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폭스사가 야심적으로 만든 '혹성 탈출'을 역삼동 시사회실에서 보았다. 팀 버튼 감독이 만든 이 야심작은 결코 33년전의 그 '혹성 탈출'이 아니었다. 찰턴 헤스턴 주연의 33년전 작품은 당시의 내 나이 18살경의 기억을 살려 보아도 그렇게 잘 만들어진 고릴라 영화는 아니었던것 같다. 그냥 눈과 입만 움직이는 그런 고릴라들이 살고있는 별이었으나, 2001년 오늘날의 고릴라는 보는 사람의 눈을 의심할 정도의 특수한 분장술의 고릴라들이었다. 진짜 고릴라를 배우로 기용한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완벽한 분장술이 돋보였으며, 그들의 행동이 진짜 고릴라 못지 않을 정도였다. 팀 버튼 감독의 치밀한 연출덕분이지만 실물인양 화난 고릴라들의 펄쩍 펄쩍 뛰는 뜀박질, 공격자세일땐 네발로 뛰는 행동, 어쩜 저렇게도 기막히고 완벽하게 고릴라 분장과 연출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저 감탄할 따름이다. 미국에선 지난 7월 27일 개봉하여 주말 박스 오피스 연속 1위를 고수하며 7천만 달러의 입장수입을 올리고 있다는데.... 영화는 우주선에 탑승한 레오대위(마크 월버그)가 엄청난 전자파 돌풍속으로 휘말려 들어서 고릴라 제국에 비행선이 추락하면서 시작이 된다. 인간사냥을 해서 노예로 파는 고릴라 집단. 그들의 인간학대는 어쩜 우리가 지금껏 원숭이에게 해왔던 그대로의 모습(?)을 되풀이 하고 있다. "인간을 학대하면 우리가 인간과 다를것이 없다"라는 고릴라 '아리'의 한마디가 무척이나 가슴에 와 닿는것은 나 혼자만의 느낌일까? 지금껏 사람들의 동물 학대를 반성하게 하는 한마디 였다. 인간들을 노예처럼 부려먹고 우리에 가두는 고릴라의 행동에서 우리 인간들의 만행과 오만을 조금이나마 반성할수 있게 해주는 이 작품은 그냥 단순한 재미로서만의 영화가 아니라 상상에 근거한 영화이지만, 먼 훗날 우리 지구에서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을 좋아하며 인권보호 운동가로 나오는 아리(헬레나 본햄 카터)는 어쩜 그렇게도 고릴라 같지 않은 고릴라인지... 차라리 인간에 가까운, 조금 못난 여자의 모습이었다. 레오대위의 주변에 등장하는 여자로는, 혹성에서 사는 인간으로서의 여자와 고릴라로서의 여자인 아리... 그들 사이의 삼각관계가 영화의 끝까지 이어져 나가는데... 입술과 치아가 따로 움직일 정도로 정교하게 분장한 고릴라들의 모습을 보면서 올여름 더위는 '혹성 탈출' 한편으로 시원하게 씻을수 있을것 같은 느낌이었다. 과연 레오대위는 고릴라의 별에서 탈출할수 있을 것인지? 지구에 귀환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과연 그를 환영해 줄 것인지? 영화의 결말은 모레 3일 개봉관에서 직접 확인하시라고 여기서는 밝히지 않으련다. '혹성 탈출'을 보시고 '여름 탈출'을 시도해 보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