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적인 그녀] 이야기를 처음 들은 게 언제였던가... 곰곰이 생 각해보니 생각보다 얼마 되지 않았더군요. 동호회 아는 동생이 요 즘 통신상에 인기를 끄는 연재소설이라며 이메일로 에피소드 하나 를 날려줬었거든요. 제목이 하도 괴이해서 공포소설인 줄 알고 안 읽다가 한참 지난 후에 읽고 엄청 웃었던 기억이 아련히 떠오르네 요.
자칭 복딩이이자 먹구 대학생인 견우는 소집 해제된 기념으로 친구 들과 한잔 걸치다가 어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고모네 집인 부평으 로 향합니다. 우연히 지하철 플랫폼에서 마주친 그녀. 오옷~@.@ 눈 튀어나올 만큼 예쁩니다. 그러나 그 아리따움에 현혹되는 것도 잠시 그녀의 주사는 상상을 불허했고 결국 그 덤태기는 견우가 다 뒤집어쓰고 뒤처리전담반으로 전락하죠. 어찌 알았겠습니까?!! 그 게 바로 인연이 시작이 될 줄을. 술 취했을 때도 보통이 아니었던 그녀는 술이 안 취한 평상시에도 보통이 아닙니다. 견우는 그런 그 녀의 행동이 싫으면서도 그 싫은 몇 배 이상으로 사랑의 감정이 자 라나는 걸 느끼게 되죠. 그녀의 마음속에 드리운 상처를 보게 되면 서 그 사랑은 더욱 커져갑니다.
영화화된 [엽기적인 그녀]는 원작의 재기발랄함을 아주 잘 살린 영 화였습니다. 견우와 워낙 위대해서 끝까지 이름을 알 수 없는 그녀 의 사랑 이야기는 우연으로 만나서 필연이 되는 사랑을 한번쯤 꿈 꿔본 관객이라면 꽤 구미에 당기는 이야기죠. 더욱이 주인공들 차 태현, 전지현이란 이름만으로도 캐스팅만으로도 반은 먹고 들어가 더군요. 전지현은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는 [화이트 발렌타인]이나 그냥 그랬던 [시월애]보다는 훨씬 안정적이고 편안해하며 연기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그러나 전 차태현의 연기에 더 많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튈 때 튀고, 낮출 때 낮출줄 아는 그의 연기는 솔직 히 제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차태현이 전지현을 그렇게 받춰주지 못했다면 영화는 별로였을 거 같거든요.
그러나 아쉬운 점도 많네요. 제일 아쉬운 점은 이정도 캐스팅에 이 런 시나리오라면 나올 수 있는 평균점의 영화 밖에 안 나왔다는 점 입니다. [반칙왕]의 김지운 감독이나 [신라의 달밤]의 김상진 감독 처럼 영화 속에 감독의 색깔을 느낄 수 없었거든요. 신인감독이라 면 이해가 가지만, 이미 영화를 몇 편 만들어본 곽재용 감독으로써 는 좀 아쉬웠습니다. 그러한 욕심은 웃음과 감동이라는 부분에서 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여자주인공의 지난 사랑에 대한 감정의 상처가 저에게 그다지 와닿지 않은 탓일까요? 감독이 감동을 주려 고 하는 부분이 그냥 머쓱하게만 느껴지더군요. 감동이란 억지로 준다고 생기는 게 아니라 관객이 주인공의 감정에 동화되면 자연히 생기는 것인데 감이 안잡히더군요. 사랑의 애틋함과 열렬함보다는 그녀의 엽기적이기 보다는 깜찍하기만 한 행동이 더 보이네요.
[엽기적인 그녀]는 재미있는 연애담입니다. 실제상황에서 연장전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지만, 서로의 기억에 아름답게 또는 행복하 게 기억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가장 큰 행복일 것입니다. 사랑 이란 사랑하는 현재도 중요하지만, 사랑이 끝난 자리 역시 그 사랑 의 큰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영화 속의 견우와 그녀가 다시 잡은 두 손으로 체온을 나누고 서로에게 시선을 맞춰 간 것처럼 영화를 본 관객들이 같이 본 사람과 미소를 나누며 나올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겠죠. 참..... 영화 보고 나오는데 누가 그 러더군요. “역시.... 예쁘면 다 용서된다니까.” -_-;;;;;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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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적인 그녀 4K 리마스터링 감독판(2001, My Sassy Girl)
제작사 : 신씨네 / 배급사 : 이언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