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보고 곧장 오로라 공주가 뭔지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추억의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라는 점은 알겠지만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은터라 어떤 애니메이션인지 궁금하기도 했다.80년대 방영됐었던 서유기의 우주판인 '별나라 손오공'에 나오는 여자판 '삼장법사'가 바로 오로라 공주였다.이 세상의 모든 악을 처단하기 위해 손오공과 저팔계,사오정과 여행을 떠나는 오로라 공주.영화속에서 나오는 구제불능의 '인간쓰레기(?)'들을 처단하는 순정이 남기는 오로라 공주 스티커를 생각하면 감독이 뭔가를 말하는지 알 것 같았다.
이 영화는 처음엔 어떻게 보면 단순히 사회의 악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마치 오로라 공주가 처단하는 걸로 보였다.왜 전혀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이 이렇게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되는 것일까?순정은 어떤 기준으로 희생자들을 선택하는 걸까?남편만 없으면 어린 의붓딸을 개패듯이 패는 계모,오만방자하고 건방지기 짝이 없는 젊은 여자와 그의 정부,아직도 첫손님은 여자를 태우지 않는 미신을 믿고 있는 택시기사,나이는 나이대로 먹었으면서도 아직도 엄마의 숯불가게 일을 도우면서 놀러다니기 바쁜 남자,그리고 변태 살인자를 정신병자로 만들어 정신병원에서 치료받게 만드는 변호사.이들이 어떻게 하나로 연결되는지 그리고 그들이 어떤 결과를 초래한지 알게 되었을 때는 극심한 분노까지 느끼게 되었습니다.김전일 류의 인과응보식의 복수극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전체적으로 이 영화는 엄정화의 배우로서 거듭나는 영화였습니다.딸을 잃은 충격에 복수의 화신으로 변하여 어떨때는 슬픔과 아픔,백치같이 깨끗한 순수함과 얼음장처럼 차가운 광기를 너무 잘 연기했습니다.이 정도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낸 엄정화씨에겐 혀를 내두를 정도였습니다.하지만 그에 반해 문성군씨와 권오중,최종원 등 경찰 캐릭터는 영화를 겉돌았던 것 같습니다.살인범인 순정에 질질 끌려다니며 너무 약한 모습으로 일관하고 무능한 경찰로 묘사돼 다른 사이코스릴러 영화처럼 현장에 늘 늦게 출동하는 경찰들을 흉내내려다가 완전히 실패하고 말았습니다.엄정화의 서슬퍼런 복수극이 낳은 긴장감을 매번 떨어뜨린 것은 경찰들이었다.뭐,신인감독(그것도 배우출신)이 만든 것치곤 스토리도 그렇고,완성도도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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