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일단 감독이 마이클베이라 예의상 봐줘야했다.
그 옛날 아마겟돈에서 먹은 감동이 꽤나 컸기에-
그때의 환희를 리바이벌 해보고자 큰맘먹고 극장질을 시도했다.
일단
재미있다.
SF액숀이라는 장르에(혹은 블록버스터라는 이름에)걸맞는 충분한
즐거움을 준다.
여기서 즐거움이란 역시 시각적인 것과 청각적인 것이 되겠지.
시종일관 눈이 핑핑 돌아가게 만드는 현란한 그래픽과 잘 구성된
영화의 배경.
2019년이라는 멀지않은 미래에 그렇게까지 인간문명이 발달할 수 있을지는 약간 의문이지만 영화속에서 그려진 미래사회의 모습은 상당히 신비로웠고 매력적이었다.
나는 이영화를 보는 내내 "블레이드 러너"와 상당히 비슷하다고 느꼈는데 =미래사회를 다뤘다는 점도 그렇고(심지어 2019년이라는 시대배경까지 똑같다. 마이클베이도 블레이드러너를 의식하고 만든게 틀림없어) "인조인간"과 "복제인간"이라는 인간인듯하면서도 인간이 아닌 존재들의 가치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유사하다고 볼수있다.
블레이드러너에서의 그 칙칙하고 암울한 미래도시에 비해
아일랜드에서의 미래의 모습은 훨씬 밝고 에너지넘치고 그야말로
"사람사는 듯한"느낌을 주었다.
아무래도 장차 우리가 살아갈 사회의 미래상인데 가급적이면 멋지게 만드는게 좋겠지.
여하튼 비쥬얼적인 면에선 (당연한 얘기겠지만) 아일랜드가 단연 우위이다. 꼭 블레이드러너같이 옛날영화와 비교안하더라도 최근에 나온 여느 sf영화와 비교해봐도 전혀 꿀림이 없을 유려한 영상을 보여준다.
사운드도 머....내귀가 그리 비싼 귀가 아니라서 대충 만족할만한 수준이다.
맨날 집에서 싸구려 우퍼스피커로 영화보다가 간만에 극장가서 빵빵한 소리에 온몸을 애무받고 나니 감히 비교할 엄두가 안나는 구나.훗훗.
여하튼 이 아일랜드라는 영화....액션도 시원시원하고 그래픽도 뽀다구 나고 배우들 연기도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뭔가 께름칙한게 남아있는데 그건 아마 이 영화가 던져주는 메시지 때문인듯 하다.
인간복제라는 민감한 소재를 다뤘다는 얘기를 듣고서 짐작할 수 있었지만 마이클 베이가 영화를 통해서 말하고자 했던것은 아마도 "생명에 대한 경외, 살아있는 것은 모두 평등하다... 대충 이런 상투적인 내용 이었을터.
클론이라는 것이 비록 과학의 힘을 빌려 인공적으로 탄생한 "가공된"생명체이지만 인간과 똑같이 살아숨쉬고 똑같이 사고하고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감정을 똑같이 공유하는 한명의"인간"으로 봐야된다 는 것이 감독의 의중일텐데....글쎄?
의도는 좋았으나....영화는 그런 감독의 의도를 잘 살려내지 못한것 같다.
생명의 "평등함"에 대해 논하기에 앞서 일단 생명에 대한 경외심조차 느끼기 힘들다.
액션영화라는 장르의 특성상 어쩔수 없겠지만 이 영화에선 사람이 너무 많이 죽는다...그것도 아무죄없는 무고한 사람.
우여곡절끝에 탈출한 이완 맥그리거와 요한슨이 자기주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추격전, 그리고 그 소동속에서 죽어가는 사람들...
이 두 복제인간들이 주인공이고 일단은 제일 소중한 놈들이니까 오래 살려둬야 하는건 알지만 걔네 둘땜에 죽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러다 보니 자칫 "인간=복제인간"이라는 평등의 개념보단
"인간<복제인간"이라는 공식이 저절로 머리에 각인될 정도로 이 두놈의 클론한테 지나치다 싶은 애정을 쏟는다....
시원한 액션장면을 선사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겠지만
난 그러한 면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마지막엔 가상의 도시에 갇혀있던 클론들이 진짜 세상으로 나오는
장면을 보여주며 막을 내리는데 영화의 흐름상 이 부분에서 크나큰
감동을 먹어야 되겠지만 난 찜찜하기만 했다...
"복제인간 살릴려도 죄없는 보통 인간들은 막 죽여도 된다는거야?"
"생명의 평등함"라는 무게있는 주제를 좀더 잘 살려주었으면 한층 더 나은 영화가 됐을 뻔한데 결국은 눈과 귀만 즐거운 단순한 SF 영화로 질이 한단계 다운 된것 같다.
뭐 이런 영화 보면서 치사하게 메시지가 어쩌니 붙잡고 늘어지는
내가 쪼잔한 걸지도 모르겠지만 어쩌겠어 난 그게 불만인데~
그래도 뭐 돈내고봐도 아까울 영화가 아니란건 확실하다.
앞에서 말했듯이 골치 아프게 여러생각 할 것 없이
느긋하게 눈앞에서 펼쳐지는 온갖 화려한 영상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제값을 하는 영화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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