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선 범죄스릴러란 그다지 익숙한 장르가 아니다. 임창정, 윤다훈이 출연한 자카르타라는 영화가 이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하지만 그다지 크게 성공하지 못한 장르였기에 이번 범죄의 재구성이란 제목으로 범죄스릴러를 찍는다는 건 약간의 모험이라는 생각도 했었다.
특히 오랜 휴식기 이후 4인용 식탁으로 멋진 재기를 꿈꾸던 박신양의 의욕저화가 더더욱 그런 우려를 짙게 만들었었다.
하지만 우려와는 다르게 영화바닥에서 오랫동안 조연으로 이름을 알린 백윤식, 이문식, 그리고 이젠 중견배우가 되어버린 천호진과 염정아까지... 그들은 정말로 이름값을 하는 배우였다.
영화는 사실 흔한소재로 오션스일레븐과 이탈리안잡과 거의 비슷한 전개과정을 걸친다. 복역을 마친고 출소한 주인공이 바로 또다른 범죄를 꾸미는데 거기엔 한명 한명 각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이고, 상상할수도 없을만큼 거대한 금액을 훔치는 일들.. 이미 많이 접해왔던 소재들이다
하지만 범죄의 재구성이 기타 다른 영화들과 조금이라도 차별화를 두고있는 점이라고하면 돈을 훔쳐내는 과정을 중점으로 삼는것이 아니라 돈을 훔치고나서 조직원들간에 배신하고 서로를 속이면서 벌어지는 머리싸움이다. 그리고 덤으로 돈을 훔치기 전에 그들이 쓰는 은어들 소위 전문용어들의 감칠맛은 이 영화의 맛을 더해준다.
한국은행을 털 작전을 치밀하게 짠 '최창혁'(박신양), 사기 꾼들의 대부 '김 선생'(백윤식) , 입심 좋은 마약중독자 '얼매' (이문식), 타고난 여자 킬러 '제비' (박원상), 화폐 위조기술자 '휘발유' (김상호)는 탐욕과 서로간의 불신때문에 화를 자초하게된다. (이 범죄는 96년경 '한국은행 당좌수표 위조사건' 실제 일어난 사건을 소재로 한것이라고한다.)
또한 영화는 일반적인 시간순 전개방식을 탈피하여 사건당자사들 여러명의 진술을 통해 회상과 현재를 번갈아가며 빠르게 진행되는데 한명의 회상이 아니라 여러명의 회상으로 번갈아가며 진행되는 머리싸움은 생동감 있으면서도 독특한 구성방식이었다.
박신양의 1인2역은 오히려 나중에 결말을 예상할수있는 발판을 마련하기도하지만 나무랄데없이 훌륭했다. 특히 염정아와 둘이 만나는 곳에서 화장실 가는장면은 선한 최창호에서 깡패사기꾼 최창혁이 보이는 아주 섬찟한 장면이었다.
딱히 꼬투리잡고 보겠다고 작정하고 보지않는다면 영화를 볼수록 아.. 그랬구나....를 연발하게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것이다. 또한 어느정도는 상상할수있는 부분이있지만 분명 자신도 생각지 못햇던곳에서 감독의 의도를 발견한후 뒷통수를 치게 될것이다.
마지막까지도 사기로서 영화의 결말을 내리는 부분에선 끝까지 눈을 뗄수없게 함과 동시에 '사기를 당하는 사람은 과대한 욕심을 부린사람'이라는 교훈을 전해주기도한다.
이미 범죄의 재구성과, 파리의 연인으로 멋지게 재기한 박신양의 또다른 작품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