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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적인 그녀 - 사랑스런 그남자 엽기적인 그녀 4K 리마스터링 감독판
imkjh75 2001-08-01 오전 10:53:08 754   [0]
'엽기적인 그녀'를 재미있게 봤는데
영화보다 더 재미있는 영화평이 있어 소개합니다.
영화칼럼니스트인 이승휘님이 쓰신 글입니다.
(영화평론도 이렇게 재미있게 쓸 수 있군요)



엽기적인 그녀 - 사랑스러운 그 남자

어린 시절 조흔파 선생의 <얄개전>을 즐겨 읽던 생각이 납니다. 이 작품을 근간으로 한 명랑소설과 영화들이 한국대중을 웃고 울리던 시절이 있었죠. 오영호씨도 있었고, 뭐 얄개전을 근간으로 한 영화들이 많이 나온 건 여러분도 잘 알것입니다.

얄개전은 고등학교(원작은 놀랍게도 6년제 중학교 시절의 옛날고리짝(이야기죠)를 배경으로 빵집에서 놀고, 또 사랑과우정을 나누는 그런 건전무비. 유치하지만 그래도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 데이트"라는 유행어와 "우끼네"라는 말을 효시였던 고교얄개는 대단한 흥행을 기록했죠.

에.. 그런 건전명랑 무비와 건전영화들의 맥락은 대학생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70년대 최인호의 <병태와 영자>로 이어지는데 그걸 읽어본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요절복통한게 얄개전의 명랑소설 전통을 잇고 있는 소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머와 해학, 이런 소설들은 뭔 사상을 찾을 이유도 머리에 쥐날 필요도 없이 그저 실실 웃어버리면 되는 그런 이야기들입니다. 하지만 그런 것 자체가 복잡한 시대의 미학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병태와 영자>의 경우 실제 70년대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커플은 시대의 고민없이 꽤나 건강하고 명랑하며 아주"건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건전이라는 표현은 우습지만, 연애라고 해도 특별한 육체적 접촉 없이 (?) 풋풋한 그런 연애담이었는데, 실제 이젠 사랑도 너무 진지하게 하고, 가벼운 것은 사랑이 아닌 양 울고 짜고 때로는 죽이고, 하는 그런 선입견들 때문인지, 이런 건전한 연애담은 우리 주변에서 사라진 느낌이 듭니다. 물론 야한 영화나 베티블루 처럼 목숨거는 사랑도 좋지만, 가끔은 슬슬 하는 사랑도 재미있습니다. 대학생들은 결혼하고도 약간 떨어져있는 나이이고, 연애자체의 미덕을 즐길 수 있는 나이죠

하지만 대학생이 연애만 하고 돌아댕기는 것을 대학생 자체 든 혹은 주변의 시각이던 별로 달갑게 받아들이지는 않는 것 같아요, 예나 지금이나, 그저 대학생은 시대의 아품을 고민하고 개혁이니, 혁명이니 뭔가 진지한 고민을 할 인간들이지 연애같은 허접스러운 일에 목숨거는 건 좀 대학생의 행동으로는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그런 강박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현실 대학사회에는 시대고민남도 많지만 정치적으로 무관심하고 또 공부하고도 담싸고 연애에 전념하는 대학생들도 많습니다. 저는 이런 사람들이 참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흑,, 나는 대학다닐 때 연애도 제대로 못해보고 쓰짤대기없는 시대의 아픔에 동참한 건 아닌가 엄청 후회가 된다까요,,,, 그래도 현실하고는 달리 이런 경박하고 짜잘한 연애 담론이 영화나 소설같은데에는 수용되는 건 영화작가들이 쪽팔리게 생각했는지 의외로 그런 연애담들이 드물었던 게 사실입니다. 대가리 빈(연애를 는게 대가리 빈 것 하고는 거리가 멀지만) 사람들이 우르르르 몰려 다니면서 연애를 고 연애에 동반해서 따라오는 그저 그런 유희에 전념하는 것을 마뜩지 않게 보았나봅니다.

