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의자>의 시사회를 다녀왔습니다. 약간 참석이 늦은 탓에 서둘러 자리를
잡고 영화에 몰두하기 시작했습니다. 박철수 감독의 이번 작품은 2002년도에
제작을 마쳤다가 지금 개봉하는 거라서, 커다란 기대는 하지 않고 보게 되었
지요. 그런데 영화에 빠져 들면 들수록 감탄사를 연발하게 되더군요. 사실
적으로 드러내는 자유로운 표현과 함께 그 안에 녹아드는 지독한 우울한 슬픔,
그리고 어울리지 않은 듯 하면서도 절묘하게 맞아 들어가는 위트가 절로 입가
에 미소를 짓게 만들었습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 올때까지 눈을 떼지 못하고
스크린을 응시한채 앉아있었습니다. 2000년 12월에 사회의 이슈로 잠깐 떠올랐던
'역 원조교제' 란 아이템을 두고 자유로운 영상의 마법을 보여주는 박철수 감독
베를린 영화제의 초대작이기도 한 이 작품을 보고 저는 다시 한번 내용을 꼼꼼히
머리속으로 그려 보았습니다. 서른 두살의 이혼녀와 법적 미성년이라는 열 아홉살
의 나이의 소년의 티를 벗지 못한 남자, 두 캐릭터가 서로 이끌리는 것도 마치
운명과 같이 순식간이어서, 저렇게 급속도로 사랑에 중독되어 빠질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둘은 서로의 흔적을 남기기라도 하려는 듯
연속적인 육체적인 관계, 그리고 식사...또 육체적인 관계, 식사를 반복하는
씬을 보여주는데 여기서 주목할 점이 박철수 감독은 성욕과 식욕은 비례해서
작용한다는 것을 자유롭고 적나라하게 표현하고자 그 부분을 심층있게 다룬
듯 했습니다. 영화 곳곳에서 어울리지 않는 듯 하면서도 절묘하게 맞아떨어
지는 심각한 씬 묘사속에 녹아 든 위트는 영화를 한층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작용을 했습니다. 이혼녀 문희(서정분) 와 미성년 현(심지호) 은 지독
하게 빠져들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와 포용력을 넓혀가는 관계를 보여 주는데
첫 작품치고는 심지호 분이 현이라는 인물에 대한 몰입도가 가히 놀랍다고
할 정도여서 영화를 보는 재미를 한 층 살리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논란
이 되는 문제들을 솔직담백하게 한 편의 영상으로 풀어내는 박철수 감독의
의도가 잘 맞아 떨어진 듯 합니다. 특히 위트를 자아내는 대사는 법적 미성년
이라는 현의 캐릭터의 성격을 잘 드러내고 있고, 문희또한 그러한 현에게 장난
을 거는 씬등에서 서로가 성인 과 미성년의 관계가 있음을 위트속에서 드러내
주는 것이죠. 마지막 부분에서 마치 '연극' 과 같은 구성을 드러내면서 다소
황당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관객들이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여유를 부여하기도 합니다. 재미와 그리고 사회적인 이슈에 관한
한줄기 진지한 생각, 그리고 사랑에 대한 색다른 의미를 지닌 좋은 작품임에
는 틀림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 기대없이 보러 가더라도 기대이상의
성과를 누릴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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