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개봉 첫날 영화를 보러 갔다. 사는 게 팍팍할 때의 따뜻한 가족 영화는 힘든 세상을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며 일상에서의 힘을 얻게 한다.
약주 한잔 하실 때마다 중학교 때 돌아가신 친할머니 얘기를 꺼내시는 아버지도, 기억도 가물가물할 외할머니가 세상에서 가장 예뻤다는 어머니도, ‘이러면 안 되는데…’하면서도 막상 엄마의 잔실수들에 닥치면 확 짜증을 내버리는 나도 모두 조금씩 눈물을 흘렸다. 눈물의 공통 분모는 역시 사랑이었을까?
말순씨만 생각하면 마음이 찡했다. 그녀는 보고 싶었다. 따라쟁이 딸이 다양한 어휘를 구사하는 모습도, 광호가 여드름투성이의 사춘기를 지나 버젓한 청년으로 성장하는 것도… 그녀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고 슬퍼하는 대신 의연하게 광호에게 밥 짓는 법을 가르친다.(반면 내 어머니는 덩그렇게 남은 광호와 혜숙이가 안쓰러워 어쩔 줄을 모르셨다. 그게 부모 마음일까.)
죽어가는 말순씨, 집안에 문제가 생기는 은숙씨, 정신 병원에 끌려가는 재명이, 퇴학당하는 철호 등, ○○○호(몇 호인지 까먹었음. ㅡ.ㅡ;;) 행운의 편지를 보냈던 사람들이 정작은 불행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겪어내며 광호는 아버지가 부재한 사춘기 소년에서 마알간 눈의 어린 동생과 어머니의 흔적이 남겨진 집을 지켜내야 하는 어른으로 이른 성장을 하게 된다.
이 영화는 아무리 하찮고 별 볼일 없어도 세상의 어머니들은 모두 위대하다는 절대 절명의 진리와, 그 앞에선 모두 죄인(?)일 수밖에 없는 자식들의 마음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 같다.
말순씨의 영정 사진 앞에서 ‘사랑한다’고 말하는 광호를 보며, 더 늦기 전에 어머니에게 사랑한다고 말 해야겠다 결심했다. ‘사랑해, 경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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