70년대 하길종 감독은 <병태와 영자> 를 원작으로 두편의 걸작 영화를 만들어냅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보들의 행진>입니다. 하감독은 최인호의 병태와 영자에 정치적인 시각이 들어있는 다른 원작 몇몇을 조합해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냅니다, 그는 대학생 주인공들에게 시대의 아픔을 코딩해줍니다. 하지만 고래를 못잡고 자살한 영철의 아픔에 마음 저리기는 했지만 "왜 불러" 노래에 맞춰 장발단속단을 피해 신나게 도망가던 대학생들과 미팅에 나가 인기를 끌기 위해 나름대로 발랄한 행동을 피던 그 당시 청년들의 모습만으로도 우리는 즐거운 미소를 지을 수 있었죠.

아무리 아파해도 이십대초반의 대학생을 바라본다는 것 자체가 뭔가 희망과 생명력을 느낄수 있는 일이었으니까요, <바보들의 행진>에서 병태와 영자는 그 유명한 입영열차안 키스신으로 희망의 피날레를 장식하죠. 80년대에는 박중훈과 강수연이 주연한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 라는 영화가 있었죠. 이 영화는 <바보들의 행진>에서 시대적인 아품을 제거한 청춘 코메디였죠. 터프한 강수연과 늘 얼떨떨한 박중훈, 그리고 고래가 아닌 보물섬을 찾는다는 김세준. 군인이 된 철수의 모습에서 마무리되는 것까지 이 영화는 원작부터 영화까지 바보들의 행진의 어설픈 리메이크 판이었지만, 그래도 당시 대중의 상당한 지지를 받았습니다.

이런 청춘영화의 전통은 90년대에는 두드려지지 않았습니다, 철부지 대학생들을 툭탁툭탁 연애담, 그리고 뭐 세상 때묻은 어른들이 보기에는 대수롭지는 않지만, 그들에게는 생명이 위태로운 (?) 실연의 아픔 등등, 어찌보면 대단히 유치찬란하고 가벼운 이런 청춘영화의 재담들은 가볍고 시시껄렁하고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생각되어졌나 봅니다.

하지만 곽재용 감독은 <엽기적인 그녀>를 통해 21세기 새로운 감각으로 이 유치찬란하고 가볍지만 유쾌한 청춘영화의 부활을 시도합니다 곽감독은 <비오는 날의 수채화>등으로 청춘 2급 멜로의 마지막 감독이었죠. 그가 8년만에 들고 나은 영화 <엽기적인 그녀>는 예술영화적인 관점에서는 대단히 엉성하고 느닺없으며 유치찬란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재미있습니다. 즉 대중들을 확 휘어잡을 만한 매력을 구석구석에 담고 있는 만만치 않은 영화라는 거죠. 흔히 기승전결이 꽉 짜인 네러티브와 적절한 복선과 반전, 아름다운 영상, 훌륭한 연기가 조화된 진지한 영화들이 대중에게 호응받을 것 같지만, <신라의 달밤>같은 한국적 액션코미디의 흥행에서도 보았듯이,. 대중은 의외로 가볍고 엉성하지만 순간순간 터무니 없는 카타르시스를 주는 유쾌한 영화를 좋아합니다, 평론가들은 뭐 저따위냐고 혀를 차지만, 관객들은 어설픔은 자연스럽게 눈감고 몇몇 장면의 찰나적 재치에 박장대소를 합니다.

<엽기적인 그녀>는 인터넷 통신작가 견우74의 원작을 무기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이 재미있는 원작을 스크린에 그 느낌 그대로 담아내는 어려운 작업을 거의 완벽하게 수행해 냈습니다.

통신유머가 재미있는 것은 통신이라는 매체에 아마추어작가가 설렁설렁 써놓은 글들을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감동이나 진지함에 대한 기대 없이 맞춤법이나 문장 구성따위에 부담을 느끼지 않은채 말 가는데로 툭툭 던지는 재담속에서 우리는 킬킬대다가 느닺없는 감동을 느끼는 그런 묘한 순간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죠.

