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전부터 떠들석하던 <Mr.&Mrs Smith>를 어제 봤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그저 화려한 액션과 시원한 스토리로 괜찮은 영화 정도로 예상했었는데, 막상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예상했던 쿨한 기분은 물론, 화려한 겉모습 속에 감추어진 진주를 캐내는 즐거움까지 있었으니...꽤 괜찮은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의 매력은 세 가지이다.
첫째,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라는 두 탄탄한 배우의 화려한 액션과 연기.
역시 두 사람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으며, 영화 내용과 상관없이 이 두사람의 화려한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무척 즐거웠다.
둘째, 이 영화가 최고수들의 막상막하 대결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
5-6년 전 사랑에 빠져서 결혼한 두 사람은 실은 각 조직의 최고 킬러이다. 최고 고수들끼리의 한판 대결, 게다가 그 대결이 남편과 아내라는 특수한 관계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면야....흥미진진함은 두 배가 된다. 그들이 제거해야 할 대상이 바로 자신의 남편과 아내임을 알게 된 순간, 놀라움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벌집으로 만들어놓거나 서로의 머리에 총을 겨누는 등 냉정한 킬러로서의 면모를 잃지 않는다.
셋째, 이 영화의 진수가 이것이다. 겉으로는 특수한 상황(부부가 서로가 적인 킬러다?)과 화려한 액션을 보여주지만 결국은 부부사이의 일상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 따라서 우리의 공감을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점.
그 증거로 다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1. 영화의 시작과 끝이 부부문제상담이라는 형식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상담의사는 카메라에 그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고 목소리만 들리는데, 여기서 우리는 권태기에 빠진 부부들에게 하는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질문들을 듣게 된다. 그런데, 이에 대한 두 사람의 대답이 재미있다. 의사에게는 그들의 대답이 평범하고 보편적으로 들리겠지만, 그들의 특수한 사정을 알고 있는 우리들은 그들의 대답이 그들의 특수한 상황에 근거한 것임을 안다. 그러나, 영화의 마지막에 다시 상담 장면이 나올 때, 권태기를 극복한 이들 부부의 대답을 들으면서, 우리는 이 대답이 다시 평범하고 보편적이 되는 것을 깨닫는다. 즉, "부부문제상담"이라는 형식을 통하여, 관객들은 영화에서 보여주는 문제가 "특수"한 것에서 "보편적"인 것이라는 의식의 흐름을 경험하게 된다.
이에 대한 재미있는 예가 하나 있다.
Mrs. Smith : 우리 사이에 점점 높은 벽이 쌓아져 가는 것 같아요.
Mr. Smith : 점점 서로에게 속을 털어놓지 못하는 것 같아요. 이런 상태를 뭐라 부르죠?
Doctor : marriage. (결혼이요)
2. 주인공 이름이 너무나 평범하다는 점. John이나 Jane은 우리식으로 하면, "철수와 영희" 정도다. 성인 Smith도 중학교 교과서에서부터 나오는 아주 평범하다 못해 진부하기까지한 성이다. 결국 이 이야기는 결혼한 남편과 아내는 항시 보이지 않는 총을 겨누고 있다는 비유이다. 그러나 불신, 경계심, 배신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대방을 사랑하는 수많은 John과 Jane의 이야기인 것이다.
결혼에 대한 솔직하고도 재치있는 담론을 제시하는 쿨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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