날아오는 등장 인물들을 보여준다. 주목할점은 속도감은 전혀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이러한 정면(관객)을 향해 날아오는 화면 구도를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쫓기는 주인공 앞에 놓이게 함으로써 나도 쫓기고 있는 듯한 긴장 효과를 극대화 시켜준다. 우리는 어느새 도주하는 배우들의 절박한 심정이 되어 있는 것이다.
또한 점수를 주고 싶은 것은 의상이다. 실증적 재현이라는 면은 이미 의미가 없다. 그 발해의 그것과 거란의 그것이 어떠했건 배우들의 의상은 그들의 캐랙터를 잘 대변해 준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 마음은 가볍다. 권선징악이라서가 아니라 멋진 액션극을 보고 나온듯한 후련함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무협영화에서는 좀처럼 느낄 수 없었던 수려한 환타지 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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