만약 <엽기적인 그녀>가 이런 통신문학의 스타일을 무시한 진지함을 담아낼라고 했다면 이저 저도 아닌 어정쩡하고 재미없는 영화가 되었을 겁니다. 이 영화는 2시간이란 긴 시간을 아주 제멋대로 유영하면서, 때론 형식을 파괴하고, 극중극과 메타영화를 넘나들면서 통신 텍스트 문학의 상상속으로 존재했던 매력적인 주인공들과 에피소드들을 그 감각 그대로 재현해 내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그려내는 세계는 현실이 아닌 일종의 판타지에 가깝습니다. 엽기적인 <그녀>와 순종적인 <견우>. 활달하고 엽기적인 여성 캐릭터도 재미있지만 ,때리면 맞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다하고, 마음 속 싶이 그녀를 사랑하고, 또 그녀가 떠나면 보내주고, 돌아오면 받아주는 따뜻하고 속 은 사나이는 여성들의 환상속의 이상형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흔히 알고는 있었지만 영화상에서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그런 캐릭터이죠, 여성은 터프맨을 좋아하는것은 물론 아니고, 사랑을 위해 목숨바치는 열렬사랑맨도 아니고, 고독한 왕가위의 주인공들을 이상형으로 생각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견우처럼 자기만을 사랑해주고 그렇다고 부담을 줘서도 안되고, 재미있는 그런 남자(물론 남자가 바라는 이상적 여성도 마찬가지이겠지만)를 누가 싫어하겠습니까? 하지만 이런 사람은 현실에는 없습니다. 판타지, 그것도 아주 지독한 판타지이죠.


관객은 어쩌면 몰상식한 억지로 무장한 그녀의 막무가내에 웃음을 떠뜨립니다, 하지만 폭소의 순간은 견우가 그 억지요구에 잠깐 난감한 표정을 짓다가 결국 그 일을 해내는 순간에 터져 나옵니다. 그건 일종의 대리만족이자, 감동이죠. 하이힐과 운동화를 바꿔신은 남녀., "나잡아 봐라"를 외치는 그녀를 따라가는 견우의 모습에서 우리는 70-80년대 한국 멜러의 클리세인 "나 잡아 봐라" 씬의 패러디를 구경하게 됩니다. "나 시험 보는 날은 노팬티인데,,나 오늘 시험봤다" 라고 이상한 유혹을 하고 날쌔게 도망가는 그녀를 바라보고 어이없어 하다가"안 따라오면 두겨?"를 외치는 그녀에게 결국은 굴복해 종종걸음으로 그녀를 따라가죠. 견우의 표정에서 관객들은 묘한 쾌감을 느끼게 됩니다.

한국영화를 비롯한 각종 대중매체에서 보여주던 남성의 역할에 역전현상에 여성관객들은 내심 통쾌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남성인 제 입장에서도 그 역전은 즐겁기 짝이 없습니다, 글쎄요 그간 가부장적 권위의 상징이었던 남성문화가 이렇게 자발적으로 개박살나는 순간을 경험해본적이 없으니까요. 그 일탈이 주는 쾌감은 상당했습니다 . 어떻게 보면 이 영화는 페미니즘 영화라고 봐도 좋을 정도입니다.

