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녀석들>이라는 호쾌한 액션 영화로 감각적이며 속도감 넘치는 영상을 선보였던 마이클 베이 감독이 이제는 완전한 블럭버스터 전용 감독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왔습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SF 액션이네요. 그래서 그리 멀지 않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해서 인간 복제와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 나갑니다. 이와 같은 영화를 간략하게, 동시에 심각하게 요약해보면, 복제를 중심으로 돈과 욕심과 이기심의 삼중주가 펼쳐지고, 그 여운으로 존엄과 인식의 문제가 가슴에 남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여운은 아주 살짝, 지나치게 침울하지 않게 울려 퍼집니다. 그것은 흥행을 염두에 둔 블럭버스터의 존재 가치와도 직결되니까요.
사람에 따라 '오래 전부터 숱하게 우려먹은 복제 문제를 또 들고 나와!'라며 일갈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 일갈에 대해 이렇게 응수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복제는 재미와 공상이 아니야. 곧 거대한 현실이 될 거고, 그 현실에 먹힐 지도 몰라.' 그래서 이 영화는 한 편으로 반갑고, 한 편으론 아쉽습니다. 반갑단 얘기는, 사람들의 욕심과 그릇된 판단이 과학 기술을 재앙으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걸 간과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반면, 주제 의식에 대한 탐구가 처음부터 블럭버스터 영화의 효과적 장식물 이상이 될 수 없었다는 점은 아쉬울 뿐이에요.
어쨌든 <아일랜드>는 호쾌한 액션 블럭버스터의 역할은 충분히 합니다(단, 논리와 이성의 잣대를 확고하게 들이대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아쉬운 감이 있지만 복제에 대한 문제의식도 나름 펼쳐주고 말이죠. 그런데 그 아쉬움 때문일까요, 아니면 사람에 대한 불확신 때문일까요? 영화의 결말은 이상하게도 (개인적으로) 해피엔딩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사실, 복제를 다룬 모든 영화는 현 상황에서 결말이 모호할 수밖에 없을 거에요. 누가 장담하겠습니까? 사람들의 모습을. 나의 모습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건 하나 있어요. 복제에서 재앙이 비롯된다면 그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닌 인간의 문제일 겁니다. 사람들의 욕심이 과학이라는 총을 스스로에게 겨누게 하고, 사람들의 이기심이 그 방아쇠를 당기게 할 테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아일랜드>를 보고서 '언제나 돈과 권력 있는 것들이 문제야'라고 불평만 하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똑같은 상황, 당신에게 돈과 권력이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면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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