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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식이 동생 광태 - 김현석 감독 광식이 동생 광태
kobanoky 2005-11-18 오후 4:18:15 1071   [5]


말하지 못한 내사랑.

"말하지 못한 내 사랑은 어디쯤 있을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다. 김광석. 그의 노래를 또 이렇게 스크린에서 듣게 되어 기분이 벌써부터 뜬다.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이등병의 편지"를 들은 이후로 말이다. 이 영화에서는 어떤 이유에서 나오는 것일까? 별 거 없다. 그저 광식이가 짝사랑하는 윤경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한다는 내용을 음악으로 대신할 뿐이다. 뭐, 광석이형의 목소리가 아닌 다른 분의 음성이었지만 영화의 첫 부분부터 기분이 좋아졌다.

 
거꾸로 보는 세상.

사진관의 사진기를 들여다보면, 피사체가 반대로 보인다. 요원이의 사진을 찍는 광식의 눈에도 그녀의 모습이 그렇게 보여지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형의 그 동생이라 했던가. 광태가 마라톤 대회에서 만난 경재의 첫 모습 역시 거꾸러 본 뒷모습이었으니. 근데, 참으로 희한하다. 거꾸러 본 사람의 모습이 왜 예뻐보이는 것일까? 나만 그런가? 만날 보는 사람인데도 거꾸러 보면 색다르게 보인다. 그래서 세상은 한 번쯤 뒤집어서 바라볼 필요가 있나 보다.


스테이플러.

시사회에서 뜬금없이 스테이플러 철침(상표명:peace)을 준다. 뭔가가 있단다. 알고보니, 윤경이 광식이에게 선물을 한 것이 바로 이 철심 한 통이다. 약 5000개의 철심이 들어있다고 한다. 내가 받은 건 1000개 들이고. 참 재미난다. 상표명이 peace인 것과 광식이를 일컬어 '연애계의 평화(peace)유지군"이라고 한 것들이 이상하게도 "인연"이 있어보이니 말이다. 어쨌든 우리는 이 스테이플러의 알(철심)을 평생 다 못쓰고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이 제법 와 닿았다.


<세월이 가면>

최호섭의 노래라고 하는데, 우리에겐 마야와 조성모의 노래로 더 친근해진 노래다. 요즘 영화에는 이렇듯, 한 때 시대를 풍미했던 유명한 노래들을 다시 끌어들이는 전략을 많이 쓴다. <너는 내운명>의 "사랑밖엔 난 몰라", "오빠"도 그러했고, <소년, 천국에 가다>의 상송풍의 "누구라도 그러하듯이"가 그러했다. 최근엔 <나의 결혼 원정기>에서 나훈아의 "18세 순이"이가 동네 마이크를 타고 흘러나오기도 했다. 재밌는 것은 그 노래들이 거의 영화의 주제를 함의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월이 가면>도 그렇다. "세월이 가면 가슴이 터질 듯한 그리운 마음이야 잊는다 해도, 한없이 소중했던 사랑이었음을 잊지말고 기억해줘". 이노래의 핵심구절이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자신이 사랑했던 그 마음이라도 기억해 달라는 아주 소중한 인연에 대한 이야기지 않는가. 세월이 가도 변함없는 사랑 어디 없을까? 없을 리가 없다. 없다면 '변함없는 사랑'이라는 말 자체가 없기 때문에.
 

새우, 볶음밥, 새우볶음밥.

새우도 좋아하고, 볶음밥도 좋아하지만, 새우볶음밥도 좋아하지 않는다는 광식이의 대사다. 윤경이도 좋아하고, 일웅이도 좋아하지만 왠지 윤경이와 일웅이 커플은 싫다는 의미의 메타포다. 나도 그렇다. 김치를 매우 좋아하지만, 김치라면은 절대 먹지 않는다. 희한하다. 새우와 볶음밥, 그리고 김치와 김치라면의 사이에는 어떤 보이지 않는 미묘함이 있는 것일까? 어쩌면 사랑과 우정 사이에 놓인 거시기와도 다를 게 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당기세요>

광식이는 당기고, 광태는 민다. 광식이는 지키는 스타일이고, 광태는 깨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광식이는 '평화유지군'이고, 광태는 '자유연애자'다.


배꼽.

