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일랜드’의 출발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에서도 논란을 일으키는 복제인간의 문제를 정면으로 들이대면서 시작한다.
아일랜드는 주인공 자체를 복제인간으로 설정하여 그 문제에 더 깊이 다가간다.
영화는 가까운 미래 (2019년으로 나옴) 주인공인 링컨과 조던 그리고 이들 이외에 많은 복제인간들은 자신들이 복제인간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철저히 감시 속에 살아가고 있다. 모든 과거의 기억은 주입되어져 있다.
이들은 지구는 오염되었고 자신들은 거기서 살아남은 특별한 존재들로 믿고 있고 추첨을 통해 주어지는 행운의 기회, 오염이 안된 꿈의 낙원! 바로 “아일랜드” 에 갈 날만을 희망으로 삼고 살아간다.
추첨에 뽑힌다는 것은 바로 자신의 복제품(이들은 제품으로 불린다)의 주인이 그들의 장기나 그 무엇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이 영화의 프로듀서인 ‘월터 F. 파크스’ 가 한 말이 있다.
처음 이 영화를 구상했을 때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영화였으나 한국에서 인간의 배아줄기세포 복제에 성공해 허구가 아닌 사실이 되었다
위의 프로듀서의 말처럼 영화는 언제 일어날 줄 모르는 아니면 현재 이루어 질수도 있는 그 꿈같은 현실의 이야기이다.
복제인간을 다룬 영화에서 당연 처음 입에 오를 영화는 ‘블레이드 러너’ 일 것이다.
하지만 ‘아일랜드’는 ‘블레이드 러너’ 보다 더 현실에 다가선 영화이다.
‘블레이드 러너’처럼 복제인간의 사회가 이루어져 복제인간이 인간을 헤치는 사회가 와서 복제인간과 진짜 인간의 싸움의 시대가 오는 그 먼 미래가 아니란 말이다.
좀 더 사실적으로 접근을 했는데 지금 현실에서 자신의 장기이식이나 불치병, 불임 또는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인간의 미래 때문에 복제인간을 만들자는 그 주장, 그 부분을 영화는 다룬 것이다.
복제양 돌리부터 시작해 복제인간 찬반 논쟁까지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그 전사회적인 문제에 카메라를 비춘 것이다. ‘현재는 만들지 않고 있다.’ ‘아니다, 극비리에 만들고 있다.’ 복제인간은 토론의 주제로서 자리를 잡고 있을 정도로 이슈인데 그래서인지 아일랜드는 다른 그 어떤 복제인간을 다룬 영화보다 더 섬뜩하게 다가오고 복제인간을 다룬 영화의 걸작인 블레이드 러너보다 더 현실적이다.
그런 장점으로 아일랜드는 출발을 했다.
복제인간을 반대하는 이유 중 이런 것이 있다.
*자신의 장기를 이식받거나 자기가 오래 살려고 감정을 가진 하나의 인간(인격체)를 어떻게 죽일수 있나?
*자신이 복제인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것인가 ?
*또 복제인간이라는 사실을 알릴 것인가?
영화 아일랜드는 저런 논쟁의 쟁점을 초반부터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추첨에 뽑힌 산모는 아이를 낳을때가 되어 아일랜드에 갈수 있게 뽑히게 된다.
하지만 가게 된곳은 꿈의 낙원 아일랜드가 아닌 싸늘한 병실! 아이를 낳은 산모는 바로 죽임을 당하고 그 죽임을 당한 복제인간에게서 나온 아이는 복제인간이 아닌 진짜 인간에게로 전해진다.
죽임을 당한 복제인간을 뒤로하고 그와 똑같이 생긴 인간이 아이를 안고 기뻐하는 모습은 보는 이로 섬뜩함을 넘어 역하기까지 하다. 인간의 욕심이 다른 인간의 살인을 당연시하는 살인기계로 변한 것이다.
초반부는 그렇게 정말 훌륭하게 진행을 한다. 복제인간의 생성모습들은 생명탄생의 신비라는 신의 존재에 질문을 던지게 하고 죽임을 당한 산모와 흑인 추첨자(마이클 던칸)의 심장을 뛰어주고 죽임을 당하는 장면은 인간의 욕심과 존엄성, 복제인간의 정체성등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초반부가 넘어가면서 그런 영화의 훌륭한 장점들은 하나씩 없어져간다.
아니 ‘없애버린다’ 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다.
링컨은 신(God)이라는 소리를 처음 듣고 신의 존재에 대해 묻는다.
인간 친구인 맥커는 농담식으로 쉽게 설명을 해준다. “니가 원하는 것을 소원을 빌 때 그걸 무시하는 작자라고 ” 그걸로 링컨의 신의 대한 의문은 끝이다. 더 이상 링컨은 인간과 신과의 관계에 의문을 갖지를 않는다.
또 지하세계에서 탈출한 링컨과 조던은 자신이 진짜 인간이 아니 복제된 인간임을 알게된다. 자신의 과거의 기억은 조작된 거짓 이였고 부모도 없는 복제인간이라는 사실!