이 장면의 말미에서 어찌 어찌 학교 야구장까지 들어간 견우가 그녀를 추격하다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넘어지는데 심판이 아웃을 선언합니다. 이 영화의 모든 설정들을 이렇게 만화적인 설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마음을 비워놓고 만화책을 보듯이 통신글을 읽듯이 견우와 같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영화를 보면 즐거움을 가질 것이고 "이거 뭐 이래, 뭔소리야" 이런 마음으로 영화를 보면 재미 디따리 없을 가능성도 큽니다. 하지만 잼없다고 너무 크게 외치지는 마시기글,,, 구세대 소리 듣습니다 -_-


하지만 영화는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성공했지만 감동까지 주는데는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원작은 웃음과 함께 멜로적인 감동을 함께 성취하고 있습니다. 실연의 아픔을 이해하고 그것을 달래주면서, 꼭 애인이 아니더라고 아낌없는 위로를 주려는 견우의 이타적인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미스테리한 구성은 마지막까지도 그저 엽기적일뿐인 "그녀"의 행동을 이해하기에는 너무 불편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탈영범 에피소드에서 그녀의 감정이 터지기는 하지만 느닺없이 울어대는 전지현의 국어책 읽기는 어색함의 극치이고 (이 장면의 코메디 호흡은 훌륭합니다만)

그녀 아버지역의 한진희씨의 오바는 웃음을 강요한 나머지 그녀의 고민이나
가정에서의 갈등들에 대한 관객의 관심을 중단시키고 맙니다 일인 다역연기와 자해공갈단의 에피소드도 거칠고, 타임캡술을 묻은 나무 노인의 장광설은 지루하고 어이없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매력적입니다. 그 매력은 어디서 오는걸까요?

약속시간을 어긴 그녀 때문에 이년만에 혼자 열어본 타임캡슐안에서 견우는 개구리를 발견합니다.

"아니 어떻게 이런게 이 안에 들어갈 수가 있죠
"정말 불가사의한 일입니다"

견우는 아무렇지도 않게 내레이션을 하게되죠.

곰곰 생각하니까 정말 불가사의한 일입니다. 이년동안 개구리는 뭘 먹고 살았나? <엽기적인 그녀>는 이 타임캡슐에서 나온 개구리처럼 불가사의한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 어설픔을 비판하고 싶었지만 결국 그녀와 견우의 손을 들고 맙니다. 뭐라 말할 수 없지만 불가사의한 매력은 결국 "신라의 달밤"의 바톤을 이어 한국관객들의 지지를 끌어낼 것 같습니다.

<바보들의 행진>의 마지막 장면이 기차였다면, <엽기적인 그녀>는 지하철의 영화입니다, 한국의 연인들은 지하철에서 만나고 다투고 헤어지고 재회힙니다. 물론 기차의 차창에서 헌병의 도움으로 나누는 키스같은 명장면은 없죠, 하지만 교복차림에 주민증을 내밀면서 나이트로 가는 견우와 그녀의 라스트 스톱신은 멋있습니다. 물론 어떠한 시대적 고통의 흔적도 없지만 말입니다. 견우는 <먹구대학생>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하고 거기에 대한 거부감은 없습니다. 그런 시대적 아픔이 없다고 이 영화를 진지하게 비판할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비웃음을 살 만한 그런 시대가 온 것 같습니다.



기타)

1

김일우라는 연기자가 여관주인, 자해공갈단 대빵, 지하철 역장(?) 등 다양한 역할을 합니다. 다리오포의 연극을 보는 듯하기는 한데 대체 왜 이런 짓을 한 지는 잘모르겠습니다. 이것도 불가사의입니다.

2
소나기 패러디는 걸작입니다.
베스트 극장에서 했었던 소나기와 앵글까지 똑같은데,, 패러디의 엽기적 결말에서는 내내 인상쓰면서 보던 심바도 안 웃을수는 없더군요



안녕

(총 0명 참여)
pecker119
감사해요.   
2010-07-03 08:34
pecker119
감사해요.   
2010-07-03 08:23
독수리 오형제죠.. 김일우님.. 왜 이런짓을 했냐거여? 감독께서 이러시더군요.. 사람들의 여러가지 삶을 그려보고 싶었대나..ㅡ.ㅡ;; ㅎㅎ 평 잘 일거써여~ ^^   
2001-08-25 15:54
1


엽기적인 그녀 4K 리마스터링 감독판(2001, My Sassy 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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