"배꼽아래 털났다"라는 말은 '어른이 되었다'는 뜻의 관용어이다. 자고로 대통령이나 왕의 배꼽 아래 일은 누설하지 않는 것이 관례였던 시대도 있었다. 이 작품에서는 "배꼽 위의 마음과 배꼽 아래의 마음이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배꼽 위의 마음이 광식이로 대변될 수 있다면, 배꼽 아래의 마음은 광태로 대유될 수 있겠다. 그러나 사랑은 배꼽 위든 아래든 그것의 개별적인 구분보다는 전체의 모습에 더 가까운 것이 아닐까. 배꼽 위의 마음이(광식이의 마음) 지고지순한 사랑의 마음이라면 배꼽 아래의 것(광태의 성적 표현)은 사랑의 가장 아름다운 표현이라고 할 수도 있다. 지고지순한 광식이의 마음과 사랑에 대한 자유로운 표현의 광태가 조화를 이룬다면 더욱 더 배꼽이 예쁜 인간다운 사랑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상상을 해본다.


옴니버스.

같은 '사랑'을 주제로 한 버스를 타고 가면서도 광식의 이야기와 광태의 이야기의 모습을 볶아서 보여주는 형식이다. 그 연결고리가 아마도 '발렌타인 데이'인 것 같다. 그 날을 기점으로 광식이의 인연이 엇갈리기도 한다. 그것도 광태의 술먹고 전날의 기억을 잊어버리는 성향탓에. 크리스마스도 등장한다. 광식이가 7년 만에 크리스마스를 윤경이와 함께 보내기도 한 날이고, 광태가 경재를 다시 만나는 날이기도 하다. 옴니버스 형식과 만남과 이별로 점철된 '인연'의 관계에 대한 이상야릇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부분이다. 어쩌면 우리는 하늘에 계신 절대자의 옴니버스식 연출에 각본대로 살아가는 캐릭터들이 아닌지 생각해 본다.


사랑에 관한 명대사의 향연.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사랑이 아니니까 변하지", "알면서도 속아주는 것이 여자다. 이만큼의 마음이라도 있다면", "너와 내가 함께 했던 추억을 생각해봐. 우리에겐 추억이 없어", "'오빠 고마워요'는...에둘러... '오빤 좋은 사람이에요' 내지는 '친오빠였으면 좋겠어요'다", "술먹었을 때의 다짐만 지켜도..." 등등 수없이 많은 대사들이 쉴새없이 스크린 밖으로 튀어나온다. 이 영화의 독특한 형식과 이러한 대사들이 풍요로움은 런타임 내내 시간을 잊어버리도록 만드는 매력을 발산하게 된다.


하늘의 신호.

우리는 인연을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인연을 만들어 가는 것일까?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내 머릿 속을 떠나지 않은 자장면과 짬뽕의 갈등이었다. 광식이는 '인연이 나타났을 때, 하늘의 신호가 있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말한다. 마치 연출자가 '큐'사인을 친절하게 지도하듯이 말이다. 마지막으로 갈 수록 이러한 인연에 대한 고민에 무게를 더해주는 이 영화는 광식이와 광태에게 '하늘의 신호'를 만들어 준다. 결혼식장에서의 광태의 휴대전화가 '경재 마라톤'이라는 알람을 울려 주고, 광식이가 전에 소주를 빌려줬던 그 여인을 만났을 때 스프링클러가 터지는 장면이 그러하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오지만, 중요한 것은 그 기회를 포착하느냐, 아니냐의 문제일까? 영화 속 윤경의 대사 하나가 떠오른다. '인연이 있다면, 운명의 장난이나 엇갈림도 그것에 포함될거예요' 답은 없지만, 어떤 인연을 만나든 고맙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는 분명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가져 본다. 여담이지만, 스프링클러는 실내의 온도가 약 70도 이상일 때만 터지게 되어 있다. 영화 속 장면에서 그 정도는 아니었을턴데, 인위적인 연출이 좀 과하지 않았나 하는 지적도 해본다.

 
주제곡 "삽질의 추억"

자신의 경험을 참고해 작사한 김현석 감독과 이병훈 음악 감독의 작곡으로 만들어진 이 노래는 김주혁, 봉태규가 듀엣으로 부른다.
이른바, <광동광송>. "'광식이동생~광태!, 광식이동생~광태!..."가 반복되는 단순함은 관객들에게 영화에 대한 애착과 재미를 안겨주는 맛을 주는 것 같다.

 


2005.11.18.
written by 나무, 병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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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식이 동생 광태(2005)
제작사 : MK 픽처스 / 배급사 : MK 픽처스
공식홈페이지 : http://www.mkpictures.co.kr/k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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