자신들은 자신의 원래 주인을 위해 만들어진 죽기 위해 만들어진 복제품!
굉장히 충격이고 자신들의 정체성에 의문을 가질 일인데 그들은 “우리들은 죽기 싫다! 진짜 주인을 만나서 우리 자신을 보여 줄 것이다” 라는 단 한마디의 말로 자신들은 복제인간이라는 사실을 순순히 받아드리고 더 이상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의 초반에 크게 출발한 영화는 단순함을 넘어 어이없는 대사로 그 모든 철학적이고 심오한 주제와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그 무서운 묵시록적인 미래까지 보여주던 그 모든 것을덮어 버린다.
영화가 초반의 위대한 출발을 왜 그렇게 허겁지겁 덮어 버리는지는 영화가 진행됨에 따라 알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좋은 이야기를 덮어 버린 이유는 이 영화의 중요핵심은 바로 딴 곳에 있기 때문이다. 복제인간이라는 소재의 논쟁이 아니라 바로 복제인간인 링컨과 조던이 말하는 “죽기 싫다”가 이 영화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정말 살기 위해서 그들을 추적하는 경찰과 보안팀과 살기 위해 전쟁 아닌 전쟁을 벌이게 된다. 복제인간 논쟁의 흐름을 초반에 빨리 정리하고 드디어 하고 싶은 말을 시작하게 된다. 바로 마이클 베이의 주특기인 ‘액션으로 보여주겠다’ 이다. 초반의 무거운 주제를 감각적이고 세련된 화면위에 스릴러풍으로 풀더니 중반부에 접어 들면서 치고 부시는 ‘마이클 베이’표 영화가 되어 버렸다.
자신이 복제인간 이라는 사실에 링컨과 조던은 슬퍼하거나 정체성에 의문을 가지지 않고 오로지 살기 위해 도망을 치고 보안팀은 세상물정 모르는 두 복제인간을 잡기 위해 거침없이 치고 부셔버린다.
이 어리둥절한 진행에 생각할 겨를 없이 영화를 보게 만드는 것은 바로 그 중반이후의 액션이 스피드하고 정신을 빼놓을 정도로 화려하기 때문이다.
감독인 마이클 베이는 훌륭한 소재를 가지고 무게있는 훌륭한 영화를 만드는 대신 잘빠진 액션 영화를 만들어 버렸다.영화를 보다가 보는 이들은 ‘역시!’ 라는 말을 내뱉게 될텐데 그 ‘역시’ 말은 사람마다 다른 의미로 다가오게 될것이다.
초반의 마이클 베이 영화답지 않은 심오한 주제에 색다른 영화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보다가 중반이후로 박살내 버리는 액션으로 돌아가는 ‘마이클 베이’식 진행에 ‘역시, 그럼 그렇지!’ 라는 의미의 말이 될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마이클 베이의 감각적인 액션를 기대하고 온 사람들일 텐데 그 기대를 마이클 베이의 다른 어떤 영화보다 잘 채워주기 때문에 ‘역시, 그럼 그렇지!’ 라는 말이 나오게 될것이다. 본인은 전자의 입장 이였지만 ‘마이클 베이’에게 뭘 기대하는가? 이 영화는 ‘테리 길리엄’이나 ‘데이빗 핀쳐’ 아니면 ‘팀버튼’ 거기까진 아니래도 인간적인 블록버스터를 만들었던 엑스맨의 ‘브라이언 싱어의 영화가 아닌 마이클 베이 영화인데 그 무엇을 기대한 게 오히려 영화 예의에 어긋나는 짓이라면 할 말 없다.
후반부까지 치고 달리는 영화는 결말에 복제인간에게 자유라는 세계를 주어지며 끝을 맺게 되는데 그 과정 역시 단순하다.
보고 나서 이 영화 어땠냐는 질문에 답은 딱 한가지다.
“마이클 베이 영화.”
조금 달라진 점은 마이클 베이 영화에 등장하는 미국우월주의나 사람 죽이는 것을 장난감 다루듯이 다루는 악취미는 줄어들고 복제인간이라는 소재 덕에 생각할게 조금은 있다는 것이다. 마이클 베이가 가장 많이 욕먹었던 미국우월주의를 인간의 욕심으로 얼룩진 아메리칸 드림으로 추하게 바꾸어 버리고 나쁜 녀석들 2의 인간의 조각난 신체를 가지고 노는 장면 대신 복제인간의 감정을 하나씩 존중해 주며 생명의 존엄성까지(물론 깊지는 않지만) 느끼게 해준다.
워낙에 훌륭한 소재로 마이클 베이 영화의 단점은 가려지고 그동안 마이클 베이 영화의 가장 멋졌던 액션 시퀀스까지 재탕을 하며 극장을 나올 때 생각을 안겨주는 볼만한 액션 영화가 되었지만 그 할 말 많고 묵직한 소재를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한 단순한 진행에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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