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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영검 - 김영준 감독 무영검
kobanoky 2005-11-16 오후 1:17:58 978   [1]

 

 

 

 

1. 단순한 스토리

 

모티브만 요란하다. 발해가 멸망한 직후의 시대상황을 배경으로 살아남은 왕손을 지키기 위한 것이 이 영화의 요지다. 지극히 단순한 스토리를 무마하기 위해서 최지우, 김수로와 같은 카메오들을 등장시켜 나름의 즐거움을 선사하려고 한 듯 하나, 오히려 스토리 상 그 진중함을 다소 떨어뜨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사회를 보는 관객들도 종종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리기도 한 것을 보면 제법 어설펐던 모양이다.

 

 

2. 물 속에서의 검투신

 

완벽하게 재현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다소 볼 만하기는 했다. CG가 대부분 포함되어 만든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는데, 이 장면에 약 10분 정도가 소요되었다고 하니 꽤 노력을 많이 들인 모양이다. 런타임 100분에서 10분이기 더 그러하지 않을까.

 

 

3. 진정한 검(劍)이란?

 

"검은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드는 것이 아니라,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드는 것입니다"라는 말이 이 영화의 숨은 사연을 대변하는 대사라 하겠다. 대정현(이서진)이 어릴 적 연소하의 목숨을 지켜주면서 연소하에게 이 말은 꼭 잊지 말라고 했던 말이며, 또 그러하겠노라고 말했던 연소하의 약속이기도 하다. 또한 후반에 연소하를 지키기 위해 다시 한 번 검을 드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너의 목숨을 지키지 못해 미안하구나", "아닙니다. 목숨보다 더 소중한 것을 지키셨습니다"라는 대사에서, 목숨보다 더 소중한 것은 '약속(신의)'가 아닌지. 배반과 배신이 난무하던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소중한 가치라 여겨진다.

 

 

4. 미국 뉴라인 시네마의 투자 유치

 

<반지의 제왕>의 제작사로 유명한 뉴라인 시네마가 이 영화 제작비의 약 30% 정도를 투자했다고 한다. 해외 배급망을 통해 한국무협영화의 진출이 어디까지 그려질 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듯하다. 아쉬운 점은 수많은 군사들을 모아 옛 발해를 되찾기 위한 전투신이 전투하기 전의 모습에서 이 영화가 끝난다는 점이다. 제작비를 의식한 탓일까? 영화의 부가가치를 떨어뜨린 것은 물론, 재미나게 잘 보다가 마지막에 맥이 빠진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부분이라 하겠다.

 

 

5. <비천무> 다음 작품

 

무협 영화로의 길을 가겠다고 다짐한 김영준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다. 비천무보다는 좀 더 매끄러운 무술이 선보였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윤소이와 이기용과 같은 여배우를 액션의 정면에 내세운 것도 전작과 다른 점이다.

 

 

6. 몽고의 고원지대, 거란 지역의 장터

 

장터에서 공연을 보는 서민들의 모습이라든가, 무협만화에서 본 듯한 주막과 거리들은 마치 한편의 만화책에 빠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다지 뛰어난 영상미를 선보이기엔 전반적으로 명도가 낮은 촬영기법을 구사한 것 같다. 그래서 그런가, <와호장룡>과 같은 예술적 영상까지는 조금 못 미친 것 같은 아쉬움이 든다. 다만, 고원지대나 호숫가 내지는 대나무숲고 같은 장면은 나름대로 좋은 영상을 구현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7. 뮤직비디오, 임형주 <연인>

 

영화의 액션에 주목해서 그런가? 팝페라 가수 임형주의 노랫소리를 듣지 못한 것 같다. 이 영화의 뮤직비디오에서는 <연인>이라는 제목으로 임형주의 목소리를 만날 수 있음에도 말이다.

 

 

8. 정교한 무술 검법, 어설픈 공중신

 

우리나라 여배우의 무술 자세가 제법 훌륭해 진 것 같다. '우리나라는 아무리 해도 홍콩 여배우의 액션을 따라갈 수 없어..'라고 생각했던 내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다. 내용은 단순하지만, 각 장면에 펼쳐진 무술들이 매우 정교하고 뛰어난 기술을 선보인 것 같다. 손목의 꺾임이 매우 절제된 힘으로 드러나기도 하며, 유연한 허리 놀림이 싸우는 것이 아닌 마치 춤을 추는 듯한 감흥까지 안겨주었다. 아니나 다를까 검술에 탱고를 접목시켰다는 감독의 말이 새삼 떠오른다.

다만, 공중으로 날아다니는 장면이라든가 물위를 뛰어가는 장면 등에는 좀 더 여유있는 액션이 필요한 듯 했고, 영상의 아름다움보다는 어설픈 컨닝과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점이 떠오르기도 한다.

 

 

9. 무영검(無影劍)

 

'빛이 없는', '그림자가 없는' 검이라는 뜻으로, 영어로는 'shadowless' sword로 표기되었다. 영화의 맥락 속에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자면, 검에는 살기가 없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어떠한 원한을 품어서는 안된다는 대사를 대정현이 한다. 즉, 평정심을 잃지 않는 것이 검술의 최고 이념이라는 것이다. 마지막 군화평이 똑같은 검(대정현의 검과 그의 형이 갖고 있었던 검)과 대정현과 결투를 벌이지만 대정현의 검에게 지고 만다. 대정현의 대사에 검술의 최고 이념을 짐작할 수 있는데, '넌 너 자신의 내면을 다스리지 못했어. 처음부터 나에게 지는 결투였어'라는 식의 말을 한다. 다시 말해, 발해에게서 자신의 아버지와 가문이 멸망당한 후 복수심과 원한에 사로잡힌 군화평이 자신의 살기를 다스리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는 것이다. 무영검이란 이렇듯 어두운 그림자가 없는 '무의 경지'에 이른 검을 말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10. 동단(東丹)국? 동란(東丹)국?

 

영화에서는 '동란국'이라고 하지만, 학계에서는 '동단국'이라는 표현을 쓴다. 후자가 맞다고 생각한다. 흔히 거란이라고 하면 한자 표기로 [契(맺을계)丹(붉을단)]을 쓴다. 즉, 한자어 발음대로 하자면 '계단'이 된다는 말이다. 베이징을 '북경(北京, 북쪽의 서울)'이라고 하듯, '동쪽의 거란'을 뜻하는 것으로는 '동단(東丹)'이 맞는 표기인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동쪽의 거란'이라 하여 '동란'이라고 하였는데, 이는 비한자어와 한자어의 합성어가 된 셈이다. 물론 '東(동녘 동)丹(정성스러울 란, 꽃이름 란)'이라고 한다면 큰 문제가 없을 지도 모른다. 어찌되었든 '동단국'이라는 명칭이 사전에 정식으로 등재된 만큼 그 표준에 따라야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2005. 11. 16.

 

written by 나무, 병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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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영검(2005, Shadowless Sword / 無影劍)
제작사 : (주)태원엔터테인먼트 / 배급사 : CJ 엔터테인먼트
공식홈페이지 : http://www.balhae2005.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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