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로 역대 '여고괴담'시리즈 중에서 가장 큰 호평을 얻었던 민규동 감독이 일주일 동안에 생긴 여섯가지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다.(이하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을 '내 생애...'로 표기)
총 11명의 주연급 배우들이 출연...
그런데 이 여섯가지 이야기를 한 영화에 담는다는 것도 쉽지 않을텐데...
그렇다면 이 영화 허접하겠지?
아니다, 민규동 감독은 2시간동안 이들의 사랑과 우정에 과한 이야기를 꽉꽉채웠으며 그 어색함이 없을 정도로 완성도도 높다.
유정과 두철은 토론프로그램에서 패널로 나와 격렬한 토론을 벌이다 어찌하다보니 사랑을 하게된 특이한 경우이며 창우와 선애는 가난하지만 나름대로 행복한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부부이다. 곽회장과 오여사는 극장업을 하는 사람들로 멀티플렉스를 준비하는 어쩌면 얼마남지 않은 단관극장의 대표로 등장하며 오여사는 카페를 운영하면서도 오드리 햅번을 동경하며 연기자의 꿈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부모님 모두 카톨릭 쪽 종사자라는 점에서 역시 수녀의 길을 택할 수 밖에 없었던 수경과 과거 인기가 있었지만 조사장의 소속사에서 퇴출당해 이제는 한물간 가수인 정훈은 팬과 가수사이로 그렇게 만나게 된다. 병실에서 말이다...
성원과 진아는 어쩌면 부녀관계일지도 모르는 상황에 접해있고 처음에는 진아의 이야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차츰 이 꼬마에게 정을 느끼게 된다.
가장 난해한 커플은 조사장과 태현인데 일에 쫓기면서 아들에게 소홀하게 되고 돈밖에 모르던 조사장은 태현으로 인해 새사람이 되는데 남자 파출부로 고용된 태현은 모든이들에게 친절한 착한 청년으로 이들 가족들에게 큰 도움을 주는 인물이며 조사장과 나중에는 우정아닌 우정을 나누게 된다.
노년의 로맨스와 부부간의 사랑, 이혼녀와 다혈질 형사의 사랑, 아버지와 딸의 사랑, 스타와 팬, 그리고 남자들의 우정으로 다양한 사랑이야기를 이야기했는데 치밀하게 구성된 이 작품은 교묘하게 한 장면에 잠시 등장하여 또다른 이야기의 시작을 알린다.
가령 첫장면에서 곽회장과 오여사의 대화중에 잡상인 창우가 살짝등장하고 있으며 정훈이 입원한 병원의 의사로 유정이 등장한다.
거기에 조사장이 아들 생일선물로 장난감을 사러가는 장면에서 유정의 새 애인이 된 두철이 조사장에게 어떤 장난감이 좋나냐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장진 사단의 작품 '묻지마 패밀리'에도 각 에피소드 마다 한 인물이 주인공이면 공동주연인 배우는 특정 에피소드에서는 조연 혹은 엑스트라가 된다. 이 작품 '내 생애...' 역시 분명 한편의 영화이지만 다양한 에피소드가 등장하고 그 장면만큼 주연들은 조연이 되고 조연은 주연이 되는 것이다. 이런 특이한 구조는 누구는 조연이고 누구는 조연이라는 식의 불합리적인 방식을 깨뜨린다는 점에서 좋은 점이 될 수 있지만 앞에도 이야기 했듯 11명이 주인공이자 조연이다보니 게런티를 높게 측정하기도, 낮게 측정하기도 곤란해진다.
흔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게런티 과다 측정에 대한 문제가 여기서 생길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배우들이 늘 하는 소리가 있다. '시나리오가 좋아서...'
정말로 시나리오가 좋다면 노게런티는 아니더라도 기본 게런티를 받고나서 작품이 성공하면 추가 게런티를 받는 방식으로 영화에 출연해야 하는 것이다. 의리 출연이라면 더 저렴하게 감독에게 봉사해줄 수도 있는 것이고...
말로만 '시나리오가 좋아서...'가 아니라 정말 시나리오와 감독이 좋아서 기꺼히 응했다는 이야기가 들렸으면 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 작품이 단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가령 조사장과 태현의 경우를 보더라도 일단 우정이라고 이야기 했지만 우정보다는 동성애에 가까운 상황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대사 속에서도 조사장은 남자들을 더 좋아한다라는 식의 내용을 보더라도 이들의 만남은 우정이라기 보다는 동성애에 가깝다.
민규동 감독과 김태용 감독이 만든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역시 여성들의 심리묘사를 잘 그려냈다는 평가를 얻었지만 동성애 코드를 다룬다는 것은 솔직히 위험한 발상이었고 위험했다.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는 그래도 그나마 동성애에 관한 어려운 이야기를 나름대로 잘 풀어서 거부감이 적었다고 하지만 '내 생애...'에서 두 사람은 일부 관객에게는 납득이 안가는, 혹은 코미디 처럼 보이는 듯한 기분을 지울 수 없나보다.
또한 선애가 얼떨결에 유정의 아들을 유괴한 장면이 있는데 유괴라기 보다는 보살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또한 만삭의 몸인데도 몸값요구후 그렇게 도망을 간 것은 이해가 안간다.(이 영화를 보다보면 실제 요구한 사람은 선애가 아니라 유정의 아들이며 아이들에게 돈을 나눠주려고라는 어처구니 없는 대답을 한다.) 정말로 그렇다면 선애는 왜 임산부의 몸에 불구하고 미친듯이 뛰었을까?
다른 인물들의 에피소드는 옥의 티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잘 구성했지만 창우와 선애의 에피소드에는 헛점이 생각보다 많았다. 전철에서 창우가 성원을 구하면서의 어떻게 창우가 살아있는지에 대한 내용이 없으며 곽회장의 돈을 슬적했지만 아무일 없이 곽회장의 돈을 돌려준점에 대한 그 전 상황에 대한 이야기도 없다.
사랑에 대한 이 여섯가지 에피소드는 신선하고 탄탄하게 연출되었지만 더 튼튼했다면 좋았을 아쉬움이 든다.
아참, 이 작품은 또다른 스타가 등장하지만 주연도 아닌 카메오이다.
그 사람이 누군지는 꼭 살펴볼 것!
PS. 재미있는 사실...
영화에서 곽회장이 운영하는 극장은 두 곳을 적절히 갖다 붙어 만든 장면이다.
오여사와 곽회장이 대화를 나누는 극장은 바로 허리우드 극장이며 지금 이 곳은 필름포럼으로 바뀌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오여사가 운영하는 작은 카페는 원래 없는 것이라는 것과 옥상 야외 밴치도 원래는 없었다는 것... 심고 만들고, 다시 철거한 것을 생각하면 참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극장안 장면의 경우 드림시네마에서 촬영된 장면인데 영화 '동감'에서도 이 극장이 애용되었다, 70년대 극장 분위기를 표현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니깐. 이 두 극장이 마치 하나의 극장인 것처럼 만든 감독의 아이디어는 끝내준다.
그리고 두철과 유정이 본 영화, 그리과 곽회장이 운영하는 극장에서 상영한 영화 모두 김지윤 감독의 '달콤한 인생'이다. 공교롭게도 영화속에서 두철 역을 맡은 황정민이 출연한 영화이다. 너무 이 장면을 짧게 내보내서 그런지 몰라도 이 '내 생애...'를 관람하던 관객들의 웃음소리가 적었던 것은 아마도 그 이유였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