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월 24일 월요일 - in 씨네플러스
엄정화는 별로다. 뭔가 끌리는 매력이 없어서 그다지 엄정화가 나온 영화중에 재미있다고 생각했던것도 없고, 무엇보다 엄정화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연기도 관심없었다.
개인적으로 방은진, 명계남, 문성근.. 이쪽 팸들을 좋아하지 않아 오로라 공주라는 영화 자체에는 관심이나 기대가 많았지만, 딱히 보고싶은 마음은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평이 너무 좋았다. 단순히 영화의 내용에대한 평만 좋았대도 그다지 흥미를 갖지 못했을테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엄정화의 정말 질릴 만큼 다양한 얼굴을 하고있는 역할에, 그리고 몰입에 엄청난 극찬을 아끼지 않아 보고싶은 마음.. 관심은 증대했다.
사전 영화에대한 별다른 시놉은 몰랐고, 단순히 사람들이 말하는 '엄정화의 물오른 연기' '엄정화 드디어 연기변신' 이라는 말을 믿고 영화를 봤다.
여태껏 엄정화 출연 영화라면 전부 거의 다 보았다. 그녀가 무명 시절이었을때의 영화.. 마누라 죽이기, 싱글즈, 결혼은 미친짓 이다, 그리고 홍반장.. (내생애는 아직 못봤지만)
하나같이 너무 짙은 엄정화의 색에 별로 영화 속 인물에 몰입하기 무지 힘들었고, 거의 불가능했다.
그러데 오로라 공주는 방은진의 감독 데뷔작이라는것을 미루어 봐도 그렇지만, 정말 스토리나 짜임이 아주 섬세하고, 무엇보다 인물 묘사가 아주 작은 역할 하나일지라도 너무 완벽하게 잘 되어 몰입 그자체만으로도 영화에대한 감상을 남기기에는 충분했다.
원인제공, 발단 모든 뿌리를 캐내어 복수의 연쇄살인을 이어가는 엄정화의 모습은 정말 어쩔땐 미친년 같다가도, 어쩔땐 불쌍하고 가련하다가도, 어쩔땐 죽은 자의 혼이 씌인게 아닌가 싶기도 할만큼 정말 다양한 내면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 중간에보면 포르쉐 딜러인 엄정화와 직장 동료가 주고받는 대사가나오는데, 그 대사안에 포크레인을 몰고, 팔기위해 자격증을 따려고 한다는 엄정화의 대사가 나온다.
그리고 엄정화와 포크레인은 정말 눈물 쏙! 뽑는 장면 연출에 완벽 등장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기도했다.)
그만큼 방은진 감독은 러닝타임동안 단 1초 조차도 헛되게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을만큼 매 순간, 매 장면마다 복수에대한 사전 예고 그리고 철저하게 짜여진 각본을 보여준다.
엄정화가 연쇄살인을 하고, 끝내는 인질극까지 벌이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슬프게 울부짓으며 아련한 노래를 부르고, 죽은자의 목소리를 흉내내고, 생각을 대신하는 장면에서는 정말.. 너무 짠~했다.
하지만 관객들이 짠~하게 생각하거나, 엄정화의 잔혹하면서도 절절하고, 살기어린 모습에만 치중하는 순간에도 정순정(엄정화)은 최종 복수를 위한 치밀함을 보여주고 있는것 같다.
이 영화는 적극 추천한다. 하지만, 이 영화를 좀 더 즐기는 방법이라면, 절대로 영화에서 보여주는 단 1초도 생각없이 지나치지 말라는 것이다.
여느 스릴러처럼 반전이 있는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해서 절대 허르찌르지 않는것도 아니다.
너무나 영화다운 영화에 지겨워진 관객들에게 단비같은 영화다. 방은진 감독의 여성만의 섬세함과, 그러면서도 잔혹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동을 이끌어내는 완벽한 앙상블.. 정말 멋있었다.
여기에 더해, 나는 오늘부로 오로라 공주 속 엄정화의 팬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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