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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에는 성공했지만.... 아일랜드
kysom 2005-07-24 오전 12:08:16 1195   [8]

1. 본인은 어떻게 생각했을 지 모르겠으나, 내 입장에서는 <마이클 베이> 감독은 절치부심했을 것이다. <나쁜 녀석들2>가 속시원한 흥행을 기록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가 내보이는 신작이기 때문이다. 제목과 예고편만으로는 그 영화의 규모를 짐작할 수 없었던, 다른 블록 버스터 영화들과는 다르게 약간 베일에 싸인듯한 분위기를 풍기며 많은 사람들에게 궁금증을 더해가던 시점에서 이 영화는 개봉을 했다. 그리고? 우선 이 영화가 채택한 소재에 대해서 한마디 한다면 그 시의적절함은 <제6의 날>보다 더 컸다고 생각한다.

 

더우기 영화의 시점을 지금에서 그다지 멀지않은 미래에 설정함으로써 곧 우리에게 닥칠 긴급한 문제이고, 이 영화는 그에 대한 해결책은 될수 없겠지만, 우리를 위한 긴급한 제안은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들에게 강렬하게 풍기고 있다.

 

 

2. 그렇다면 영화적 전개는 그 소재의 시의적절함 만큼 우리에게 만족을 주었는가? 영화는 초반부의 상당한 시간을 링컨 에코-6(이완 맥그리거)라는 인물이 거주하고 있는 환경과 그 주변인물들, 그리고 그들을 통제하고 있는 스탶과 시스템이 어떠한가를 보여주는데 할애하고 있다.

 

그리고 이 부분은 특히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겠지만 긴장감이 떨어지고, 그 템포가 느리며, 어떤 면에서는 흐름의 맥을 짚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받았다. 본격적인 갈등의 시작을 위해서 긴장감을 높여가는 전개를 보여주어야 했음에도 평온한 일상사를 서술하는 듯한(실제 내용은 그렇지 않다는데 더 문제가 있다) 모습은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3. 영화의 중반부는 <마이클 베이> 감독의 역량이 빛나는 부분이다. 쉴새없이 쏟아붓는 액션, 액션, 액션.... 역시 이 감독은 액션씬이 나와야 돼 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그런데 이렇게 쉴 새없이 몰아치는 액션의 파도 속에서 다시금 혼란스러워진다.

 

온 도시를 사실상 다 뒤집어 놓을 정도의 난리가 나는데, 이 난리의 주체는 바로 두 주인공(이완 맥그리거와 스칼렛 요한슨)이고 이 두주인공이 LA에 나오기 전까지 무엇을 하던 사람이었던가를 생각해 본다면, 그 개연성이 너무 떨어진다. 자, <자이몬 혼수-로렌트>가 이끄는 킬러 그룹은 막강 특수부대원들인데 모두 추풍낙엽이다. 어느순간, 두 주인공은 <윌 스미스>와 <마틴 로렌스>가 되있다. 아무려면 어떤가? 결국 그 두사람이 "상품이 아니고, 인간임을 웅변하는 장쾌한 액션씬" 아닌가? 만족하자 라고 말한다면 "이완 맥그리거가 오비완 캐노비라면 인정하지!"라고 대답하고 싶다.

 

 

4. <자이몬 혼수>, 그는 이 영화의 최고의 문제적 캐릭터다. 그는 이 영화를 결론짓지만, 이 영화의 절반은 망쳤다. 그는 처음에 비꼬듯 냉엄하게 등장하지만, 끝에는 "입맛을 다시며" 퇴장한다. 그의 웃음은 영화의 결말엔 좋았지만 전개에는 악영향이다. 액션의 파도뒤에 우리는 <자이몬 혼수>가 연기하는 로렌트라는 킬러의 정서적 혼돈을 본다.

 

부하들 절반 이상을 10대들의 지능을 가졌다는 두 남녀에게 잃고, 그가 일을 끝낸뒤 마지막에 보이는 그 감수성의 정체는 무엇인가? 어떻게 그런 사람이 특수 부대원들을 부하로 이끌며 흔히들 말하는 "Dirty Job"(청소하는 것)을 할수 있단 말인가? 다분히 영화의 결말을 위해 의도된 그의 캐릭터 전환은 그의 등장과 그가 영화의 전개속에서 했던 모든 액션을 무위로 돌리고 말며, 영화의 마지막을 감동적이게 만들려 애썼던 감독의 노력을 측은하게 보이게 한다. 로렌트의 감수성때문에 영화는 10분은 더 길어졌으며, 나는 엉덩이가 마비되었다.

 

 

5. <제6의 날>은 그 영화의 흥행적 성공과는 별개로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액션과 영화가 이끌었던 주제가 적절하게 융합되었던 영화였다. 그러나 <아일랜드>는 영화를 보면서 느낄수 있었던 것처럼 돈을 쏟아부은 흔적이 역력함에도 영화적 결말도, 그 전개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때 자기 스타일을 새로운 소재와 주제의 구성을 위해 적절하게 변용하거나 새롭게 만들어야 함에도 그러지 못하고 기존 액션 스타일을 전혀 다른 영화에 꾸겨넣은 듯한 인상을 받게끔 하였다. 그래서? 영화는 <인간 복제>의 비윤리성과 그 잔혹함에 대해 아니, 자본주의 하에서 언제나 나타나는 상업적 인간이기주의의 잔인성에 대해 경고하는데는 성공했지만, 그것은 우리에게 메세지로 성공적으로 배달되지는 못했다.

 

단선적 영화의 구성과 그 극의 전개는 봐줄 수 있다. <마이클 베이>는 언제나 그랬으니까. 그러나 이 영화는 <미래로 간 나쁜 녀석들>이 아니며 <이완 맥그리거>는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아닌 것을.... 감독은 영화적 완성도를 위해서 액션을 압도했어야 함에도, 오히려 제압당했다. 그것이 우리가 본 영화의 후반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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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2005, The Island)
제작사 : DreamWorks SKG / 배급사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수입사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 공식홈페이지 : http://www.islandmovi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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